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김헌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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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서포터즈5기 #김헌의그리스로마신화 #도서제공

📓그리스 로마 신화는 나름 등장인물들을 잘 외우는 편인데도불구하고 누가 누구였는지 외우기 힘들만큼 다양한 신들이 등장했다. 아이들도 다 아는 이야기라지만, 제대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은 것은 내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제우스가 바람둥이이고 헤라가 참지 않다는 것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였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단순히 신화를 열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우스가 어째서 그렇게 많은 여성들을 만나고 자식을 낳았는지, 그게 인간의 시선에서 어떻게 해석되는지, 우리가 그 이야기에서 가져야 할 것 무엇인지 선명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신화를 읽으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도덕적이고 인간답게 살고 싶어했는지 그 욕구가 인간본성으로 얼마나 오래 자리잡았는지 새삼 느껴져서 신기했다. 평소 안좋다고 여겨지는 감정들이 불화의 여신에게서 태어났다는 점도, 신들의 독재통치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도 모두 결국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지표가 된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들 신들의 이름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지명이나 특정 요소의 이름으로 자리잡은 모습을 보면 오랫동안 기록되고 구전된 신화가 과거 사람들이 꿈꾼 “이상적인”인간상을 굳히기에 얼마만큼 성공했는지 알 수 있다.

이 많은 신화들 사이에서 개인적으로는 플라톤이 저술한 사후세게에 관한 이야기가 특히 흥미로웠다. 대륙과 인종과 종교를 넘어서 비도덕적으로 살아온 인간이 사후세계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 도덕적 삶을 산 인간은 어떤 대접을 받으며 새로운 삶을 얻게 되는지 같은 것들이 일치한다는 사실이. 결국 인간이 신화에서 얻고자하는 것은 같다. 바른 행실을 하고, 타인과 어울리며 오만하게 굴지 말 것. 그런 것을 후손에게 알리기에 신화만큼 재미와 정확성을 다 갖춘 도구도 없을 것 같다. 그렇기에 그리스 로마 신화가 필독서로 여겨지는 게 아닐까. 마치 막장드라마를 연상케하는 복잡하고도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교훈까지 들어있으니말이다.

신들도 인간처럼 감정적이고 동요하며 탐욕스럽고 정의롭다는 이 이야기를 저자인 김헌 교수님은 편안한 문체로 이끈다. 지난 8월 14일에 열린 저자강연에서 <오이디푸스>이야기를 저서와 같이 편한안 목소리로 약 100분에 걸쳐 들을 수 있었다. 운명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우리는 운명을 거스르려 노력하지만 거스른다고 생각하고 행동한 것조차 사실은 나의 운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인상깊은 강의였다.

우리는 아무리 올바른 삶의 태도를 알아도 교과서처럼 정의롭고 대담하며 용기있게 살아갈 수 없다. 그렇기에 이런 신화를 듣고 전하며 그 마음을 다잡는게 아닐까. 어쩌면 내 삶이 조금 흔들릴 때 찾기에 좋은 저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p.219 '어제의 나는 죽고 오늘 나는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 오늘의 나는 죽고 내일 나는 새롭게 태어난다.‘ 이런 마음으로 반성하고, 하루하루를 새로운 결심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힘을 그리스 비극에서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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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는 혼자 진화하지 않는다 - 인류의 삶을 뒤바꾼 공진화의 힘
피터 J. 리처슨.로버트 보이드 지음, 김준홍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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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을유서포터즈의 일환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객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유전자와 진화를 떠올리면 단순히 생물학적 시각에서 오는 “적응”형태의 신체적 진화를 떠올리게 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따라서 문화의 발전(혹은 진화)는 그런 신체조건의 변이로 인해 따라오는 과학적 문명의 발전에 맞춰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유전자적 진화와 문화의 진화는 공생관계이며, 따라서 공진화한다고 주장한다.

얼핏 보면 당연하게 들릴지 몰라도, 문화가 당연하지 않다는 문장을 마주하면 인간이 문화를 지녔고 그것을 발전시켰다는 사실이 당연하지 않으며 문회가 단순히 인간에게만 적용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집단 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생물에게 문화가 있다. 독특한 방식으로 구애를 하는 수컷 곤충이나, 극지방에서 사는 동물들, 그리고 각 국의 민족이 지닌 민족성과 같은 나라에서도 지역과 가족의 구성단위까지 세세하게 쪼개지는 문화의 차이는 유전자와 별개로 놓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지닌 유전자에 내가 처한 여러가지 환경의 문화가 찍힌 채 태어난다면 우리는 거의 모든 행동을 비슷하게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유전자가 그렇듯, 문화에도 변이가 있으며 사회적 환경에 맞춰 모방하고 순응하며 각자의 진화를 해나간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문화는 단순히 적응만 하지 않는다. 많은 과정에서 부적응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부적응 상태에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의 진화를 꾀하기 때문에 문화는 적응적이며 동시에 비적응적이라고 주장한다. 이게 진화의 메커니즘이 아닐까.

