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
체이스 퍼디 지음, 윤동준 옮김 / 김영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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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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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을 하면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거라는 오해를 많이들 한다. 하지만 채식주의자도 고기를 좋아한다. 나도 바삭한 돈까스가, 치킨이, 뜨끈한 곰탕과 감자탕이 소세지가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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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공장식 축산으로 잔인하게 고통속에 살아가고, 반복되는 전염병 때문에 무참히 살처분되는 등의 동물현실을 알게된 후로도 즐겁게 고기를 먹을 수는 없었다. 더욱이 엄청난 육식을 지속하기 인해 원시림이 파괴되고 탄소배출이 엄청나 축산업이 기후위기 문제에 끼치는 영향까지 생각하면 더욱 육식을 하면 안될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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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문제가 없는 고기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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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과 기후위기문제에서 자유롭고, 동물을 착취하지 않는 고기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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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런 의문에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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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동물을 잡아먹는 고기가 아니라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고기의 이야기다. 비건 계란으로 유명한 just사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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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배양에 대해 잘 모르지만 세포배양을 하면 동물을 실험하고 추출해야 하는것이 아닌가? 그럼 또 동물을 괴롭히는데.. 생각했다. 그런데 식물성 배양액으로 만든다고 한다.
(너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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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이 트렌드가 되면서 대체육 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중 일부는 정말 고기같은 식감과 맛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아직은 대체육에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 어쨋든 인공으로 만들어 낸 가공식품이고 고기의 맛과 질감을 내기위해 들어간 첨가물들에 거부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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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실험실에서 나온 인공배양육에 대해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가짜고기’ 라며 거부감을 보였다. 그 반응은 고기란 무엇인가? 란 질문에까지 가 닿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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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동물을 죽여서 얻는 살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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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얻기위해 전 인류가 위협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우리는 지금의 삶과 식생활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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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육은 아직은 너무 비싸고 맛이나 식감도 다르다고 한다. 그러나 곧 기술이 가격도 맛도 우리가 먹는 고기와 다름없이 만들 수 있다고 하니 나는 선택하라면 대체육보다는 배양육에 한표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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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배양육을 연구한 판엘런은 포로생활을 하며 겪은 극심한 배고픔 때문에 기아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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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의 테트릭도 사회에 이롭고 좋은 일을 하면 돈을 못벌거나 그렇지 않은일을 해서 돈을벌면 기부금을 내는 둘 중 하나만 하는 현실에 의문을 제기하며 시작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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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서 나온 고기가 어색하고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나는 그들의 선한의도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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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식은 개인의 건강을 망치지만 육식의 과식은 온 인류와 지구의 건강을 망친다. 대체육이 더 개발되고 배양육이 시판될 때 까지만이라도 우선은 더 채식을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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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비거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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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수록 풍요롭다 - 지구를 구하는 탈성장
제이슨 히켈 지음, 김현우.민정희 옮김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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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있었다. 환경을 위해서는 소비를 줄여야 하지만 소비를 줄이면 옷을 팔고, 가구를 팔고, 책을 파는 이웃들의 소득도 줄어든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계속해서 물건을 소비하고 폐기하면 우린 더이상 지구에서 살 수도 없다. 생존의 문제다.

이 모순을 어쩌란 말인가?



우리는 끊임없이 성장을 외친다.

성장이 곧 생존이다. 자본주의에서 성장은 당연히 전제된 일이고 성장을 멈춘다는 말은 곧 퇴보를 의미한다. 그래서 흔히 자본주의를 브레이크 없는 열차에 비유한다. 하지만 모든 성장엔 동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자본주의 성장의 동력은 무자비한 자원의 추출과 착취에 있었다.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 우리는 멈추지 않으면 폭발해버릴 열차에 타고있다. 성장을 멈추는 것이 가능할까? 성장을 멈추는 것이 과연 퇴보일까 궁금했다.

성장을 멈추면 자급자족이나 원시시대처럼 살아야 한다는 뜻일까? 내가 버는 소득이 지금의 상황에서 더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말인건가? 솔직히 성장을 멈춘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잘 다가오지 않았다.



이 책은 그런 의문들을 역사적&철학적 사실로 충실히 근거를 대며 속 시원하게 대답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세계와 성장이라는 강박, 그리고 좋은 삶에 대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Gdp는 결코 제대로 된 지표가 아니다.

