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버나딘 에바리스토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야즈는 앰마 자신이 원하는 줄도 모르던 기적 같은 존재였다. 아이가 생김으로써 비로소 완전한 존재가 되었다는 느낌, 그러나 어쩐지 반페미니즘적인 것 같아서 아무에게나 잘 털어놓지는 못하던 느낌. (앰마)


-사람들은 그녀를 피해 걸어가거나 못 본 척했다, 아니, 그녀가 그렇게 상상하는 걸까? 그녀는 존재하는 걸까? 아니면 환상일까? 내가 발가벗고 안뜰에서 뛰어다니면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을까? 수위는 알아채고 틀림없이 경찰에 전화를 걸겠지, 그녀를 처음 봤을 때부터 줄곧 이런 핑곗거리가 생기기를 기다렸으니까 (캐럴)


-윈섬은 자신이 어머니가 되기 전, 레이첼이 말했듯이 한 개인이었을 때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레이첼이 궁금해하는 게 좋았다

그러나 그녀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딸이었고, 다음에는 아내이자 어머니였고, 지금은 할머니면서 증조할머니다. (윈섬)



상 받은 책이라서 골랐는데 그만큼 좋았다.

길이가 꽤 되는데 내용이 흥미진진하고 흡인력이 좋아 금방 읽었다. 


주 배경은 영국으로, 각 장마다 이야기를 이끄는 주인공이 바뀌는데 모두 흑인이며, 젠더프리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 여성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주인공들이 각자의 삶을 이야기하는데, 이들은 흑인 여성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차별과 폭력에 더 많이 노출된다.

그래도 그들은 살아간다.

끊임없이 휘둘리기도 하고 투사처럼 맞서 싸우기도 하며 기득권에 들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타인과 영향을 주고받지 않을 수 없기에, 남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자신이 상처를 받기도 한다.  

실패하고 성공하고 후회하고 깨닫는다. 

"아무도 칭송하며 노래해주지 않고/아무도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아도. 


개인적으로 야즈 얘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나이가 비슷해서인지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고, 코트니가 록산 게이를 언급하며 '특권 올림픽'을 하지 말자고 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또한 이 책이 하는 일-지금껏 소외되었던 목소리를 중심으로 불러오는 일-이 바로 '불평등을 논하기 위한 새 담론'을 찾는데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말해도 괜찮은 소리를 내고 있을까? 내 목소리가 잘 들리고 있을까? 살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