이것은 단순히 유전적 진화를 넘어 우리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민자의 자녀가 이민 1세대 부모와 정서적으로 얼만큼 다른지, 같은 국민이어도 지역별로 왜 판이한 정서를 갖고 있는지 설명하는 데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어보인다. 문화가 급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대사회에서 이 문화의 진화가 유전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가 동물과 어떻게 다르며, 영장류와 어떻게 다른지 또 다윈이 이야기한 개체군 진화의 오류는 무엇인지 과학적 간극을 줄인다. 단순히 타인과 우리의 차이를 문화적 차이라고 이해하는 걸 넘어서 인문학적 지식의 확장으로 이어질 좋은 책이다.

p.247 문화적 진화가 그 이후로 얼마나 맹렬하게 나아갔든지 간에, 그것든 어떤 적응적인 도전에 맞서 자연선책이 작용하여 복잡한 적응을 쌓아 올렸기 때문에 발생했다. 문화는 오직 개체군 수준의 속성을 갖기 때문에 표현형적 가소성이 있는 예외적인 체계이다.

p.319 유전자는 문화를 구속하고 있다. 문화는 약간은 배회할 수 있지만, 완전히 벗어나자 시도한다면 주인인 유전자가 제어할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이 진실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유전될 수 있는 문화적 변이는 자기 스스로 진화적인 동역학에 따른다. (...)결과적으로 발생한 문화적 환경은 유전자의 진화적인 동역학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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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의 두건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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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서포터즈 #캐드펠수사시리즈 #북하우스 #도서제공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시리즈 그 세번째 이야기.
<수도사의 두건>은 수도원 내 영지를 기부하면서 그 조건으로 남은 생을 수도원의 지원으로 살아가려는 한 영주의 계약으로부터 시작된다. 얼핏보면 우리의 수사 캐드펠과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계약은 캐드펠의 평온함을 일렁이게 만드는 커다란 계기가 된다.

사건은, 그 영주가 수도원 내에서 독살을 당하며 시작되는데 이 독든 캐드펠이 치료용으로 만든 ‘수도사의 두건’으로 밝혀진다. 캐드펠의 시선이 닿은 사건현장에는 파고들 수록 엉켜있는 가족사가 있다.

캐드펠 시리즈는 각 사건이 달라 순서를 달리해도 크게 지장이 없지만, 종종 앞권의 이야기가 등장해서 순서대로 읽는 것을 추천한다. 이번 이야기는 살인사건 뿐만 아니라 수도원 내 감도는 권력다툼도 한 몫 거들어 캐드펠 수사의 추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간다. 살인의 곁에 언제나 있는 인간의 욕심과 충동과 자존심은 언제나 중요한 캐드펠의 실마리가 된다.

이번 이야기는 가족들의 비극을 그려서 그런지 인물들 간의 관계가 유독 돋보였다. 예측할 수 없는 실마리와 생각보다 쉽게 추론되지 않는 범인의 윤곽이 캐드펠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같다. 표지에서 가득 느껴지는 캐드펠 수사의 시선만이 범인을 낚아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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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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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 제2권 <시체 한 구가 더있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긴장감은, 다소 여유롭게 진행되던 1권과 다르게 초반부터 박진감있는 전개로 이어졌다. 1138년 왕위를 놓고 전쟁중이던 시기, 캐드펠 수사는 처형된 포로들의 시신을 처리하는 일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포로가 아닌 자가 살해당한 채 포로의 시신에 섞여 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캐드펠 수사 특유의 섬세하고 날카로운 시선과 그를 감추려는 듯 여유로운 동작들은 1권보다 이번 이야기에서 특히 더 잘 묘사된다.

캐드펠의 눈에 경계해야하는 자인지 믿을 만한 자인지 걸러내지는 장면이 독자로 하여금 꽤나 초조하게 진행되는 편이다. 사소한 단서 하나도 놓치지 않는 노련한 수사의 추리능력의 발산이랄까.

권력다툼에서 희생되는 것은 단순히 전장에 나간 인물만이 아니라는 점도 시사한다. 단순히 지지하는 인물이 다르다고 해서 베어내지는 목숨이라니. 그러한 목숨을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치열한 공방으로 빼앗길까 초조해지는 맛이 이번 이야기의 묘미다.

시체 한 구가 더 있다는 섬뜩한 제목에서 주는 쫄깃함을 맛볼 수 있어 캐드펠 역사 수사 시리즈에서 주목할 만한 이야기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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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달달북다 1
김화진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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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북다 #북다 #도서제공 #달달서포터즈
#개를데리고다니는남자

📓북다의 달달한 로맨스 소설 시리즈 중 첫번째인, 아주 작고 얇은 단편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는 평범한 회사원인 여주인공이 출근 전 자주 들르게 된 떡집에서 만난 남자와의 로맨스를 그린 소설이다. 초반에 전개되는 2030여성의 흔한 고민과 언젠가 나도 들었을법한 익숙한 조언들은 지극히 현실감 있게 다가와서 낯선 남성과의 만남과 감정의 고조가 더욱 설렜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결말에서 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기대한 것과 다른 결말에 나와 다른 타인의 연애관에서 느껴지는 크나큰 차이점은 물론이고 사랑을 확인하는 방식의 차이가 커다핳게 느껴졌다. 여주인공을 이해해보려 애써본 나의 결론은 어쩌면 지극히 평범해서 권태로운 삶을 보내던 그녀에게 새로 나타난 이 남자는 처음으로 경솔해지고 일탈을 일삼아보는 설레임을 느끼게 해줬다는 것. 그래서 그녀가 스스로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대담함을 내보였다는 것. 이 정도 일까? 그러면서 동시에 남자에 대한 실망도 없지 않아 있었다. 아무래도 난 여전히 고지식한 연애관을 갖고 있는듯!🤣 주인공과 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번 달달북다x칙릿 시리즈는 말 그대로 2030미혼 여성의 이야기가 주가 되어서 아마 이런 가치관의 충돌과 공감이 계속될 것 같아 오히려 기대가 된다. 이 책은 누군가에게 달달을 혹은 달고 매운 맛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난 달다가 매워짐! 그리고 사랑앞에서 누구든 한껏 귀여워질 수 있는 책이다.

📖p.45 그러다가 문득, 나는 언제나 뭔가가 고프지 않은 동시에 고팠는데, 그게 아마도 사랑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이 있기는 있는 동시에 없는 것만 못하게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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