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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트러몰로지스트 1 - 괴물학자와 제자
릭 얀시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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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낡은 수레가 시골길을 삐그덕 거리면서 굴러간다.

수레 위에 있는 물체의 육중한 무게 때문인지 수레를 끄는 암말과 그 주인인 늙은 노인은 땀을 비처럼 흩뿌리며 시골길을 걸어간다.


노인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꽉 채운 것은 미지의 세계를 맛보았다는 두려움.


수레 위에 있는 정체 불명의 물체가 낡은 저택으로 배달되고,

저택의 유일한 거주민인 위스롭 밥사와 윌은 수레위의 정체불명의 물체를 통해 괴물들의 세계에 다가가게 된다.


괴물과 인간,

진짜 위협은 과연 누구일까.





1. 인간은 왜 괴물 이야기를 좋아할까


어린 시절 나는 항상 침대의 벽쪽에 등을 대고 바깥을 바라봐야만 잠이 들었다.

혹시라도 방에 괴물이 나타난다면 보고 도망치기 위해서 밖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몸을 틀어야만 잠에 들 수 있었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어린시절 다양한 종류의 괴물을 두려워 하였을 것이다.

침대 밑에서 갑자기 손이 튀어나와 나를 침대 밑으로 끌고 갈 것이라는 상상,

혹은 사람 손바닥 만한 거대 벌레가 얼굴에 내려 앉는 상상,

아주 작은 인간, 혹은 아주 큰 인간 등등

괴물의 종류는 아마 괴물을 상상하는 인간의 수 만큼 있을 것 같다.



괴물에 대한 인식은 시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괴물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시대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계속해서 괴물을 생각하고 괴물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괴물에 대해 흥미를 가질까?



18세기 말 보르헤스는 '상상 동물 이야기'라는 책을 썼다.

그리고 몇 해 전 캐스퍼 샌더슨이라는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을 쓰면서 현대판 상상 동물에 대해 다시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에서 핸더슨은 사람들이 '괴이한 생명체(=이하 괴물)'에 관심을 갖고 궁금해 하는 이유는 그들이 가진 괴상한 외형을 보고 끔찍하다고 여기는 것 뿐만 아니라

그러한 괴이한 생명체를 통해서 자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나아가 자연의 일부인 인간 또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몬스트러몰로지스트에서는 괴물을 하나의 연구의 대상으로 보고 '괴물학'이라는 학문 분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특히 괴물학과 괴물학자, 그리고 그 대상인 '괴물'에 대한 일반적인 시선과 학자로서의 시선을 함께 번갈아 가며 보여주면서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나쁜 것은 괴물일까? 아니면 인간일까? 괴물이 우리의 불청객일까, 아니면 우리가 괴물의 불청객일까?"


18세기에 비해 자연과학이 더욱 진보했다고 여겨지는 오늘 날 우리가 여전히 괴물들의 이야기에 시선이 가는 이유는

여전히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해 더 잘 알고싶어하는 인간의 끝없는 호기심때문일 것이다.





2. 불청객


이야기 중 등장한 괴물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인간 사회에 찾아온 불청객'과 같은 태도로 그들을 처신하는데에 비해

괴물학자인 위슬롭은 인간이 괴물세계를 파괴하는 불청객이라 이야기 한다.



자연의 본능에 따르면 강한 것이 약한 것을 잡아 먹는다.

강한 것은 약한 것을 잡아 먹도록 태어나졌다.

그래서 우리가 빵이나 사과에 연민을 느끼지 않는 것 처럼, 사자는 자기의 먹이에 연민을 느끼지 않는다.

그렇다면 괴물도 인간을 잡아먹으며 연민을 느끼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위슬롭의 이야기는 우리가 자연과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준다.

우리는 우리가 관계를 맺고 있는 주변에 환영받는 손님일까, 아니면 불청객일까.



그리고 이 대사는 위슬롭의 제자인 윌에게도 영향을 준다.

위슬롭의 전 조수였던 아버지가 집에 일어난 화재로 인해 어머니와 함께 죽고 난 다음, 혼자가 된 그를 위슬롭이 거두게 된다.


그러면서 조수로서의 삶을 시작하면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의 직업과 미래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면서

괴물학자의 제자라는 자신의 현재 처지를 비관하곤 한다.



