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울었으니까 힘들 거야 - 주의산만증ADHD 정명이와 세상의 모든 어린 이를 위하여
이은주 지음 / 헤르츠나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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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앞표지에 <주의산만증 ADHD 정명이와 세상의 모든 어린 이를 위하여>라는 부제가 달려있습니다.
‘어린 이’라는 말은 나이가 어리다는 뜻도 되겠지만, 마음이 여리고 약한 이를 가리키는 것 같아요.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주의산만증에 대해 들어본 사람도 있겠지만, 주변에 그러한 이를 만나보거나 겪어본 적 없다면 그다지 관심이 가지는 않을 거에요. 하지만 내 주변에 (가족이나 지인이) 있으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다를 수밖에 없어요. 가까이에서 볼수록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니까요.
주의산만증 아이를 키우는 주양육자(보통은 엄마지만) 여기서는 그 아이들의 고모이자 고모할머니인 작가의 에세이입니다.
주변에 힘들어하는 이를 안다면 읽어보라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서두부터 추천하는지 궁금하시다면 계속 읽어봐요.


작가 #이은주







 인상깊은 장면

1장 엄마라고 불리는 고모

1장은 조카와 조카손자를 키우는 주양육자인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장이에요. 조카들의 아빠는 알코올 중독자라 병원에 입원하고, 엄마는 떠나버렸어요. 고모인 자신이 할머니인 자신의 엄마와 함께 조카들을 돌봅니다. 그리고 큰조카가 스무살이 되고 싱글맘이 되면서 조카손자까지 함께 양육하게 되는데요.
주의산만증 ADHD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아이가 내 뜻대로 자라지 않을 때 느끼는 감정들은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

저 역시 아이를 키우면서 남들 아이는 잘 크는 것 같은데, 우리 아이들은 왜 이리 말을 안들을까 이런 생각도 했었거든요.

삶이 너무 버겁고 힘들 때, 마음은 지쳐있는데 세상은 기댈 데 없고 버티기 힘들 때, 무너질 것 같으면서도 역시나 뒤돌아보면 그래도 가족이 있구나.. 그걸로 위안을 삼으며 안간힘을 쓰면서 다시 일어나려고 애씁니다.

작가는 아이들이 병 때문이든 아니든간에 하나의 인격으로 바라보고 대하며 존중해줘야 한다는 걸 깨달아요. 엄마되는 연습중인 것이지요. 완벽한 엄마는 없으니까요. 노력하는 엄마가 있을 뿐.


‘그래 이제 엄마는 울지 않을 거야. 맞아. 동생은 늘 문신을 동경해 왔어. 동생은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함으로써 건강해지고 싶었던 걸 거야. 마치 부적같이. 꿈을 이룬 거지. 꿈은 사람마다 달라. 난 욕심을 부리고 있었던 거야. 알코올 병동에 입원하면 사람이 바뀌어 돌아올 거라는, 내가 원하는 동생으로 돌아올 거라고 말이지.’ (38~39쪽)

잠이 달아나버리자 신경림 시인의 <갈대> 마지막 구절이 기도처럼 나온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인가 보다. (45쪽)

생일파티를 해준다고 해도 초대할 친구가 없다고 해서 무척 마음 아프게 했던 조카에게 하나둘 친구가 생기고 있다... 그때 자신의 눈높이로 바라봐 주고, 함께 고민하며 들어줄 친구를 갖는 건 소중한 일이다. (81쪽)

결국은 나 이외에는 해결할 수 없고, 나 이외에는 기댈 곳이 없는 가족들, 모두 안아주고 보살펴야만 하는 가족 구성원 속에서 분열되는 자아를 누군가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 위로받고 싶은 혼란스러운 감정을 <절규>를 통해 어느 정도 대리 만족을 얻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89쪽)

기대가 큰 만큼 상대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 하나와 현재의 자신에 만족하지 못하기에 타인에게 너그럽지 못하다는 점을 발견하고는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어요.
...
아이를 내 분신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으로 존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
지나치게 사랑하지 말기. 미리 짐작해서 무런가를 해주기보다 그가 필요할 때 적절하게 응답할 수 있도록 귀 기울이기. (94~95쪽)





2장 세상의 모든 ‘어린 이’를 위하여

1장과 비슷하면서도 제 눈에 들어왔던 건 결국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였어요. 십수년동안 가족을 등에 짊어지고 살았던 작가, 그녀의 가족들도 나름의 고통들을 가지고 있었지요. 나아졌을까요?
가족들의 변화가 궁금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누군가는 나아졌다더라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언젠가는 나 역시..!! 빛나는 희망을 소중히 품고 그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할테지요.

결과적으로 그녀의 막내 조카는 중3 때 검사하면서 ADHD가 낮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더이상 주의산만증이 아닌 아이가 되었고요. 장학금도 받고, 대학교도 입학하였지요.
조카들의 아버지도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났습니다. 어쩌면 희망은 그들의 아버지의 변화로 더 보여지는 것 같아요. 다들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노력의 결과가 가시적으로 보이니까요.





3장 조카손자아들 정명이의 ADHD

이 장에서는 ADHD를 겪는 정명이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요. 검사를 받고, 센터를 통해 치료를 받고, 약을 복용하는 과정들. 누군가에게는 참 생소한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자신의 아이나 주변의 아이가 어려서부터 산만하다거나 집중을 못하면 이것저것 정보를 알아보면서 접할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물론 병원에서 검사를 통해 어떠한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의심으로 불안에 휩싸이면 안됩니다. 진단을 내리는 건 의사입니다. 주변의 시선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어설픈 정보, 양육자의 불안이나 의심으로 아이를 임의판단하면 안됩니다.

아이를 이걸 통해 판단해보라가 아니라, 이러한 흐름으로 아이 치료를 해나갈 수 있다는 정보 정도로 여기시면 될 것 같아요. 아는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는 정보이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이것저것 짜깁기 인터넷 정보보다는 좀더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이 책의 작가는 일본어 전공자로 번역가에요. 막연하게 돈을 잘 버니까 아이들을 양육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작가는 투잡을 뛸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에 허덕입니다. 한 권을 번역하면 하루에 3천원 버는 꼴이라며 막막한 현실을 알려주기도 해요. 직업소개소를 통해 하루 식당 아르바이트를 몇번씩 나가기도 했고요. 결코 여유가 있어서 아이들을 계속 돌보며 치료를 다니고 있는 게 아닌 거에요.

센터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의 주양육자는 (보통은 엄마는) 다들 알 것이에요. 돈이 참 많이 들어요. 그리고 주변에서 인정을 안해주기도 해요. 당장 함께 해야하는 남편부터 ‘멀쩡한 아이를 혼자서 의심하면서 이상한 애로 만들고 있어. 인터넷 좀 끊어.’라고요. 양가 부모님도 한번씩 보는 아이를 보면서 ‘애들은 다 이러면서 크는거야. 너무 과민한 생각 아니냐.’ 하시지요.

그런데 작가는 엄마도 아니고 고모, 고모할머니였으니 그에 대해서 사회적 편견들이 더 심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에세이를 냈어요. 세상을 향해 말하고 있지요.

저는 이 책이 아이들을 위해서, 모르는 이들의 편견어린 시선이 달라지길 바라면서 낸 책이란 걸 알지만, 한편으로는 이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주양육자를 위로하고 공감하게 하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주변에 아는 사람이 있다면, 아니면 자신이 지금 힘들어하고 있다면, 이 책 <오래 울었으니까 힘들 거야>를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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