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 (캐스 키드슨판)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캐스 키드슨판)
제인 오스틴 지음, 권민정 옮김 / 시공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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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매를 둘러싼 사랑과 우정,

그 안에서 영국 특유의 중산층의 격식 문화가 어우러 지면서 발생하는 여러 에피소드들이 절묘하게 버무러진 소설입니다.


제인오스틴의 대표작 중 하나인 만큼, 당시 (19세기 초)의 여러 사회적 모습과 함께 그 안에서의 개인의 모습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성과 감성'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등장인물들이 비슷한 상황서의 방식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면서 각 성향을 두드러지게 묘사하고 있으면서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결국은 인간의 내면에는 이러한 부분들이 절묘하게 혼재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세 자매 중 둘째인 저는 언제나 자매들을 주제로 한 작품을 읽을 때면 한결같이 비슷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둘째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곤 하였습니다.

'작은아씨들'을 읽은 때에는 말괄량이이면서도 속깊은 작가인 둘째 '조'에게 깊이있게 이입하였던 기억이 있고

소녀전대물(작은 여자아이가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에서 둘째들이 주연을 맡는 경우 (슬레이어즈의 리나인버스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의 앨리스도 둘째입니다.) 좀 더 작품에 깊이있게 이입하곤 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메리앤에게 깊이있게 감정을 이입하였고, 그 관점에서 다른 부분들을 해석하고 읽어가게 되었습니다.


작품을 읽는 중간에, 이미 이 작품을 접하였던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언니 또한 같은 경험을 하며 첫째인 엘레너에게 마음이 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인오스틴이라는 이 작가가 자매들을 얼마나 섬세하게 묘사하였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감탄하곤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부분들의 꼭지를 꼽아 가며 이 작품에 대해 좀 더 깊이있게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1. 결혼과 사회 속에서 여성으로서의 한계, 그리고 과제(=결혼)


19세기 초는 여성에게 가혹한 시절이었습니다.

본 작품의 서두에 등장하는 대시우드 가문 여성들이 한 순간에 경제적 궁핍에 처하는 과정에서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법적 배경에 대하여 본 책에서는 자세히 기술이 되어 있습니다. (특히 주석이 굉장히 잘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사회에서는 여성에게 재산권이 허용되지 않았으며, 전 재산은 가족 중 남자 구성원에게 귀속되는 사회였습니다.

(부유한 일부 여성들의 경우 자녀가 딸들만으로 구성되어 있어 죽은 남편의 재산을 관리하며, 손주에게 넘기길 기다리는 경우이거나

혹은 아버지에게 재산을 상속받았으며 - 손자에게 넘겨줄 수 있도록 - 결혼을 하여도 남편이 이 재산을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계약을 하는 경우)

때문에 헨리 대시우드의 죽음 앞에서 그녀들에게 유산이 거이 남지 않았음이 사건 전체를 이끌어 가는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상속재산에 대하여 자녀 모두에게 공동 상속권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지만,

당시 사회에서 여성은 보호받아야 할 약자이며, 때문에 여성은 부유한 남성에게 귀속되어 보호받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어 여성의 재산 상속권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안정적인 재정과 작위가 사회 안에서 포용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점, 또 중상위권 계층의 여성이 노동이 거이 불가하다는 점을 살펴 보았을 때,

집안을 타고나지 않은 이상은 여성들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힘(재력, 권력)을 가진 남성과의 결혼은

단순한 개인의 허영이나 사치의 문제이기 보다는 삶을 영위하는 문제와도 결부되어 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대시우드의 두 자매 또한 비슷한 선택을 강요받게 됩니다.


자신의 마음이 가는 사람과의 결혼은 재정적 몰락을 가져올 위험이 크고

그렇다고 마음이 가지 않는 사람과의 결혼은 명예롭지 못한 행동(=비 도덕적인 행동)으로 판단되겠지요.




작가는 이러한 여성들의 갈등을 수도없이 엮고, 조금씩 풀었다가 다시 엮어나가면서 두 여인의 선택과 그에 따른 주변의 반응을 조명해주고 있습니다.

도덕성과 현실 사이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는 것이 옳으냐에 대해 각 가치관의 대립과 인물의 내적 갈등을 함께 보여주면서

독자로 하여금 어떠한 선택이 옳은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물론 현대의 페미니즘 관점에서 보면, 결국은 여러 사건 속에서 최종 선택이 결혼으로 이어지는 점에서

완전한 페미니즘적 완성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니라는데에 아쉬움은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당대의 사회배경 속에서, 결혼 이외에 아무런 선택도 할 수 없는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이루어 간다는 부분에서

소극적인 맥락의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이야기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2. 이성과 감성


이 책의 본 주제로 넘어가자면, 가장 큰 부분은 '이성'과 '감성'이 사건에 미치는 영향을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이성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맏딸 엘레너와 그의 연인인 에드워드

그리고 감성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둘째 딸 메리앤과 그의 연인 월러비.

본 작품은 두 커플들 간에 발생하는 사랑부터 갈등의 심화와 해소의 전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같은 갈등의 상황에서 각 성향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태도는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두 성향의 장단점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성적인 성향의 대표주자는 엘레너와 에드워드는 상황을 인정하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그 안에서 자신들의 감정을 속으로 삭히고 해소하고 합니다.