자신의 연구에 미친사람처럼 빠져드는 위슬롭 밑에서 그의 괴물에 대한 학구열을 이해하지 못하던 윌은

우연히 위슬롭의 과거사 이야기를 알게 되고, 그의 과거와 관련된 다양한 사건을 마주하게 되면서 위슬롭에게 연민을 품고 그 또한 자신과 같은 처지임을 이해하게 된다.


작품 초반 위슬롭의 곁에서 '마지못해' 받아들여졌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불청객이라 생각했던 윌은

위슬롭과의 관계맺기를 통하여 자신의 가장 큰 트라우마를 수용하게 되면서 마침내 연구자와 조수로서 신의있는 관계를 발전시키게 된다.


동시에, 윌은 괴물들이 있는 세계에 발을 디딘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괴물학자의 제자인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게 되면서

자신의 삶에 찾아온 불청객 같은 사건들을 수용하고 마침내 조수라는 새로운 자아로 나아가게 된다.


윌의 관계맺기를 통해 우리는 괴물과 같이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우리 삶 속의 시련들을 마주하는 방법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3. 숨막히는 전개, 그리고 괴물


이 작품의 좋은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이야기의 흐름 속도가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는데 있다.

필요한 부분에 대한 묘사는 섬세하면서도 현장감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으면서

또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상황의 흐름이나 인물의 내면 생각의 흐름도 잘 짚어내고 있다.


작품 중 두 사람이 낡은 정신병원을 찾아는 장면에서 낡은 정신병원이 주는 분위기를 잘 담아내고 있다.

괴기하면서도 쿰쿰한 냄새, 인권이 유린되고 있는 정신병원 내부의 환자들의 비명과 회유,

병원에서 나는 냄새에 대한 묘사나 날카롭게 묘사되어 있는 정신병원 내부의 모습은 바이오하자드같은 그래픽이 괜찮은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 하는 느낌을 준다.


여기에 나이 답지 않게 윌의 시선(극중 윌은 12세 남자아이이다.)으로 바라보는 다른 인물에 대한 묘사나 윌 자신의 내면의 생각에 대한 기술도 훌륭하다.

대게 이런류의 소설은 사건의 전환과 흐름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인물이 평면적으로 굳어지기 마련인데

윌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인물들의 행동 묘사, 대사처리의 방식은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다양한 굴곡을 담고 있다.



그 안에서 묘사되고 있는 괴물의 형체.


이 소설을 읽는 내내 그 괴물은 내 머리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입에서 퀴퀴한 냄새를 내뿜으며, 수십개의 이를 다가닥다가닥 부딪히면서

그 까맣고 어둠만이 내려앉은 양 어깨 위의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듯 하였다.


소설 안에서 묘사되고 있는 괴물의 외형에 대한 이야기 (괴물의 이미지는 안트로포바기.. 라고 구글링을 하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손 끝에 느껴지는 질척거리는 느낌, 금속의 새된 느낌과 손가락 마디마디에 느껴지는 단단한 감촉

괴물의 입에서 나오는 퀴퀴한 냄새, 비릿한 피냄새와 뒤섞인 시체썩는 냄새

그리고 끝없이 묘사되는 윌의 눈에 비치는 인간 사회의 이야기와 괴물 사회의 이야기는

이 책을 펴자마자 단숨에 끝까지 완독하게 되는 매력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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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밤 당신에게 필요한 이야기
스탕쥔 엮음, 오하나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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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마의 시간'이라 불리는 특수한 시간대 입니다.

감성이 폭발하여 뜬금없는 글을 쓰고싶다는 충동에 휩싸이기도 하고, 술 한 잔 기울이며 인생에 가치에 대해 논하기도 하면서

터질듯한 감성을 주체하지 못해 눈물로 밤을 지새우기도 하는 시간입니다.


희안하게도, 이 감정은 밤 10시를 기점으로 무르익다가 새벽 2시에 정점을 찍고, 이후에는 씻은듯이 사라지면서 부끄러움만 남기곤 합니다.




새벽을 넘기는 이 감성의 원인도, 시작도 전혀 모르겠지만 그 순간 만큼은 우리를 꿈꾸는 사람들로 이끌어 가주는 덕분에

나이를 먹으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꿈많고 사랑을 품는 이들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진 작은 이야기들과 이야기 속에 다른 이야기들이 함께 섞여 있으며,

주제에 대한 대강도 없이 다양한 이야기가 마구잡이로 튀어나오곤 합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 모두가 다 밤에 함께 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이야기들 입니다.


