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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밤 - 당신을 자유롭게 할 은유의 책 편지
은유 지음 / 창비 / 2024년 1월
평점 :
읽은 책에 흔적 남기기를 좋아한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구절에 플래그를 붙이고 그보다 더 마음에 남은 곳엔 밑줄을 긋거나 접어둔다. 흔적이 많이 남은 책은 재독할 책이 모인 칸에 꽂힌다.
<해방의 밤>이 그런 책이다.
<해방의 밤>은 은유 작가가 독자에게 보내는 독서 편지이자 작가 자신을 해방시켜준 말들에 대한 기록이다. 작가는 목동 양천도서관을 자주 방문했던가 보다. 우연히 걸려든 책에 기대어 하루를 살고, 그 책들을 나침반 삼아 열권 넘는 책을 썼다.
편지글이라 이전과는 다르게 좀 더 가볍게 읽힐 것이라 생각했다. 쉽게 읽힌다고 가볍다는 게 아니다. 1부 <관계와 사랑>을 읽어나가다가 글의 밀도와 묵직함에 쉽게 진도를 나갈 수 없었다. 4부 각 한 꼭지씩 읽으며 음미했다.
1. 세상에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수없이 일어난다. 사실 인간으로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결혼과 출산, 육아를 선택했지만 그 여정은 녹록지 않다. 아내이자 엄마, 며느리, 딸, 교사로서의 역할에 치여 숨이 목까지 차오를 때가 부지기수였다. 나의 삶을 돌아볼 시간도 많지 않았고 '자기 보호의 경계'를 세우는 것도 아프고 나서야 알았다. 독립된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찾는 노력은 매일 이어지고 그 노력이 때때로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죄책감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자녀가 내 인생의 우상이 되기도 하는 순간들. 시간을 쪼개어 쓰고 (성)취를 도모하는 삶을 사느라 진정 돌보아야 할 내 마음과 내 편인 가족들에게 소원해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현재의 내 삶은 나의 여러 선택과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만나 이루어진 '나만의 것'이다. 잠깐의 깨달음에 한계와 제약 속에서도 글을 쓰고 그 경험으로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삶으로 이미 아름답다.
2. 소수자들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인간을 소모품처럼 사용하는 사회 시스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정상 범주에 들면 안정감을 느끼는 인간 본능은 책을 읽고 사유할수록 "아 그렇구나."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나와 다른 존재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게 하고 외면하고 싶은 사회의 단면을 바라보도록 용기 주는 책이다.
3.
현대 사회의 결핍과 욕망은 블로그나 유튜브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드러난다. '월 000원 쉽게 버는 이야기'나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라는 등 '경제적 부'를 향한 자기 계발서들이 넘쳐난다. 유명 유튜버의 말이나 책의 내용대로만 하면 '당신은 성공할 수 있다'라는, 상상도 못할 부를 축척하게 될 것이라는 비슷한 이야기가 나에겐 조금 껄끄럽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다만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가는 과정과 결과 이후의 삶이 '나와 가족의 안락함'이 전부가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나만의 쓸데없는 걱정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