우리가 성장의 지표로 생각하는 GDP는 결코 제대로 된 지표가 아니다.



136p. 당신이 목재를 얻기위해 숲을 쓰러뜨리면 GDP는 올라간다. 근무일을 늘리고 은퇴 연령을 미룬다면 GDP는 올라간다. 오염으로 인해 병원 이용이 늘더라도 GDP는 올라간다. 하지만 GDP는 비용 계산을 포함하지 않는다. GDP는 야생동물의 서식지나 탄소 흡수원으로서의 숲의 손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과중한 일과 오염이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가하는 고통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GDP는 나쁜 것들을 누락할 뿐만 아니라 좋은 것들도 다수 누락한다. GDP는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경제활동을 계산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것이 인간의 삶과 행복에 중요하더라도 말이다. 당신이 먹거리를 재배하거나 집을 청소하고 나이 든 부모를 돌보더라도 GDP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GDP는 당신을 위해 이런 일을 하는 기업에게 돈을 지불할 때만 계산한다.


우리가 목메는 경제성장(GDP 성장의 혜택)의 혜택은 가장 부유한 1-2퍼센트에 집중된다. ‘낙수효과는 커녕 수증기 효과나 될까?’ 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2. 자본주의는 그 자체로 식민주의 적이다.

87p. 자본주의의 역사에 있었던 폭력의 순간들을 단지 일탈로 경시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 순간들은 자본주의의 기반이다. 자본주의하에서 성장은 새로운 개척지를 필요로 하며 늘상 개척지로부터 가치를 뽑아내고는 가치에 대한 지불은 하지 않는다. 즉 자본주의는 성격상 본질적으로 식민지주의적이다.



145p. 자본주의하에서 성장은 인간 사회 조직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라 모두를 볼모로 잡는 정언명령이다.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면 산산이 부서진다. 우리는 구속복을 입고 있다. 전세계 정부들이 축적이라는 쳇바퀴를 영속화하는 데에 국가의 총력을 기울인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134p. 아마존을 불태우는 소고기 회사들, 총기귲에 맞서 로비하는 무기회사들, 기후변화 부정론에 자금을 대는 석유회사들, 점점 더 정교해진 광고 기술로 우리의 삶에 침투해 사실상 필요하지 않은 것을 사게 만드는 판매업체들을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예외적인 ‘썩은 사과’가 아니라 자본의 철칙에 복종하고 있는 것이다. (…) 우리는 축적이라는 정언명령일 중심으로 점점 더 구조화되는 세계에 살고 있다.



3. 성장=발전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장은 좋은 삶과 관계가 없다.



239p. 일정한 지점을 지나면 성장은 ‘비경제적’이 되기 시작한다. 복지보다 해악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수많은 측면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고소득 국가에서 성장추구가 지속되면서 불평등과 정치적 불안정성을 격화시키고 있고, 과로와 수면부족에 따른 스트레스와 우울증, 오염으로 인한 건강 악화, 당뇨병과 심장병 등의 문제들을 키우고 있다.



240-241p. 아메리칸 드림은 소득과 소비가 행복으로 가는 티켓이라고 약속한다. (…)미국에서는 1인당 GDP가 겨우 1만5천달러 였을때이누1950년대에 행복 비율이 정점을 찍었다. 그 이후 미국인들의 평균 실질소득은 네배가 되었지만, 지난 반백년간 행복은 정체하거나 심지어 하락했다. (…) 불평등한 소득분배를 가진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덜 행볻한 경향을 보인다. 불평등은 불공정하다는 느낌을 만든다. (…) 우리가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까닭은 그것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이웃에 뒤처지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245p. 가장 부유한 나라들의 특징인 넘치는 GDP로는 정말 중요한 그 어느것도 얻지 못한다.



규칙에 맞춰 행동해서는 세계를 구할 수 없어요. 규칙이 바뀌어야 하는 거니까요.

그레타 툰베리

자본주의의 해악과 현재 모든 것을 바꿔야만하는 우리상황의 급박함은 이해해도 성장을 멈추면, 그래서 곧 자본주의를 벗어나면 삶이 더 힘들어질까 염려가 되던 내게 이 책의 후반부는 아주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4. 불평등 해소, 정의가 곧 기후위기 해결의 열쇠다.