어떤 이야기는 그냥 읽는 것 만으로도 치유받는 느낌과 달달한 느낌이 들면서

또 어떤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에, 그들의 결론에 내 의견과 상황을 이입하며 가뜩이나 생각 많은 밤, 더 잠못들게 이끌어 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가, 라고 생각하곤 하였습니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은 분명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 각자의 선택과 삶의 모습, 또 그러한 결정이 이끌어 내는 결과들은 분명 우리에게 한 번 더 생각할 기회를 주곤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책의 기준이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 제 개인적인 의견이라면

한 호읍보다는 쉬엄쉬엄 보면서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책, 이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에서라면 이 책은 분명 좋은 책임에 틀림 없습니다.



쉬운 이야기 속에도 긴 밤을 새며 곱씹을 주제가 담겨 있고,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삶에 대한 위로를 찾을 수 있는 책 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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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 (캐스 키드슨판)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캐스 키드슨판)
제인 오스틴 지음, 권민정 옮김 / 시공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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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매를 둘러싼 사랑과 우정,

그 안에서 영국 특유의 중산층의 격식 문화가 어우러 지면서 발생하는 여러 에피소드들이 절묘하게 버무러진 소설입니다.


제인오스틴의 대표작 중 하나인 만큼, 당시 (19세기 초)의 여러 사회적 모습과 함께 그 안에서의 개인의 모습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성과 감성'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등장인물들이 비슷한 상황서의 방식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면서 각 성향을 두드러지게 묘사하고 있으면서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결국은 인간의 내면에는 이러한 부분들이 절묘하게 혼재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세 자매 중 둘째인 저는 언제나 자매들을 주제로 한 작품을 읽을 때면 한결같이 비슷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둘째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곤 하였습니다.

'작은아씨들'을 읽은 때에는 말괄량이이면서도 속깊은 작가인 둘째 '조'에게 깊이있게 이입하였던 기억이 있고

소녀전대물(작은 여자아이가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에서 둘째들이 주연을 맡는 경우 (슬레이어즈의 리나인버스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의 앨리스도 둘째입니다.) 좀 더 작품에 깊이있게 이입하곤 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메리앤에게 깊이있게 감정을 이입하였고, 그 관점에서 다른 부분들을 해석하고 읽어가게 되었습니다.


작품을 읽는 중간에, 이미 이 작품을 접하였던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언니 또한 같은 경험을 하며 첫째인 엘레너에게 마음이 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인오스틴이라는 이 작가가 자매들을 얼마나 섬세하게 묘사하였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감탄하곤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부분들의 꼭지를 꼽아 가며 이 작품에 대해 좀 더 깊이있게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1. 결혼과 사회 속에서 여성으로서의 한계, 그리고 과제(=결혼)


19세기 초는 여성에게 가혹한 시절이었습니다.

본 작품의 서두에 등장하는 대시우드 가문 여성들이 한 순간에 경제적 궁핍에 처하는 과정에서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법적 배경에 대하여 본 책에서는 자세히 기술이 되어 있습니다. (특히 주석이 굉장히 잘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사회에서는 여성에게 재산권이 허용되지 않았으며, 전 재산은 가족 중 남자 구성원에게 귀속되는 사회였습니다.

(부유한 일부 여성들의 경우 자녀가 딸들만으로 구성되어 있어 죽은 남편의 재산을 관리하며, 손주에게 넘기길 기다리는 경우이거나

혹은 아버지에게 재산을 상속받았으며 - 손자에게 넘겨줄 수 있도록 - 결혼을 하여도 남편이 이 재산을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계약을 하는 경우)

때문에 헨리 대시우드의 죽음 앞에서 그녀들에게 유산이 거이 남지 않았음이 사건 전체를 이끌어 가는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상속재산에 대하여 자녀 모두에게 공동 상속권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지만,

당시 사회에서 여성은 보호받아야 할 약자이며, 때문에 여성은 부유한 남성에게 귀속되어 보호받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어 여성의 재산 상속권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안정적인 재정과 작위가 사회 안에서 포용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점, 또 중상위권 계층의 여성이 노동이 거이 불가하다는 점을 살펴 보았을 때,

집안을 타고나지 않은 이상은 여성들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힘(재력, 권력)을 가진 남성과의 결혼은

단순한 개인의 허영이나 사치의 문제이기 보다는 삶을 영위하는 문제와도 결부되어 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대시우드의 두 자매 또한 비슷한 선택을 강요받게 됩니다.