반대로 감성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캐릭터인 메리앤이나 월러비는 자신들의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하며, 이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모습이 보여지고 합니다.


소설의 전반은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메리앤이 아닌 엘리너의 시각을 주로 빌려 사건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독자는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특히 속마음을 알기 어려운 엘리너의 내면 또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작가의 의도가 어떠하든 소설 전반적으로 이성적인 성향이 좀 더 이익을 주는 것 처럼 보여지기 쉽게 그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엘레너의 이타적이면서도 엄청난 인내심에 감탄을 하게 되며

메리앤의 태도가 자못 아쉽다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개운하다 느껴지는 점에 있어서는 

어쩌면 독자로서 우리는 엘리너나 메리앤 그 자체라고 보다는 각각의 성향을 부분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합니다.


때문에 엘리너의 행동이나 마음가짐이 다수를 위해서 당연한 것으로 생각 되면서도 그녀의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사고는 비현실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되며

오히려 감성에 흔들리며 한껏 끝까지 아파하고 갈등하는 메리앤의 태도가 가슴속에 와 닿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3. 대화, 치유,, 그리고 티타임



사실 이 이야기의 가장 큰 논점은 이성과 감성이 보여주는 다양한 감정선상의 측면이지만

이 이야기의 근간을 짚어보면 결국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한 가정이 새로 분화되고 새로운 가정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필수불가결하게 발생하는 여러 형상의 갈등들이

기존의 가정 안에서 심화되고, 최종적으로 치유되는 과정을 통하여 결국은 가정의 본 역할을 가장 충실히 보여주게 됩니다.


자매들은 친척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가정을 통해 그들의 새로운 사회를 형성하면서 새로운 갈등의 장으로 입성하게 되며

그들이 겪은 아픔과 상처는 결국 가족과의 대화를 통해서 다시 마무리 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누구보다도 사랑의 열병을 심하게 앓은 메리앤이 그 아픔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질병을 통한 신체적인 아픔을 표현하고

눈물을 통한 카타르시스적인 심리적 고통을 표현하지만


마침내 가족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 하고 그 의견을 공론화 하는 과정에서 내면적으로 치유가 이루어 지기 시작함을 보여주게 됩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가족이라는 공동체와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갈등을 조장하고,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그 갈등을 해소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는 구성적인 가정의 역할에서 확장되어 가족이 가지고 있는 상호 유대적인 부분을 가장 아름답게 승화시킨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화는 주로 정찬이나 티타임과 함꼐 이루어지는데, 여러 사람이 하나의 테이블을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정찬의 성격 상 많은 사람들이 본심을 석이고 이야기를 하면서

정찬은 주로 갈등을 야기하거나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수록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티타임은 갈등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가지도 하지만 참여인원들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주요 창구로서 역할하게 됩니다.


특히 둘 사이에 은밀한 이야기가 진행이 될때는 여지없이 차가 준비되며, 찾아온 손님에게 티타임을 권하는 행위 자체가 좀 더 깊숙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라는 전개를 보면

티타임은 정찬과는 다르게 갈등을 조금씩 풀어가는 실마리 역할을 하면서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좀 더 깊이있는 보여주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물론 모든 티타임에 갈등을 해소하시고 않고, 모든 정찬이 갈등을 심화시키지 않겠지만

은밀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티타임은 정찬에 비해 좀 더 깊이있는 내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작가가 의도한 대로 등장인물들의 속마음을 보여주는 역할을 훌륭히 하는 도구로 해석할 수 있을 곳입니다.




4. 이성과 감성, 그리고 인간


여러 꼭지 겉에 다시 주제로 돌아오지만

이성과 감성 속에서 작가는 과연 무엇을 말 하고 싶었을까 질문하게 됩니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엘리너처럼 차가운 머리로 메리앤처럼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라, 라는 상투적인 교훈 보다는

두 사람이 결국은 본인들이 그리던 삶을 살아가게 된 과정을 보연주며 사실 이성적이다 감성적이다 다 괜찮아,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을까 합니다.



사실 두 인물은 조금 더 이성적이거나 조금 더 감성적이지만 그들이 하는 선택은 결국 이러한 성격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읽는 내내 독자로 하여금 한 쪽의 입장에 이입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그들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그들의 그러한 특징들이 결심을 이루면서 결과적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에 도달하게 됩니다.


작가는 이러한 모습을 통해 어쩌면 우리 모두 다 다르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누군가는 이성적인 수도, 누군가는 감성적인 수도 있고 어쩌면 이러한 성격이 어중간하게 드러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자기 자신을 잘 알며 그 안에서 주체적으로 선택을 하였을 때 우리의 삶은 비로소 해피엔딩으로 도달하게 된다는 결실이

마지막 엔딩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합니다.



열정적으로, 불타는 사랑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어.

불타는 열정으로 실수투성이더라도 충분해 행복해질 수 있어.


하지만 중요한 것은 네가 직접 선택해야 하는 것 이런다.



라고 작가가 긴 이야기를 통해, 치밀한 묘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책의 마지막 장을 내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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