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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디자인하다 - 허은아의 보수 이미지 성공전략 PI 3.0
허은아 지음, 강희진 엮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1월
평점 :
이 책은 국민의힘 허은아 국회의원의 대담집이다. 허은아 의원은 법조인 출신으로 가득한 국회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이력의 소유자다. 스튜어디스부터 컨설팅 업체 창업, 교수, PI(President Identity) 전략가까지. 보통의 사람들이 평생의 업으로 삼을 직업들을 그는 다양하게 경험했다.

이 책이 만약 그저 국회의원 허은아의 다양한 이력만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면, 필시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별로 유익하지도 않았을 테고, 이런 정치인이 있구나 알아가는 데서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지 않고 읽는 맛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에 그가 국회의원이 되었기에 이야기가 힘을 받는 것 같기도 하다. 그가 인생의 경로에서 겪었던 하나하나의 경험들이 현실 입법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이 경험 하나하나가 단순한 이벤트에 머무르지 않고 서사의 한 줄기처럼 느껴지게 된 것이다.
본인의 반려동물 양육 경험을 바탕으로 한 반려동물 치료비 표준화 법안, 셧다운제 폐지법 등이 개인의 경험에서 입법으로 이어진 사례들이다.

모든 경험들이 정책과 입법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의 경험들은 곱씹을만하다.
저자가 내놓고 표현하지는 않지만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에게 받았던 도움이 컨설팅 회사 창업으로 이어지고 최종적으로 학생들의 멘토 시스템 구축을 계획하는 부분을 읽고 있으면, 경험이 상당히 개연성 있고 짜임새 있다고 느껴진다.
그가 자신 있게, 자신이 했던 경험들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경험들이었다고 이야기한 것은 성공한 사람이 뽐내는 '지나고 보니 다 좋았더라'하는 이야기와는 결이 꽤 달랐다.
책을 읽으면서 멋진 사람이라는 느낌을 여러 번 받았다. 나도 후에 뒤돌아봤을 때 내가 걸어왔던 경로가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말할 수 있을까? 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차곡차곡 쌓아온 인생의 궤적들. 같은 유학 전공자로서, 그가 전공한 유학을 학부 시절의 교양으로 그치지 않고 창업과 이미지 전략에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은 멋을 넘어 이 사람을 닮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본인이 했던 경험들을 자신만의 개인적 경험에 그치지 않게, '이 시스템이 이렇게 고쳐진다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고 실제 행동으로 나아간 것으로 가득 찬 인생. 책을 읽는 내내 나도 따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책이다 보니, 한 인물의 인생과 생각이 예쁘게 포장된 것일 수도 있다. 좋은 점들만 담았겠지 아마.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읽더라도, 내용이 꽤 좋았다.
그의 최종적 목표이기도 한 '국가브랜딩'이라는 담대한 기획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