자신의 마음이 가는 사람과의 결혼은 재정적 몰락을 가져올 위험이 크고

그렇다고 마음이 가지 않는 사람과의 결혼은 명예롭지 못한 행동(=비 도덕적인 행동)으로 판단되겠지요.




작가는 이러한 여성들의 갈등을 수도없이 엮고, 조금씩 풀었다가 다시 엮어나가면서 두 여인의 선택과 그에 따른 주변의 반응을 조명해주고 있습니다.

도덕성과 현실 사이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는 것이 옳으냐에 대해 각 가치관의 대립과 인물의 내적 갈등을 함께 보여주면서

독자로 하여금 어떠한 선택이 옳은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물론 현대의 페미니즘 관점에서 보면, 결국은 여러 사건 속에서 최종 선택이 결혼으로 이어지는 점에서

완전한 페미니즘적 완성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니라는데에 아쉬움은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당대의 사회배경 속에서, 결혼 이외에 아무런 선택도 할 수 없는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이루어 간다는 부분에서

소극적인 맥락의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이야기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2. 이성과 감성


이 책의 본 주제로 넘어가자면, 가장 큰 부분은 '이성'과 '감성'이 사건에 미치는 영향을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이성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맏딸 엘레너와 그의 연인인 에드워드

그리고 감성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둘째 딸 메리앤과 그의 연인 월러비.

본 작품은 두 커플들 간에 발생하는 사랑부터 갈등의 심화와 해소의 전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같은 갈등의 상황에서 각 성향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태도는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두 성향의 장단점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성적인 성향의 대표주자는 엘레너와 에드워드는 상황을 인정하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그 안에서 자신들의 감정을 속으로 삭히고 해소하고 합니다.

반대로 감성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캐릭터인 메리앤이나 월러비는 자신들의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하며, 이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모습이 보여지고 합니다.


소설의 전반은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메리앤이 아닌 엘리너의 시각을 주로 빌려 사건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독자는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특히 속마음을 알기 어려운 엘리너의 내면 또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작가의 의도가 어떠하든 소설 전반적으로 이성적인 성향이 좀 더 이익을 주는 것 처럼 보여지기 쉽게 그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엘레너의 이타적이면서도 엄청난 인내심에 감탄을 하게 되며

메리앤의 태도가 자못 아쉽다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개운하다 느껴지는 점에 있어서는 

어쩌면 독자로서 우리는 엘리너나 메리앤 그 자체라고 보다는 각각의 성향을 부분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합니다.


때문에 엘리너의 행동이나 마음가짐이 다수를 위해서 당연한 것으로 생각 되면서도 그녀의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사고는 비현실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되며

오히려 감성에 흔들리며 한껏 끝까지 아파하고 갈등하는 메리앤의 태도가 가슴속에 와 닿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3. 대화, 치유,, 그리고 티타임



사실 이 이야기의 가장 큰 논점은 이성과 감성이 보여주는 다양한 감정선상의 측면이지만

이 이야기의 근간을 짚어보면 결국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한 가정이 새로 분화되고 새로운 가정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필수불가결하게 발생하는 여러 형상의 갈등들이

기존의 가정 안에서 심화되고, 최종적으로 치유되는 과정을 통하여 결국은 가정의 본 역할을 가장 충실히 보여주게 됩니다.


자매들은 친척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가정을 통해 그들의 새로운 사회를 형성하면서 새로운 갈등의 장으로 입성하게 되며

그들이 겪은 아픔과 상처는 결국 가족과의 대화를 통해서 다시 마무리 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누구보다도 사랑의 열병을 심하게 앓은 메리앤이 그 아픔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질병을 통한 신체적인 아픔을 표현하고

눈물을 통한 카타르시스적인 심리적 고통을 표현하지만


마침내 가족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 하고 그 의견을 공론화 하는 과정에서 내면적으로 치유가 이루어 지기 시작함을 보여주게 됩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가족이라는 공동체와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갈등을 조장하고,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그 갈등을 해소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는 구성적인 가정의 역할에서 확장되어 가족이 가지고 있는 상호 유대적인 부분을 가장 아름답게 승화시킨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화는 주로 정찬이나 티타임과 함꼐 이루어지는데, 여러 사람이 하나의 테이블을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정찬의 성격 상 많은 사람들이 본심을 석이고 이야기를 하면서

정찬은 주로 갈등을 야기하거나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수록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티타임은 갈등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가지도 하지만 참여인원들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주요 창구로서 역할하게 됩니다.


