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지어 주세요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황진희 옮김 / 한솔수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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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사키 치히로’는 <창가의 토토>라는 그림으로 많이 알려진 일본의 유명한 화가에요. 코로나19로 인해 작년에 ‘이와사키 치히로’ 전시회가 온라인으로 열렸고, 뜻밖의 행운을 거머쥐고 행복하게 그림들을 감상했던 게 떠오릅니다.

순수한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나오게 되지요. 그런 ‘이와사키 치히로’ 화가가 그림으로 그린 그림책이 신간으로 나왔다는 소식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책을 갖는다는 건 그 작가의 생각을 공유하고 싶고, 나아가 내 책장과 마음 한켠에서도 소유하고 싶기에 하는 행동같아요. 저 역시 이 그림들을 갖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리고 나서 눈에 들어온 ‘다니카와 슌타로 시’라는 소개. 과연 어떤 시가 담겨있을지, 그림들과 어떤 연관이 있을지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이제 살펴보러 갈까요?



#다니카와슌타로 시인 #이와사키치히로 화가





인상깊은 장면



어디론가 가요.
함께 가요.
달려서 가요.
지구 위를!


마스크 없이 바깥에서 까르르 웃으며 달릴 수 있는 날이 언제 올까요? 그림 속 아이처럼 신나는 표정을 맘껏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림만 봐도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아요.
달려요, 우리 함께!


 



나에게 이름을 지어 주세요.
당신에게 이름이 있는 것처럼
나에게도 이름이 있을 거에요.
이름이 생기면
나는 그림에서 달려 나가
당신을 꼭 껴안을 거예요.




1. 책을 곱씹으며 살펴 읽는 맛

처음에 순차적으로 한장 한장 시를 읽으며 책장을 넘깁니다. 치히로 화가는 1974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이 책은 예전에 나온 책이 다시 출간된 건지, 아니면 그림에 맞춰 시를 지은 건지 아리송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보게 됩니다.



이와사키 치히로의 탄생 100주년을 맞은 해(2018년)에 다양한 전시가 열리면서 주목받았던 시가 바로 다니카와 슌타로 시인의 시였습니다. 그리고 그걸 책으로 엮은 것이지요.
책에 수록된 치히로 화가의 그림들의 제목도 같이 살펴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그림의 제목을 보면서 시를 두 번째로 읽기 시작합니다. 그림에 붙은 제목처럼 시가 어울리기도 하지만, 그림 제목과 다른 시의 내용이 나와 있기도 합니다. 그림의 제목을 알고 시를 읽을 때는 처음과 또 다른 감상이 다가오네요.

그리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
이 <이름을 지어 주세요> 시를 계속 곱씹어 봅니다.



2. 김춘수 시인의 <꽃>과 슌타로 시인의 <이름을 지어 주세요>의 의미

슌타로 시인의 이 마지막 시를 읽다 보면 떠오르는 시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김춘수 시인의 <꽃>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꽃>의 전문, 네이버 출처 : http://naver.me/5SgEKqjp)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여기서도 <이름>과 <꽃>이 나옵니다.
김춘수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존재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언어라는 이름으로 명명함으로써 대상이 명확히 규정되며 그 본질을 살펴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에서도 <이름>이 나옵니다. ‘나에게 이름을 지어 주세요’라고 하지요. ‘이름이 생기면 나는 <그림에서 달려 나가>는 행위를 통해 ‘당신을 꼭 껴안을 거’라도 합니다.

즉 그림의 제목들을 모르고 봤다가 다시 제목을 알게 되면서 시의 느낌이 달라지는 것처럼, 슌타로 시인은 이제 독자들에게도 말합니다.
내가 이 그림들을 보며 나만의 이름들을 지어 그림들이 시로 내 품에 들어온 것처럼, 당신들도 자신만의 감상을 하며 이름을 붙여보라고요.
이건 슌타로의 시, 치히로 화가의 그림에 얽매일 필요없이 독자가 사물을 명명하고 규정하며 자신만이 느끼는 감정의 본질을 탐구해 보라는 말로 들렸습니다.

시와 그림을 감상하면서 느끼는 자신의 감정의 본질을 생각해보라는 말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쉽게 말하고 있는 시인의 생각테 감탄을 금할 수 없었어요.
통찰력 있는 시인은 역시 일본의 국민 시인답습니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속에서 치히로의 그림에 헌사하는 시가 나왔습니다. 다니카와 슌타로 시인의 시이지요.
‘이름을 지어주면 그림에서 나와서 당신 품에 달려들 것’이라는 말은 감탄을 자아냅니다. 시인이 그림을 보면서 느꼈던 자신만의 감정과 그것의 본질을 시로 써냈던 것처럼, 독자들도 자신만의 관점으로 시와 그림을 바라보며 이것을 진정으로 소유할 수 있길 바랍니다.
시에서 깊은 울림을 받고 싶은 이들에게 <이름을 지어 주세요>를 추천합니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솔직한 제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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