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읽기와 쓰기, 그 중에서도 읽기를 특히 애정하기에 나는 번역이 나를 위한 일이라 확신했다. 내게 번역은 하나의 직업이기 전에 삶의 태도다. 조용히 그리고 끝없이, 배우고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서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살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2. 보즈 바이어에게 읽기란 텍스트 속에 고정된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이 아닌 의미를 창조해 나가는 과정이다. 나는 읽기가 적극적 행위라는 보즈 바이어의 의견에 완전히 동의한다. 생각을 표현하기에 언어는 불완전한 도구다. 생각이 언어를 통해 글이 될 때 여기에는 언어를 미처 획득하지 못한 못한 생각이 얼마간 있는 탓이다. 따라서 독자는 글을 읽으며 작가가 언어로 미처 포획하지 못한 생각을 자신의 상상력으로 채워나가야 하는데 여기에 독자의 자리와 독서의 재미가 있다. 3. 가장 집요한 독자인 번역가의 쓰기는 ‘읽기의 결과물’로, 정신의 결’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번역이 더없이 개인적인 작업이며 하나의 원문을 두고 다양한 번역이 가능한 건 바로 이 때문이다. 4. 작가와 마찬가지로 번역가에게도 읽기를 통해 얻은 생각을 포획하는데 언어는 불완전한 수단이다. 내가 소화한 문장을 타인의 언어로 다시 쓰기, 그러니까 번역은 불완전함을 감당할 때 가능한 행위다. 완전하지 못한 채로 나아간다. 불완전함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_mho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