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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억 번째 여름 (양장) ㅣ 소설Y
청예 지음 / 창비 / 2025년 5월
평점 :
청예 작가의 『일억 번째 여름』은 뜨거운 여름을 배경으로 디스토피아 속 인류의 멸망 예언과 그 운명에 맞서는 인물들의 사랑을 밀도 있게 그려낸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어둠꽃이 피고 일억 번째 여름이 시작되면 한 종족은 반드시 멸망한다'는 예언에서 출발합니다. 이야기는 찬 공기를 통제하며 기술을 독점한 두두족과, 지독한 더위 속에서 노동을 착취당하는 미미족 사이의 갈등을 다룹니다. 이 암울한 세계에서 미미족 족장인 '주홍'과 혼혈아 '이록'은 멸망을 막기 위해 구인류의 에너지가 담긴 '궁극의 원천'을 찾아 나섭니다.
책을 읽는 내내 태양빛이 쨍쨍 내리쬐는 한여름의 풍경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이 강렬하고 찌는 듯한 여름은 단순한 계절적 배경을 넘어, 인물들이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존재를 증명하는 뜨거운 연대를 상징합니다. 주홍이 다리 불편한 이록을 업고 걷는 여정이나, 이복형제인 일록, 그리고 백금과 연두까지 종족과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서로를 지키려는 감정선은 깊은 감동을 자아냅니다.
특히 이록이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배신과 희생마저 감내하는 모습은 단순한 희생 이상의 묵직한 여운을 남깁니다. 결말에 이르러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은 소설의 최고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같이 있어야 우리는 완벽해져"라는 주홍의 대사처럼, 차별과 갈등을 넘어 공존과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게 만듭니다.
독특한 디스토피아 세계관과 애틋한 감정선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수작입니다. 한여름의 열기처럼 뜨겁고 강렬한 사랑 이야기, 그리고 예언을 넘어선 운명 개척의 서사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