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취소할 수 있는 건 단 한가지도 없다. 지나가는 말이든 무심코 한 행동이든, 일단 튀어나온 이상 돌처럼 단단한 필연이 된다. - P136
친구란 그런 거였다. 무엇을 좋아하는지만큼 무엇을 아파하는지도 잘 아는 사이. 그러니까 치명적인 위험이 잠복해 있는 사이. - P261
어떤 기억은 바로 어제의 감정조차 아득하고, 또 어떤 기억은 유치원 때의 일이 지금처럼 또렷하다. 기억은 블록처럼 시간의 순서대로 차곡차곡 쌓이는 게 아니다. 여러 색깔의 물감이 어지러이 뒤섞여 있는 것 같다. 모든 색을 집어삼킨 어둠같기도 하다. - P10
정치에 대한 이분법적 접근이 합의와 타협의 공간을 위축시키고 정책 입안을 마비시켰으며, 정치적 경쟁자를 끌어내리는taking down rival politicians 데에만 몰두한 나머지 극단적 대결의정치문화가 정치적 제약에서 자유로운 강력한 지도자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고 있다. - P185
"일본인에게는 예(禮)를 차리지 말라. 아첨하는 약자로 오해받기 쉽고 그러면 밟아버리려 든다. 일본인에게는 곰배상을 차리지 말라. 그들에게는 곰배상이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고 상대의 성의를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힘을 상차림에서 저울질한다." - P189
"일본을 이웃으로 둔 것은 우리 민족의 불운이었다. 일본이 이웃에 폐를 끼치는 한 우리는 민족주의자일 수밖에 없다. 피해를 주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민족을 떠나 인간으로서 인류로서 손을 잡을 것이며 민족주의도 필요없게 된다." - P192
끝으로 "나앉은 거지가 도신세 걱정한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다. 이 얘기는 일본의 경우일 수도, 우리의 경우일 수도 있다. - P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