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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문방구 1 : 뚝딱! 이야기 한판 - 제28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
정은정 지음, 유시연 그림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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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 "창비 좋은 어린이책 수상작" 금박이 반짝거린다. 박진감 넘치는 공상 과학 영화 못지 않게 아이들에게 오랜 세월 인기를 얻는 옛이야기 속 도깨비와 귀신은 대를 이어 전해져 오기에 지겨울 만한데도 지겹지 않다. 딴짓하던 아이들도 '도깨비, 귀신' 이야기라고 하면 귀를 쫑긋 세우기 마련이다.


자극적인 소재와 극단적인 결핍을 가진 주인공이 자주 등장하는 시대다. 유튜브와 SNS에 빠져 웬만한 소재에는 심드렁한 아이들에게 책으로 관심을 돌리게 하려면 책도 자극적이어야 하는 걸까.

<아무거나 문방구>는 순하고 착한데 신기하게 맛있는 동화다.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는 도깨비가 고양이 귀신과 아무거나 문방구를 운영하면서 만나게 되는 손님의 결핍은 소소하면서도 공감간다 . 손님은 문방구에서 도깨비에게 얻은 물건으로 자신의 고민을 해소하는 듯 하지만 문제가 발생한다. 이 흐름이 어딘지 모르게 친숙한데 그 이유는 유년 시절 한 번 쯤은 들어봄직한 옛이야기를 닮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야기의 흐름이 옛이야기에 끼워맞추기 위한 억지스러운 느낌도 없다. 사건의 주인공이 도깨비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부분은 교훈도 담뿍 들어가 있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도깨비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귀하게 여기고, 아이들은 도깨비에게 자신이 깨닫게 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학부모이자 독자로써 흐뭇한 웃음을 짓게 한다.


도깨비, 고양이 귀신, 옛이야기를 절묘하게 잘 버무린 착한 동화. 내가 알고 있는 옛이야기를 떠올리며 뒷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겠다. 다음엔 어떤 옛이야기가 모티브가 될지 궁금하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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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103 소설Y
유이제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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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걱정으로 머릿 속이 복잡한 시기, <터널 103>은 며칠 밤 동안 나의 도피처가 되어 주었다.

작가의 바람처럼 '내일의 시간을 빌려와 사용할 만큼' 재미있었다. 다만 다음날의 컨디션을 신경써야 하는 역할인으로서 규칙적으로 분량을 나누어 읽었다.

<터널 103>은 무피귀들의 습격으로 터널에 갇혀 사는 다형이 마을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터널 밖으로 나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머릿 속으로 검은과부거미섬 지도가 펼쳐지는 듯 하다.


친절하게도 책의 앞쪽에 검은과부거미섬 지도가 그려져 있어 상상력의 깊이를 더하게 한다. '피부가 없는 괴물'인 무피귀를 피해 터널에서 지내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현실감있게 묘사하여 어떤 장면은 인상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이 소설에는 재난 영화의 전형적인 인물 유형들이 대거 등장한다. 재난 상황 중에도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며 대중을 위하는 척 가면을 쓴 터널의 촌장 황필규와 자신의 가족이나 마을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다형이 대립한다. 다형은 터널 밖 세상에서 또다른 생존자 라승하를 만나게 되고 도움을 받는다. 그들은 새로운 유형의 괴물들을 만나게 되고, 괴물보다 더 괴물같은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이야기의 흐름은 보통의 재난 영화의 스토리라인과 흡사하여 걸리는 부분 없이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그러면서도 진부하거나 지겹지 않고 흥미진진하다.

무피귀들에게 쫒기거나 대결하는 장면은 꼭 내가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든다. 몸에 힘을 주게 될 만큼 선명하게 그림이 그려진다. 그만큼 작가가 아주 세심하게 장면을 연구하고 스케치했다고 생각한다.

<터널 103>에는 같은 사람임에도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이 등장한다. 반무피귀라든지, 싱아라는 아이라든지. 다르다는 이유로 혐오감과 공포감을 먼저 느끼게 되는 주인공들이 낯설지 않다. 우리 사회, 소수자의 모습을 다룬 것 같기도 했다. 회형은 주인공 다형이나 승하와 흡사하지만, 내면은 괴물처럼 변해버린 인물도 등장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건 무엇일까? 외면이 내면이라는 당연한 결론을 내려보았다.

