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 하기는 해야 하는데.”

후원요청을 하면 열중 칠,팔 명에게서 나오는 반응이다.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별개의 문제지만, 많은 사람이 나눔은 ‘꼭 해야한다.’고 말한다. 지상파 3사는 나눔 전문 프로그램을 매주 방송하고 있고, 정치인의 복지시설 방문은 정해진 코스이다. 사회공헌을 하지 않는 기업은 ‘파렴치한’ 으로 몰리기도 한다. 그만큼 나눔이 우리 시대 중요한 담론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필자는 나눔을 업으로 삼고 있다. 일 년 중 300일은 대상자를 발굴하고, 기부자를 찾고, 제안을 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기부금을 사용하고, 피드백을 한다(분업화가 잘 되어있는 대형 NGO와 달리, 필자가 일하는 지역 복지관은 두세명의 직원이 홍보부터 후원발굴, 후원금 사용, 피드백까지 전 과정에 관여한다.). 이쯤 되면 나눔과 함께하는 삶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11명의 멘토들은 필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사정없이 던진다. ‘독거노인은 도대체 누가 도와야 하는가?’, ‘정말 500원으로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을까?’,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는 나눔은 무엇인가?’, ‘대상자의 스토리를 홈쇼핑처럼 파는 것 아닌가?’, ‘모금하면서 후원자의 죄책감을 이용하지는 않는가?’, ‘모금을 이유로 대상자를 비참한 존재로 대상화하지는 않는가?’, ‘나눔의 개념을 불우이웃돕기에만 한정하는 것은 아닌가?’ 등등.

 

책장을 덮자마자 녹다운이 되었다(잠든 것은 아니다).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그래서 애써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던 고민들이 멘토들의 수십 가지 질문에 의식위로 떠올랐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방법이 과연 옳은 것인가. 정확한 방향으로 가는 것인가. 동료들에게 맞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나 같은 사람을 혼란에 빠트린 것만으로도 아름다운재단은 성공했다. 이 책으로 현장에 있는 실천가는 고민을 시작할 것이다. 나눔의 방향, 방법, 범주 등을 포함한 모든 것에 대해. 하루아침은 아니더라도, 10년 후의 나눔은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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