특히 둘 사이에 은밀한 이야기가 진행이 될때는 여지없이 차가 준비되며, 찾아온 손님에게 티타임을 권하는 행위 자체가 좀 더 깊숙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라는 전개를 보면

티타임은 정찬과는 다르게 갈등을 조금씩 풀어가는 실마리 역할을 하면서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좀 더 깊이있는 보여주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물론 모든 티타임에 갈등을 해소하시고 않고, 모든 정찬이 갈등을 심화시키지 않겠지만

은밀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티타임은 정찬에 비해 좀 더 깊이있는 내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작가가 의도한 대로 등장인물들의 속마음을 보여주는 역할을 훌륭히 하는 도구로 해석할 수 있을 곳입니다.




4. 이성과 감성, 그리고 인간


여러 꼭지 겉에 다시 주제로 돌아오지만

이성과 감성 속에서 작가는 과연 무엇을 말 하고 싶었을까 질문하게 됩니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엘리너처럼 차가운 머리로 메리앤처럼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라, 라는 상투적인 교훈 보다는

두 사람이 결국은 본인들이 그리던 삶을 살아가게 된 과정을 보연주며 사실 이성적이다 감성적이다 다 괜찮아,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을까 합니다.



사실 두 인물은 조금 더 이성적이거나 조금 더 감성적이지만 그들이 하는 선택은 결국 이러한 성격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읽는 내내 독자로 하여금 한 쪽의 입장에 이입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그들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그들의 그러한 특징들이 결심을 이루면서 결과적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에 도달하게 됩니다.


작가는 이러한 모습을 통해 어쩌면 우리 모두 다 다르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누군가는 이성적인 수도, 누군가는 감성적인 수도 있고 어쩌면 이러한 성격이 어중간하게 드러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자기 자신을 잘 알며 그 안에서 주체적으로 선택을 하였을 때 우리의 삶은 비로소 해피엔딩으로 도달하게 된다는 결실이

마지막 엔딩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합니다.



열정적으로, 불타는 사랑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어.

불타는 열정으로 실수투성이더라도 충분해 행복해질 수 있어.


하지만 중요한 것은 네가 직접 선택해야 하는 것 이런다.



라고 작가가 긴 이야기를 통해, 치밀한 묘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책의 마지막 장을 내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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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수잔
제인 오스틴 지음, 김은화.박진수 옮김 / 바른번역(왓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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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왓북을 통해 서평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받고 작성하였습니다. 



매력적인 외모와 화술을 겸비한 여성, 레이디 수잔 버논.

남편을 급작스럽게 여의면서 급작스럽게 소득이 뚝 끊어지게 되자 차선책으로 하나뿐인 딸아이를 부자집에 결혼을 시키려고 합니다.

하지만 딸아이의 완강한 거부로 인해 수잔은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하다가 시동생이 살고 있는 처치힐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건은, 레이디 수잔이 처치힐로 이동하면서 시작됩니다.


모든 사건이 등장인물들끼리 서로 주고받는 편지를 통해 각자의 입장에서 단편적으로 보여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각 개인이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고 있는 입장을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속물, 악녀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빼어난 미모와 화술로 상대를 무장해제 하는 무적의(?) 그녀, 레이디 수잔.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세간의 이야기들은 당대의 사회와 함께 당대 사회가 여성을 어떠한 시각으로 보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주고 있는 책 입니다.



1. 편지 속에서 보여지는 인물들의 속마음


이 책에서 가장 주요한 포인트는 사건이 인물들의 편지를 통해 진행이 된다는 것 입니다.

