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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님 발자국 ㅣ 베틀북 오름책방 4
황선미 지음, 최정인 그림 / 베틀북 / 2009년 1월
평점 :
저.. 이 글을 읽어내려가며 결국 울었어요.. 어쩜 이렇게도 사람의 속 마음을 잘 표현해 놓았을까... 이야기에 취해 단숨에 읽어내려갔어요. 황선미 작가님의 글을 읽는 것 처음이다. 이렇게 가슴 울리는 동화로 만나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 창문으로 참나무와 햇빛을, 밤이면 별을 볼 수 있는 집에 살게 된 것은 어쩌면 도둑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게 빛이라는 사실을 알려준 도둑이라니. 아이는 건강해졌고, 나도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그날의 도둑은 우리를 더 우리답게 만들어 준 손님이었는지도 모른다. ..."
작가의 말을 읽으며 도둑에 대한 기억.. 실은 내게도 도둑맞은 집.. 아니.. 스무살 자취시절... 내가 자고 있는 틈을 타 방안에 들어왔던 도둑을 만난적이 있기에 특별하게 다가왔던 제목.. 황선미 작가 특유의 문장력, 표현력 하나하나 나의 가슴에 깊게 눌러 앉았다. 어머 어떻게 이렇게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내심 부러움에 책장을 넘기는 손이 기대로 가득했다. 첫 제목부터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으며 어찌하여 도둑에게 도둑님..이라는 존칭을 썼는지... 마지막장을 내려놓으며 작가의 의도를 알것 같더라. 삽화의 색감이 부드럽고 장난끼 많고 개구진 스케치의 느낌이 참 예뻐서 아이도 무척이나 좋아한다. 이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수있는 가정... 부유하지 않은 우리네 삶을 상연이 형인 도연이가 이야기의 주체가 되어 세심하게 풀어 놓는다. 아이가 셋인 나이게 아직까지 상연네만큼 큰 아이가 없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도둑이 든 상연이네 반지하방. 읽어버린 물건들을 하나씩 찾아가며 결국 상연이가 없어졌다는 사실를 알게 되는 가족들...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몰랐던 감정들을 알아가게 되면서 이 이야기는 희망을 품게 한다. 무용수가 꿈이었지만 팍팍한 형편에 미니화분을 만드는 일을하러 나가야만 했던 엄마, 아픈몸으로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며 좀 더 늦기 전에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하는 꿈을 갖고 있었던 아빠, 내게 눈물을 쏟게했던 그 도둑님 발자국은 바로 작은 상연이의 발자국. 그 발자국이 남겨져야만 했던 사건의 발단이 내 마음을 저리게 했다. 며칠간 설사를 하던 상연이.. 어찌 엄마가 그걸 몰랐을까..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서로에게 무관심해진게 안타까웠다. 난 세살짜리 작은아이를 몇분간 잃어버린 기억이 있다.. 다행히 큰 도로를 벗어나기 직전에 남편이 찾았지만.. 만삭의 몸을 이끌고서 난,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만 했었다. 그 때의 그 기억.. 아이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입안의 침이 다 말라버려 혀가 오그라 들고 손과발이 죄다 절여오고 머리가 멍해졌었다.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기억이다.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하기 싫은 옛 기억들이 되살아나 마음이 너무 아팠다. 없어진 건 만원한장, 박하사탕, 냉동볶음밥, 가족사진... 상연이가 그토록 보고 싶어하는 개 야론을 위해 챙겨간 냉동볶음밥.. 이제 한동안 볶음밥만 보면 상연이가 생각날 것 같다.. 가족간의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느끼게 해준 소중한 동화였다. 황선미 작가에게 푹.. 빠져버린 행복한 시간이었다. 상연이네가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다시 찾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