249p. 인간복지에 관한한 중요한 것은 소득 그 자체가 아니다. 우리가 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에 대한 접근권이라는 측면에서 무언가를 살 수 있는 소득이다. 즉 소득의 ‘복지 구매력’ 이 중요하다. (…) 사람들의 접근성을 공공 서비스와 기타 공공재들로 확대함으로써, 사람들의 소득이 갖는 복지 구매력을 향상시키고, 어떤 추가적 성장의 필요 없이도 모두가 번영하는 삶을 만들 수 있다. 정의는 성장의 정언명령에 대한 해독제다. 그리고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열쇠다.



246p. 사회가 평등해질수록, 사람들은 높은 소득과 화려한 지위재를 추구하야 할 압력을 덜 느낀다. 사람들을 영속적인 소비주의의 굴레에서 해방시킨다. (…) 불평등 감소는 또한 보다 직접적인 방식으로 생태적 영향을 줄인다. (…) 세계 인구 중 가장 부유한 10%가 1990년 이래 세계 총탄소배출량의 절반 이상에 책임이 있다. (…) 최상위 부유층의 소득을 줄이는 모든 정책은 긍정적인 생태적 효용을 가질 것이다.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람들이 타인과 비교하며 더 많은 돈을 버는데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좋은 삶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에서 나는 지금의 기후위기가 위기가 아니라 기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가 아니라면 달리는 자본주의 열차를 멈출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 기후위기 문제는 늘 우울하고 실망감을 주었는데 더 평등하고 나은 삶을 위한 기회로 우리 모두가 혁명적 변화를 일으키면 좋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261p. 기후위기는 관점을 바꾼다. 우리에게 세계경제의 잔인한 불평등을 대면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우리를 정치 투쟁의 영역에 밀어넣는다.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총량적 성장이 필요하다는 관념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누구를 위한 어떤 목표를 위한 성장인지 구체화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질문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돈은 어디로 가는가? 그로부터 누가 득을 보는가? 생태계 붕괴의 시대에 전체산출의 4분의 1 가까이가 백만장자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경제를 정말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5. 포스트 자본주의 시대로 가는길: 우리는 성장없이도 번영할 수 있다.



1단계: 계획적 진부화를 끝내기

(2년 마다 바꿔야 하는 내 스마트 폰이 10년동안 튼튼하게 쓸 수 있다면 나는 대 환영이다!!! )

2단계: 광고줄이기

(두말하면 입아플것 같다. 우리 모두 지나친 광고에 지쳐있지만 보면 또 사게된다. )

3단계: 소유권에서 이용권으로

(공유경제의 확산은 환영이다. 전기자동차를 빌려 탈 수 있다면 나는 당장에 경유 자동차를 없애고 자동차 없이 살고싶다. )

4단계: 식품 폐기 없애기

(지금도 내가 가장 열심히 하는 실천 중 하나다. 이는 기후위기 문제 뿐 아니라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생각한 세계시민으로서도 해서는 안되는 낭비다.)

5단계: 생태계를 파괴하는 산업의 규모 줄이기

(소고기 농가에게 주는 보조금을 폐지하고 항공기를 자주타는 사람들에게 마일리지 혜택이 아닌 추가요금을 부가하고 로컬경제로 전환해야한다. 인간 복지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고도 물질 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포스트 자본주의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고 간단한 일도 아니다. 총체적으로 협력을 이뤄 자본주의를 유지하려는 사람들과 싸워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포스트 자본주의는 민주주의를 더 발전시키는 일이며 생태적으로 가는길이고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평형과 균형을 이루려는 생활방식을 회복하는 일이다.



이 책의 제목처람 더 적은것이 더 많은 것이다.



자본주의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하게 된 역사적 배경(봉건제 이후 인클로저 운동), 철학적 사상(데카르트의 이론) 에 대한 설명을 물론이고 그동안 자본주의가 자연과 여성, 남반구의 가난한 국가들을 어떻게 착휘했는지, 성장이란 허상에 갖혀 우리가 해온 결과가 무엇인지, 그래서 지구는 지금 어떤 경지에 이르렀고 우리가 탈피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등을 아주 조목조목 이야기 하고 있다. 내용이 방대하고 중요한 말들이 너무 많아 무엇부터 얘기해야 할 지 모를 지경이다.