이러한 작품의 방식으로는 일전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있지만, 두 작품은 포인트를 맞추고 있는 부분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는 사랑에 빠지고, 시련을 받는 베르테르의 감정선상에 맞춰진 편지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사건 자체는 단순하며, 편지 속에서도 크게 부각되지 않는 느낌이 많았다면


'레이디 수잔'에서는 인물의 개인적인 감정 보다는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여러 시각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러한 다시점 구성은 하나의 사건에 대한 여러 입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인물들간의 여러 얽혀있는 구조와 함께, 당대 사회의 특징 속에서 자리잡고 있는 형식적인 예의갖추기를 통해 등장인물들 간의 친화도나 사건의 흐름에 영향을 주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재미있게 책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 입니다.


레이디 수잔은, 자신의 속마음을 친구인 알리시아 존슨 부인에게 털어놓으면서 격식이나 형식적인 예의를 갖추지 않지만

그 밖의 다른 인물들에게는 형식과 예의를 기반으로 하는 미사어구들을 사용하며, 이러한 예의에 기대어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어가고 있습니다.



레이디수잔이 시동생 버논경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1)를 보면


서방님이 말씀하셨던 친절한 초대에 기쁜 마음으로 응하려고 해요. 서방님 내외가 괜찮으시면, 며칠 있다가 처치힐을 방문하려 합니다. 오래전부터 동서를 만나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서로 친해지면 좋겠어요. ....(중략)...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서방님 가족이 있는 아름다운 처치힐에 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답니다.

이런 형식으로, 자신의 처치힐 방문을 허락해달라 요청하는 듯한 입장과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자신의 친구인 알리시아 존슨에게 보내는 두 번째 편지(#2)를 보면


.... 지긋지긋한 시골 처치힐로 가는 길에 런던에 들를 생각이야.... (중략) .... 난 시동생 찰스 버논 경도 싫도 동서는 두렵기까지 해. 하지만 미래가 조금 나아질 떄까지 어쩔 수 없이 처치힐에서 지내야만 하는 게 내 처지라니까.

이렇게, 본심을 드러내며 자신의 어쩔 수 없는 처지를 한탄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이 작품을 읽을 때에는 등장인물들의 본심과 그 안에서 미묘하게 이루어지는 감정들의 격동에 초점을 맞추어서 읽게 됩니다.

특히나 주된 인물들이 자신을 기점으로 가식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인물과 본심을 드러내는 인물이 정확히 정해져 있는 만큼 하나의 상황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서 자주 꼬집는 당시 인간 사회의 형식적인 태도들의 문제점을 선명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2. 여성, 약자에서 강자로


처음 이 책을 페미니즘적인 관점에서 읽으려고 노력하였을 때, 레이디 수잔의 태도는 끝끝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작품 중 수잔은 자신의 취향을 단호하게 이야기 하고,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변하도록 권모술수(?)를 사용하는 '악녀'로 묘사되는 행동을 일삼는데

당시 사회 안에서, 여성은 순종적인 존재여야 하며 가정을 수호하는 존재로 묘사되며 어떠한 경제적인 소득행위를 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매춘부나 하녀와 같은 노동계급의 여성들은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수잔과 같은 중상류층의 경우에는 남편의 소득만이 유일한 소득의 수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제인 오스틴의 다른 소설 속 여주인공들 처럼 가정교사 등의 일자리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일자리 자체가 많지도 않았으며, 급여도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가장을 잃고 여성들만이 남은 수잔의 집안이 경제적으로 궁핍해질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였습니다.



이에, 수잔은 딸아이를 부자집으로 시집을 보낼고 하였습니다.

세상은 그녀에게 말합니다. 진정한 사랑없는 결혼은 스스로 무덤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과 같다며

그녀를 매정한 어머니로, 희대의 악녀로 몰아가고 비난을 합니다.


하지만 당시 시대 상황 안에서 그녀가 과연 다른 것을 선택할 여유가 있었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물론 현대의 관점으로 볼 때 결국은 그 사회가 제공하는 여성의 상식틀 - 결혼 - 의 결론이 맺어진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당시 여성은 온화하고, 온유하며, 대외적으로 상처받은 남성을 위로하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으며,

큰 일들은 여성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여성은 언제나 보호가 필요하다고 믿어지는 세상에서 결혼 이외의 선택은 아마도 없었을 것입니다.


또 자본주의가 싹트면서 재력이 시회적 영향력으로 변하는 세상에서, 스스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욕심을 가지고 있는 수잔에게는

부유층 집안과의 혼인 만큼 좋은 건수는 없었겠지요.



