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하나 잊지 말자는 것이다 - 만화로 읽는 나혜석
유승하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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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어쩐 일로 나에게 마음을 심란하게 만드는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가 연이어 밀고 들어오는지 궁금하다. 봄에 천재조각가였으나 로댕의 연인으로 더 알려진 까미유끌로델에 관한 책을 읽고 그녀가 30여 년을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살다 생을 마감했음에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이 여름에 나혜석을 또 읽게 되었다. 역시나 재능있고 성실했던 여성 예술가가 이혼 후 자리 잡지 못하고, 말년에 무연고자로 행려 병동에서 사망했음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괴로웠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멋진 여성이었다. 어릴 때는 부모님의 스스로 돈을 모아 일본유학을 마쳤고, 독립운동을 도왔으며, 우리나라 여성 최초로 개인전을 연 화가였고, 결혼 후에는 아이 넷을 키우면서도 계속 글과 그림 작업을 이어나갔던 신여성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가 쓴 글들은 지금 보아도 너무나 당차고 파격적이라 놀라울 따름이다. 1896년에 태어난 여성이 어찌 이렇게 아무것도 없던 시대에 길을 만들며 걸어갔단 말인가! 알면 알수록 2025년 현재를 별 생각 없이 사는 내가 부끄럽고 비겁하다는 생각만 내리 맴돈다.

나혜석은 변호사 김우영이 청혼을 했을 때 자신이 원하는 몇 가지를 요구했고 신문광고에 청첩장과 함께 이 조건을 실었다. 첫째, 평생 자신을 사랑해줄 것. 둘째,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게 해 줄 것. 셋째, 시어머니와 전처 딸과 따로 살게 해 줄 것. 넷째, 최승구의 묘지에 비석을 세워줄 것. 그리하여 그들은 신혼여행지로 나혜석의 첫사랑 최승구가 있는 전남 고흥으로 가서 그의 무덤에 함께 비석을 세워주고 돌아온다. 아…. 나는 청혼을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을 했던가? 아무 생각이 없었지…. 그래서 지금 이 나이에 나보다 4세대쯤 위에 계신 신여성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제야 나의 잘못을 깨닫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녀가 시대를 배려해 아주 조금만 비겁했더라면, 그를 도와줄 사람들이 더 많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어째서 가족들까지도 그녀를 버렸나. 카미유 클로델도 가족들이 정신병원에 집어넣고 절대 내 보내주지 않았다. 그들은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던 걸까.

궁금해서 도서관에 가서 그녀가 쓴 글들을 찾아보았다. 이 시대의 스캔들로 나와도 쉽게 이해되지 않을 강한 표현과 자유분방한 생각들이 많이 담겨있었다. 누구도 나혜석과 엮이고 싶어 하지 않았을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후반기 글과 그림들이 지금까지 남아있었다면 또 다른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이혼 후 그림을 많이 그렸으나 작업실 화재로 대부분 불에 타버렸고, 말년까지 원고 역시 많이 썼으나 기고가 되지 않아 사망 이후 전부 소실된 점 등이 안타깝다. 그녀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생각을 했었을지 사라진 글의 내용이 무척 궁금하다.

이번 더위가 좀 지나고 나면, 그녀가 많은 시간을 보냈던 수덕사와 수덕여관에 한번 방문해보려 한다. 그리고, 아직도 숙박이 된다면 하루 자고 와야겠다. 그녀가 뱉었던 숨이 수덕여관 근처 나무 어딘가에 아직도 걸려 있을지도 모르므로.

유승하 작가가 만화로 풀어낸 이 책은 잡는 순간 마지막까지 놓을 수 없게 잘 흘러간다. 워낙 나혜석의 이야기 자체가 놀랍기도 하고 만화 형식이라 재미있게 읽혀서 초등 고학년 이상 아이들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작가가 챕터마다 하나씩 집어넣어 준 나혜석의 그림들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나혜석 입문서로는 이보다 더 좋은 책이 없을 듯하다.


#내마음하나잊지말자는것이다 #나혜석 #교양만화 #유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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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 관하여 수전 손택 더 텍스트
수전 손택 지음, 김하현 옮김 / 윌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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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내내 틈나는대로 읽다가 급기야 오늘 마지막 챕터에서 나도 모르게 " 와~ 이 언니 너무 멋지다! "가 튀어 나왔다. 아니 언제적 사람인데 이렇게 생각이 세련되고 힙한거야~ 나는 2025년을 살고 있는데... 50년전 글을 보며 자각하고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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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홍정욱 에세이
홍정욱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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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7막7장의 애독자로서 신간이 반가워 냉큼 읽었는데요. 여전히 변함없이 치열하게 살고 계시는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다소 한국인 정서에는 오글거리는 표현이 있긴 하지만 저는 홍정욱씨 그대로 솔직한 모습이 보기 좋네요. 추천하신 책들 저도 읽고 실천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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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 2018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강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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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을 읽고 어릴때 인어공주를 읽고 목이 메였던 경험을 약 40년만에 다시 해 본 것 같았어요..
작가 한강은 정말 우리에게 소중한 예술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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