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꿈 : 광주의 조천호 군에게 인생그림책 16
고정순 글.그림, 권정생 편지 / 길벗어린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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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박한 느낌의 표지가 인상깊습니다. 아이의 숨바꼭질 놀이는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합니다. '봄꿈'이란 제목과 어울리는 따스한 표지입니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나도 빨리 아빠처럼 큰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아이의 말이 나옵니다.

왜 쑥쑥 자라고 싶냐고? 이다음에 업어 주고 싶은 사람이 있거든.

아빠의 등에 업혀서 가는 아이가 이다음에 업어 주고 싶다고 하는 사람은 당연히 아빠겠지요.

아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이의 순수하고 착한 마음을 들여다 보며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아이는 말합니다.

봄이 오면 아빠가 좋아하는 꽃을 내가 제일 먼저 찾아 줄게. 하고 말이지요.


하지만.. 아이의 품에는 아빠의 영정사진이 들려 있습니다.

1980년 5월, 광주의 봄에 일어났던 비극적인 사건 때문입니다.


제목에 나온 광주의 조천호 군은 바로 그림 속에 나온 주인공입니다. 1980년 당시에 5살이었던 조천호 군은 아빠가 좋아하는 꽃을 찾아주지 못했겠지요.. 영정사진을 든 아이의 모습은 당시에 외신 기자에 의해 사진으로 찍혀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 그림책은 5.18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를 기리며 나왔습니다. 그림책의 뒷면에는 <몽실 언니>로 유명한 아동문학가 권정생 작가님의 친필 편지가 실려 있습니다. 권정생 작가님은 대구에서 살았는데, 1980년 5월의 비극을 8년 뒤에야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의 사진을 보며 마음이 아파서 이 편지를 썼습니다.


이 그림책을 그린 고정순 작가님은 그 편지를 들고 이제는 한 가장이 된 조천호 씨를 만나러 갔습니다. 편지의 주인공인 조천호 군은 이제 40대의 아버지가 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고정순 작가님에게 "나는 당시 이야기를 아직도 우리 아이들에게 말하지 못합니다. 작가님이 우리 아이들도 그 때의 일을 알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도 볼 수 있는 그림책으로 만들어 주세요."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그림책은 그런 사연을 품고 세상에 나왔습니다.


한없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아빠를 사랑하는 5살의 어린 아이는 찬란한 봄날에 끝내 아버지를 잃고 말았습니다.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들고 슬픈 표정을 짓는 그 사진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처연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지역에 살고 있어서 학창시절부터 봤던 사진들이었고,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서글프고 분하게 만들었던 이 5.18 관련 일을 다른 지역 사람들은 모른 채 살고 있었다는 게 참 놀라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권정생 작가님이 이렇게 친필 편지를 남긴 것도 대단한 일이지요. 그 당시 정권을 생각하면 이런 행동도 문제가 되었을테니까요. 오래도록 전해지지 못했던 편지는 이제 조천호 군에게, 그리고 그의 아이들에게, 이 땅에 함께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함께 전해졌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에 대한 내용을 말하면 듣지 않으려는 누군가도 있을 것입니다. 오래전 일이니 자꾸만 잊혀가기도 하고요. 매년마다 5.18 관련 그림책이나 동화책, 소설, 드라마, 영화 등이 한권, 한편이라도 나와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오래전 일이니 자꾸만 잊혀지려 합니다. 겪지 않은 세대는 관심이 줄어들고, 이런 식으로 서서히 잊어버리고 싶은 사람들도 있겠지요. 우리는 왜 역사의 비극을 잊지 말아야 하는지를 생각해주길 바랍니다.



이 책은 우아페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협찬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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