이러한 관점으로 이 책을 다시 본다면, 당시 사회 속에서 여성들의 메어져 있는 상황 속에서 그녀가 얼마나 당당하게 행동을 하였는지,

동시에 본심을 감출 수 있는 엄청난 화술을 구사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여성에게 특히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사회 안에서 그 사회의 프레임을 자유자재로 비꼬고 농락하는 당당한 여성의 모습에 쾌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난받으며 모욕당한 여자가 고작 몇 마디 칭찬에 넘어간다면 얼마나 어리석겠니.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변하지 않자, 그 사람은 나만큼 크게 화를 내고 나가버리지 뭐야. ...(중략).....하지만 분명한건 레지날드의 분노는 언젠가 사그라지겠지만, 내 분노는 앞으로 생생하게 더 불타오를 거라는 사실이야.

특히 남성들을 기준으로 짜여진 도덕관과 윤리관 속에서 여성은 그저 남자에게 순응하는 존재로 그려져 있는 상황에서

레지날드와의 언쟁 이후 그녀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녀는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폭발적인 감정을 감추지 않으면서 주어진 상황을 냉철하게 이끌어 갑니다.


이러한 모습에서 그녀가 비록 도덕적으로 옳은 선택, 혹은 윤리적으로 권장되는 행위나 선택을 하고 있지 않더라 해도,

주어진 상황을 적극적으로 벗어나려는 내면적인 모습에서 사회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여성이 깨어져 나오는 듯한 모습이 보여지는 듯 합니다.




3. 탄탄한 구성으로 풍성해지는 이야기


사실 책을 받고는 초반에 그려져 있는 인물간의 관계도나 설명을 흥미삼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대부분의 도서는 이러한 사전 배경이 본문 속에 녹아있어 본문을 읽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이해가 가도록 구성이 되어 있지만

전반적으로 책의 구성 자체가 짧고, 편지글의 구성의 특징 상 구체적인 배경 제시가 어려운 만큼 이러한 구성은 본문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는데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물들간의 관계나, 혹은 한국 사회와는 달리 결혼하면서 성이 바뀌는 영미문화권역의 특성 상 (또, 상대방에게 격식있는 칭호로 성을 부르기 때문에) 상대방이 누구인지,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닌 것으로 생각됩니다.


때문에 본 도서 앞쪽에 마련된 인물간의 관계도와 인물 설명도는 초반에 이야기에 몰입하는데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과 함께 레이디 수잔이 왜 런던을 떠나 처치힐로 이동하는지에 대한 배경, 그리고 제임스와 멘워링이라는 두 인물의 관계 등

여러 복합적인 인간관계가 다루어 지면서 그들 사이에 서로에 대한 시선과 호불호의 관계는 이야기를 좀 더 탄탄하게 구성하는 뼈대가 되고 있습니다.


또 한글 초역인 만큼 원문을 함께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내면서 독자를 많이 배려한 책으로 보입니다.


물론, 총 사십여통의 편지와 끝에 덧붙여진 결론부는 사건의 종결이 쉽사리 수긍되지 않는 수준으로 급하게 부랴부랴 마무리 되어버렸지만

인물들 간의 갈등과 서로의 입장 차이만큼은 분명하게 그 맛을 느끼며 읽는데에 좋은 구성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제인오스틴의 소설들의 상당수는 당대 사회를 그림으로 그리듯 선명하게 묘사하는데 있다고 합니다.

그녀의 쳐녀작으로 알려진 '레이디 수잔'은 편지글의 특성 때문에 그러한 사회적 상황을 다른 작품에 비해 잘 드러내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버논부인의 시각에서 보여지는 당대 사회가 여성에게 주어지는 '순종'과 '헌신'의 굴레에서 벗어나

도덕과 비도덕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구축해 나가는 레이디 수잔의 모습은

진정한 의미에서 페미니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줍니다.