희망적인것은 우리가 이 상황을 깨닫고 변화를 추구한다면 포스트 자본주의는 매우 생태적이며 생명을 존중하는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를 실현하고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기후위기 해결의 열쇠가 된다는 사실도 참 멋지다.



이 책에선 구체적 방법을 명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질문을 던질때 우리는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기후위기에 사는 우리 모두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더더욱 읽어보면 좋겠는 책이다.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기술도,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도 아니다. 그레타 툰베리의 말처럼 (We are in the beginning of a mass extinction, and all you can talk about is money and fairy tales of eternal economic growth. How dare you!) 끝없는 성장 이라는 동화에서 벗어나 우리가 공존할 방법을 찾아 행동하는 일이다.



우리는 지금 질문을 던져야 한다.



379p 탈성장은 땅과 사람 심지어 우리 마음의 탈 식민지화를 나타낸다. 커먼즈의 인클로나 해체, 공공재의 탈상품화, 노동과 삶의 탈집약화를 나타낸다. 인간과 자연의 탈물화를, 그리고 생태 위기의 가속화 중단을 나타낸다. 탈성장은 덜 취하는 과정으로부터 시작되지만 결국 가능성의 지평 전체를 열어젖힌다. 탈성장은 우리를 결핍에서 풍요로, 추출에서 재생으로, 지배에서 호혜로, 외로움과 분리에서 생명이 약동하는 세계와의 연결로 데려다준다. 결국 우리가 ‘경제’ 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가 서로와 맺는, 그리고 생명세계의 나머지와 맺는 물질적 관계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 관계가 어떠하기를 바라는가? 지배와 추출의 관계이기를 바라는가 아니면 호혜와 돌봄의 관계이기를 바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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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이동호 지음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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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수로 2년째 페스코채식을 해오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이대로 가다간 내가 살아있는 동안 인류의 종말을 볼지도 모르겠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세상의 모든 탈것에서 나오는 탄소보다 축산업이 배출하는 탄소가 많다고 한다.)

페스코 채식이기 때문에 모든 육지동물은 먹지 않지만 해산물과 생선은 먹고 있는데다 채식주의자가 아닌 가족들에겐 ‘동물복지’ 고기를 사다가 가끔 요리도 해준다. 그러면서 늘 살아있는 생명을 먹는것에 대해, 어디까지가 윤리적인가? 고민해왔다.

‘공장식 축산’ 에 대해선 강력하게 반대한다.
그건 평생 더럽고 좁은 우리에서 몸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사는 가축동물의 동물권을 차치하고서라도 우리에게 절대 좋은 방식이 아니다.

170p. 2019년 도체 검사 결과 다양한 항생제 중 암피실린에 대한 내성률이 소에서 16%, 돼지에서 63%, 닭에서 83%로 확인되었다. 가축과 균의 종류에 따라 그 비율은 다르지만, 거의 모든 가축에서 다양한 항생제 내성균이 검출된다.
(…) 축산물에 남아있는 항생제 내성균을 사람이 직접 먹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가축에게 투여한 항생제의 80%는 배설물과 함께 배출된다. 분뇨에 포함된 항생제에즌 정화 기준이 없다. 그 때문에 항생제는 하천으로 유입되고 축적된다. (…) 항생제와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가 수돗물 원수로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학계의 경고다.

81p. 생태계에 유입되는 약품의 분해속도와 누적량을 인간은 예측할 수 없다. 돼지와 내 건강은 연결되어 있다.

175p. 축산없은 사료회사, 의약회사, 가공식품화사 등이 얽힌 거대한 산업군이다. 업계는 값싼 식품이 빈곤 문제를 해결 할 것이라고 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었고, 식품 불평등은 커졌다. 업계는 비용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전가한다. 온실가스 배출로, 지표슈 사용으로, 지하수 오염으로, 열악한 노동으로, 보건 비용으로 사회가 값을 치르게 한다.

그러면 내가 가끔 구입하는 자연양돈 동물복지 농장의 가축들은 어떠한가? 자연양돈은 동물이 가진 원래의 습성을 살리고 인공의 것을 최대한 배제하여 키우는 방식이다.