또다른 세상에 푹 빠져 잡다한 고민을 잊게해준 소설로 새로운 곳에서 펼쳐질 인물들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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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분실함 초등 읽기대장
박상기 지음, 하민석 그림 / 한솔수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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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을 청소하다 보면 주인 잃은 물건들을 쉽게 발견한다. 학교, 가정에서 끊임 없이 제공되는 학용품과 그 외 옷이며 휴대전화까지. 아이들은 없어진 물건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기적의 분실함>은 제 1회 한솔수북 선생님 동화 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다. 수상 작가인 박상기 선생님은 이미 2013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에 청소년 소설이,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로 당선하여 동화 <바꿔!>, <오늘부터 티볼!>,<도야의 초록 리본> 등을 집필하신 기성 작가다.



초등학교 현관 구석에 있는 분실물 보관함. 어느 날 세상에서 하나 뿐인 성호의 레드 가방이 그곳에 버려지게 된다. 성호는 추억이 깃든 가방을 찾아 헤매고, 레드 가방도 성호를 걱정하며 탈출 계획을 세운다.

결핍을 가진 아이들


누구에게나 결핍은 있다. 교실이라는 공간, 많은 아이들은 각자의 결핍이나 어려움을 마음 속에 품으며 지낸다.

등장인물인 성호와 창욱이 그렇다. 아이들은 오랜 시간 투병 중인 병약한 엄마와 보호자였던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흔들린다. 아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물건들이 있어 참 다행이다. 물건의 자리에 그 아이의 단 한 사람이 대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사랑이 깃든 물건에게 영혼이 있다면?


<기적의 분실함>에는 영혼이 있는 물건들이 등장한다. 주인이 물건을 사랑하고 잊지 못하면 그 기간 동안 물건은 영혼이 있는 존재로 머물게 된다. 

몸이 아픈 엄마가 병원 생활을 하면서 예쁘게 새겨준 빨간 로봇 '레드' 가방은 성호에게 보물 1호다. 그리고 이야기의 또다른 인물인 검정 마스크를 쓴 아이 창욱에겐 너무나 소중한 할아버지의 물건인 시계가 있다.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나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은 뭐지?', '내 물건에도 영혼이 있다면?' 생각해보며 읽는다면 더 재미있겠다.

작은 기적들이 일어난다면?

'분실함'이라는 작은 세계 속, 할 수 있는 건 그저 가만히 주인을 기다리는 것 뿐일 것 같은 물건들이 무슨 계획을 세워 주인과 만나게 될까. 궁금한 마음에 이야기를 쭈욱 따라가 본다.

기적은 당사자의 강한 의지와 바람에서 시작된다는 걸, 누군가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싹튼다는 걸 배우며 마음이 따스해진다.

물건을 쉽게 잃어버리고, 사는 것이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중저학년 동화책으로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교실 속 아이들과 '나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소중한 물건에게 마음이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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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밤 - 당신을 자유롭게 할 은유의 책 편지
은유 지음 / 창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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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에 흔적 남기기를 좋아한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구절에 플래그를 붙이고 그보다 더 마음에 남은 곳엔 밑줄을 긋거나 접어둔다. 흔적이 많이 남은 책은 재독할 책이 모인 칸에 꽂힌다.

<해방의 밤>이 그런 책이다.

<해방의 밤>은 은유 작가가 독자에게 보내는 독서 편지이자 작가 자신을 해방시켜준 말들에 대한 기록이다. 작가는 목동 양천도서관을 자주 방문했던가 보다. 우연히 걸려든 책에 기대어 하루를 살고, 그 책들을 나침반 삼아 열권 넘는 책을 썼다.



편지글이라 이전과는 다르게 좀 더 가볍게 읽힐 것이라 생각했다. 쉽게 읽힌다고 가볍다는 게 아니다. 1부 <관계와 사랑>을 읽어나가다가 글의 밀도와 묵직함에 쉽게 진도를 나갈 수 없었다. 4부 각 한 꼭지씩 읽으며 음미했다.