보호받아야 하는 약자라는 상대적인 해석에 의해 정의된 여성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인생의 주체로서의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레이디 수잔의 모습은 진보적인 여성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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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번역가로 변신한 정역씨 - 영상번역에 빠진 직장인 이야기 먹고살기 시리즈
최시영 지음 / 왓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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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필리핀에서 지내면서 다양한 영어권 작품들을 만나게 되었고,

한국에 돌아와서 현재 있는 곳에서, 전문 번역가이신 교수님과 자주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번역가/번역자로서의 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상번역보다는 텍스트 번역에 관심이 많기는 했지만, 영상번역은 아무래도 음지에서(?)활동하시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었고

취미로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연찮은 기회로 얻게 된 책으로 미래에 대한 소망과 생각이 꿈꾸듯 풍성해지고 있는 가을입니다.




1. 영상번역 전문가에 대하여,

먼저, 이 책의 서두에서는 번역가와 통역가, 그리고 번역가와 번역자의 용어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통번역에 대한 시장이 소수의 전문가들 중심으로 꾸려져 있던 과거에 비해 아마추어들이 음지에서부터 착실히 입지를 쌓아오고

준 전문가급의 수요계층(?)이 늘어나면서 통/번역 시장에서 공급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이러한 방법으로 일이 진행 되는거다, 라는 정보는 막상 손에 잡히지 않는 듯 했습니다.


아무래도 대부분의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키보드에서 웹으로만 전달되는 현실이기도 하다보니 정확한 정보라기 보다는 카더라 통신이 훨씬 많은 편인데

그로 인해 이 길을 고려하는 사람들 중에는 정보의 부재로 인해 갈등하는 분들이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잘 정리해서 전달하고 있으며, 특히 현실적인 측면에 대해 사실적인 이야기를 해주고 있어

이러한 길에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영상번역가란 무엇이며 다른 번역 영역과는 어떻게 다른지,

영상번역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기술들과 프로그램 툴에 대한 설명까지 아우르고 있으며

데뷔의 방법, 혼자 실력을 키우기 위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하고 있어, 이 길에 관심이 있는 초심자에게는 가장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도서로 생각됩니다.




2. 집중력을 유지시켜주는 담화 형식

이 책의 장점이라 하면 구성이 단조롭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주된 스토리 라인은, 정역이라고 하는 한 회사원이 번역가가 되기 위한 일련의 대답과 스토리 라인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중간 중간 번역과 관련된 설명들, 프로그램의 운용과 관련 용어들을 표나 그림으로 제시하면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한 책입니다.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이 워낙 흥미진진해서(?) 주된 설명들도 크게 부담없이 읽히는 수준이며,

무엇보다도 각 주제 사이사이마다 이어지는 정보 페이지들이 짜임새있고, 내용이 간결하게 제시가 되어있으며 핵심적인 내용을 잘 담고 있기 때문에

다른 분산되어있는 정보가 잘 집약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부분이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기에 흐트러 질 수 있는 집중력을 기본적인 스토리 골격으로 잡으면서 진행하고 있어서

(비록 스토리가 진부한 부분이 있지만)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가지고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생각됩니다.





3. 장님 코끼리 더듬기

사실 그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이 책은 결국 영상번역가가 되는 과정의 '프롤로그'에 지나지 않는 다는 점 일것입니다.


물론 그 시장 자체가 변수가 많고, 경력을 쌓는 과정도 하나의 마케팅으로 사람마다 개성이 각자 다를텐데

번역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영상번역가'라는 부분에 포커스가 많이 맞춰있기 때문에 번역 자체에는 초점이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지, 시장에서의 공급자들(=번역자들)의 평균적인 실력은 어느 정도 인지

또, 번역에 있어서 번역의 느낌에 대한 설명(번역가마다 존댓말, 선호하는 의성, 의태어가 주는 어감의 차이 등)이 번역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언급이 없이 넘어가 번역에 대한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부족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본문에서 오역과 의역에 대해 다루고, 번역의 어조/어감의 차이가 있다는 식으로 간단하게 짚었지만

몇몇 예시를 들어서 설명을 덧붙였더라면 번역에 대해 좀 더 체계적으로,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물론, 영상 번역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도서이다보니 영상번역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야 함이 당연하다는 점은 이해할만하지만

영상번역에 있어서 글자수를 세는 부분에 있어서 어감과 어조를 살리면서 글자수를 맞추는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있는 설명이 곁들여졌더라면

한 권으로 완벽하게 느껴지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런 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가오는 책 이었지만,

외국어를 공부해 보았고,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고려해봤을 법 한 영상번역가의 길에 대해서

알기 쉽고, 깔끔하게 정리된 책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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