10p. 거창하게 표현하면 예의를 갖춘 고기랄까. 생명을 정성 들여 키우고 그 생명을 죽여서 먹는 과정을 통해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고귀함을 지킨다는 면에서 채식의 연장이라고 여겨졌다.

그런데 결국 잡아먹힐 거라면 살아있는 동안 행복했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완전채식(비건) 만이 옳은가?
식물을 제외한 모든 생명은 다른 생명을 취함으로써만 자신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인간은 생명을 먹는것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가?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답을 얻기위해 저자는 직접 돼지를 키우기에 이른다.

이 책은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동물윤리나 채식을 다루는 다른 책들처럼 비장하지 않다.
글도 재미있고 돼지를 데려오는 것부터 집을 만들고, 밥주고, 키우고, 잡는 상황까지도 (물론 겪지 않은 내 입장에서) 약간 코미디다. 그런데 순하게 이야기 한다고해서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겪은일을 바탕으로 부드럽게 하는 말이라 오히려 더 힘이 실리고 설득력이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공장식 축산에 대해 ‘이해(?)’ 하게 되었다. 돼지를 데려오는 일부터 시작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사료대신 여러 농업 부산물을 구해다 먹이는일, 돼지가 진흙탕 속 목욕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일, 마지막으로 고통없이 한번에 잡는 일에 이르기까지… 쉬운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렇게 동물의 습성을 지켜주는 방식으로는 절대 지금과같은 어마어마한 고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동물은 태어날때부터 고깃덩어리이고 감정이고 습성이고 나발이고 사이즈만 커지면 팔아야 하는 상품으로 보아야 늘어가는 수요를 맞출 수 있다. 그 조차도 정부의 어마어마한 보조금을 들이 부어야 가능한 일이다.

또한 나는 ‘누가’ 그 일을 할 것인가? 의 문제도 생각해 보게되었다.
이 책에 나온것처럼 돼지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한번에 보내려고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힘을 합쳐 잡는(힘을 합쳐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일은 현대 사회에서 불가능하지만 이런방식의 육식이 가능하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동물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가지고 모두가 모여 돼지를 잡는 일에 조금이라도 보탬을 주는건 생명을 거둬 그 살을 취하는 사람의 책임 같은거라고 느껴졌다.

137p. 내 몸의 저항을 주도하는 정체는 살아 있는 생명을 망치로 내려친다는 것, 생명을 해치는 행위에 대한 거북함이었다. 내려칠 수가 없었다. 돼지도 생각이 있고, 피가 흐르고, 숨을 쉰다는 그 동질감이 거부감이 되어 나를 압도했다. (…) 그럼에도 나를 돼지 앞으로 데려다 놓은 것은 어떤 예의였다. 돼지를 취할 사람으로서 직접 잡아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 돼지를 마주할수록 그 마음이 커졌다. 잡아먹는게 배신이 아니고 남의 손을 빌리는 게 배신 같았다. 남이 죽인다고 생명을 죽이는 일이 없던 일이 되는게 아니다. 책임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목숨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했다. 남의 살을 먹는 일, 생명을 얻는 일은 쉽지 않다. 그동안 나는 너무 쉽게 살았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그 일을 누구한테 맡기고 있나? 더럽고, 불편하고, 위험해서(분뇨로 인한 가스에 질식사 하는 일들도 발생한다) 내키지 않는 그 일을 이주노동자 등 힘없는 사람들에게 맡기고 우리가 먹는 고기를 위해 일하는 그들을 더럽고 냄새난다며 차별한다.

151p. 미국의 저널리스트 마이클 폴란은 현대인은 “고기를 식탁 앞으로 가져다놓는 과정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면서” 우리가 미개하다고 했던 옛사람들보다 “훨씬 더 동물처럼 먹고 있다” 고 말한다.
우리는 더이상 가축을 직접 잡지 않는다. 먹기 좋게 포장된 상품으로 만난다. 손질할 필요도 없다. 간단히 굽거나 볶기만 하면 되는 식재료일 뿐이다. 돼지 멱따는 소리를 들을일 없으니 돼지에게 미안한 일도 없다. 상품으로서의 고기만 취하는 현대인은 무언가 대단히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동물권 비건들이 주장하듯이 동물도 우리와 똑같은 생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개를 아끼고 동물복지법을 마련한 채식주의자(히틀러)가 유대인들은 무참히 학살한 일, 반대로 인간의 혀의 유희를 위해 동물을 가장 잔인한 사육방식으로 키워 학살하는 일엔 나 아닌, 나와 가깝지 않은 대상의 생명은 경시하는 태도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생명은 존중받아야 한다.