1. 세상에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수없이 일어난다. 사실 인간으로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결혼과 출산, 육아를 선택했지만 그 여정은 녹록지 않다. 아내이자 엄마, 며느리, 딸, 교사로서의 역할에 치여 숨이 목까지 차오를 때가 부지기수였다. 나의 삶을 돌아볼 시간도 많지 않았고 '자기 보호의 경계'를 세우는 것도 아프고 나서야 알았다. 독립된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찾는 노력은 매일 이어지고 그 노력이 때때로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죄책감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자녀가 내 인생의 우상이 되기도 하는 순간들. 시간을 쪼개어 쓰고 (성)취를 도모하는 삶을 사느라 진정 돌보아야 할 내 마음과 내 편인 가족들에게 소원해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현재의 내 삶은 나의 여러 선택과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만나 이루어진 '나만의 것'이다. 잠깐의 깨달음에 한계와 제약 속에서도 글을 쓰고 그 경험으로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삶으로 이미 아름답다.

2. 소수자들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인간을 소모품처럼 사용하는 사회 시스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정상 범주에 들면 안정감을 느끼는 인간 본능은 책을 읽고 사유할수록 "아 그렇구나."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나와 다른 존재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게 하고 외면하고 싶은 사회의 단면을 바라보도록 용기 주는 책이다.


3.

현대 사회의 결핍과 욕망은 블로그나 유튜브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드러난다. '월 000원 쉽게 버는 이야기'나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라는 등 '경제적 부'를 향한 자기 계발서들이 넘쳐난다. 유명 유튜버의 말이나 책의 내용대로만 하면 '당신은 성공할 수 있다'라는, 상상도 못할 부를 축척하게 될 것이라는 비슷한 이야기가 나에겐 조금 껄끄럽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다만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가는 과정과 결과 이후의 삶이 '나와 가족의 안락함'이 전부가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나만의 쓸데없는 걱정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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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 - 제2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보름달문고 93
하신하 지음, 안경미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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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은 제 2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작으로 5편의 단편동화가 묶인 동화집이다. 5편의 동화는 독자에게 광활한 세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반짝이는 별먼지>에는 여행자의 집인 '별먼지'에 사는 할머니와 손자가 등장한다. 할머니는 50년 동안이나 신비로운 복권에 당첨되기를 기다렸다. 어느 날, 별먼지에 제로라는 여행객이 찾아온다. 제로는 "전 아주 오랫동안 외계인을 찾아다녔어요."라고 말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외계인이다.)


<타보타의 아이들>는 로봇 TAT-129가 주인공이다. 인간과 수준 높은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설계된 인간형 인공지능 로봇. 인간들은 인간이 살 곳을 만들기 위해 '타보타'라는 행성을 탐사하다가 포기하고 화성으로 돌아갔다. 로봇이 생명체 '이끼'를 발견한 뒤 그 생명을 지키기 위해 연합하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달로 가는 길>도 감정을 가진 로봇이 등장한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는 인간 아이가 실은 폐기 대상 로봇이라는 설정이 마음 아팠다. 통증을 느끼고 기쁨과 슬픔 등의 여러 감정을 느끼는 로봇을 개발하는 게 맞는 걸까? 동화를 읽으며 마음이 저릿했다.


<들어오지 마시오>는 일진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소년이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과의 조우로 문제상황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학교에서는 모범생이지만 학교 밖에서는 길고양이를 학대하고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가 등장한다. 의도치 않게 통쾌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지나 3.0>은 달의 폭발로 지구를 떠나 우주에서의 새로운 터전을 찾는 가족들의 이야기다. 프록시마 켄타우리b 행성으로 향하는 우주선 안에서 등장하는 신기술들은 그럴 듯하다. 주인공의 엄마와 동생 지누는 동면 상태에 들어가고, 아빠와 주인공 지나도 오랜 시간 우주 생활을 견디기 위해 인간의 몸을 보완해 나가는 이야기들이 담담하면서도 애틋하다.


미래사회 로봇과 인간의 사랑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했다. '한낱' 기술이 인간과 감정을 교류할 수 있겠나 싶었다. 부품처럼 다른 것으로 대체 가능한 로봇의 슬픔을 생각하면 감정이입되어 몸서리쳐졌다.

살아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몸의 기능을 보완하며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사이보그라고 한다면 우리와 로봇이 다른 건 무엇일까? 몸과 생각, 감정을 느끼도록 로봇을 설계한다면 인간은 로봇의 창조주인가?

우리는 늘 미지의 세계를 상상한다. 경험하지 못한 광활한 우주를 떠올리며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고 읽고 본다. 독자들이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책으로 동화로 분류하기 애매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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