184p. ‘먹방’ 의 시대다. 고기의 식감에 대해, 육즙에 대해 우리는 말한다. 단백질 보충이나 힐링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고기도 한때 숨 쉬는 생명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말하지 않는다. 우리처럼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고, 따뜻한 피가 흘렀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들이 어떻게 자라고 어떻게 죽어서 우리에게 오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매년 가축 전염병이 돌고, 축종별로 돌아가며 수많은 동물이 땅에 묻힐때에야 우리는 비로고 가축이라는 존재를 본다.

185p. 자연양돈 돼지를 만나고도 마음 한편은 어쩐지 불편했다. 돼지도 죽는 순간 울부짖었다. (…) 돼지도 살아 있는 동안 존중받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우리는 구원받을 수 있지 않을까? 가축과 인간이 지난 수천년간 평화로웠듯이 말이다.
싸게 많이 먹는 소비문화는 생명을 억압하는 사육 방식, 미래 자원까지 고갈시켜가며 생산하는 ‘공장식 농장’과 연결되어 있다. 이 소비와 생산의 고리가 가축과 인간의 관계를 왜곡한다. 이 왜곡이 결국은 우리가 살아가는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

적당한 가축은 인간이 먹을 수 없는 농업부산물(멍든사과, 콩꼬투리, 옥수수대 등)을 처리하고 그 분뇨는 다시 땅을 비옥하게 한다. 그렇게 비옥해진 땅은 탄소를 가두어 지구 생태를 건강히 하고 우리가 먹을 작물을 키운다. <사랑할까, 먹을까> 에서 유기농농부님이 자연양돈을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한 말이다.

그런데 그 ‘적당한’ 가축은 지금처럼 지구 동물의 65%를 차지하는 양은 아니다. (지구상 동물은 65%는 사람이 키우는 가축, 30%가 인간, 나머지 5%만이 야생동물이라고 한다. ) 매일같이 고기를 먹고, 고기 국물이나 고기양념이라도 들어간 것을 빼놓지 않고 먹으며, 특별한 날엔 고기를 더 많이 먹는 지금같은 식생활은 인류의 종말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185p. 공장식 축산이 최악의 동물 학대라는 것을 나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공장식 축산은 동물권이 아니라 인간 윤리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가축은 우리 사회의 이면이고 우리 자신이다. 생명에 대한 감각을 잃은 것, 그 자체로 우리는 이미 벌을 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특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기를 안먹거나 적게 먹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온통 항생제와 오물, 스트레스로 가득한 삶을 살다가 비참하게 죽은 독으로 점철된 살들을 건강을 위한답시고 먹는것을 그냥 보고만 있기 어렵다.
정말 불쌍한건 오히려 우리 스스로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방식은 분명 잘못되었다.

뭔가 해야한다.
모든 사람이 채식주의가 될 수 없다면 자연양돈, 자연방목의 동물복지 방식으로 전환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전환은 지금과 같은 고기수요가 있는 상황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밀집사육을 그만두어야 동물복지가 가능하다.

지속적으로 건강한 고기를 먹기 위해서라도 고기를 유의미하게 덜 먹을 필요가 있다.

186p. 고기의 이면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기는 3분 요리처럼 ‘띵동’ 하고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고기 이전에 돼지가 있고, 돼지는 인간과 연결되어 있다. 어떤 고기를 먹을지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 이면까지 알고 선택할 때에야 비로소 진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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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이야기 -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애니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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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한번씩 꼭 읽어보면 좋겠다. 이 책을 겨우 이값만 지불하고 읽었다는게 미안하고 고마울 정도다. 물건이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과정, 이권다툼, 부작용, 불합리 등 숨겨진 많은 이야기들과 환경적인 영향을 세세히 알게되었다. 이제 개념지구인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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