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는 참 좋다! 물들숲 그림책 1
이성실 글, 권정선 그림 / 비룡소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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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오기 전 따스한 털에 둘러 싸인 나무에 달린 겨울눈에 대한 기억이 유난히 생생하다. 변변한 그림책도 없이 컷던 초등학교 시절 어느 겨울 방학 때 탐구생활의 한 쪽에 있었던 나무의 겨울눈 그림이 무척 신기했었다. 그 겨울눈을 털이 감싸고 있는 것도 그림을 보고야 알았다. 그 기억이 이상하게도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신기한 느낌과 함께 생생하게 남아있다.

  자연에 대한 마주보기는 직접 보고 냄새 맡고 만져보는 경험이 물론 가장 중요하겠지만 직접 볼 때는 보이지 않던 다른 면을 그림속에서 볼 수 있는 점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참나무는 참 좋다>는 우리 나라에 흔한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에 대한 그림책이다. 신갈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부, 떡갈나무, 상수리나무는 모두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이다. 각각 도토리와 이파리의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이 책에서는 도토리가 열리는 가을부터 시작해서 도토리에서 싹이 나는 과정, 그 싹이 자라 나무가 되어 온갖 곤충과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는 과정, 수꽃과 암꽃이 피어 꽃가루가 날리는 모습 등 직접 보기 어려운 나무의 성장하는 과정을 따스한 느낌의 그림으로 나타냈다. 또한 책장을 펼치면 4쪽이 한 장이 되는 큰 그림을 2장이 삽입하여 커다란 나무의 모습을 상세하게 담아냈다.

  이야기가 없어서 어쩌면 지루해질 수 있는 자연그림책을 친근하고 따스한 그림과 아기자기한 글밥으로 담아냈다.

 

  이번 주말에는 떨어진 도토리도 줍고 나뭇잎도 보러 아이들과 참나무 보러 뒷산에라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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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는 음악가 트레몰로 비룡소의 그림동화 66
토미 웅거러 글.그림, 이현정 옮김 / 비룡소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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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뱀, 식인 거인... 듣기만 해도 인상이 찌푸려지는 이러한 소재들을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의 소재로 사용한다면? 처음에는 나도 이런 걸 아이들에게 읽혀도 될까? 몇 번 망설인 끝에 보여주었다.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아이들은 너무 재미있다며 계속 책을 들고 왔고 결국은 나도 이 작가의 팬이 되었다. 이런 무시무시한 소재를 친근하면서도 재미있고 따뜻하게 그려낸 작가 토미 웅거러. 어려서 전쟁이라는, 지금의 우리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어려운 고난을 겪고 나서 독특한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표현하는 작가다. 그의 또 다른 책 <못 말리는 음악가 트레몰로>는 우스운 모습의 남자가 부는 악기에서 나오는 음표가 떠다니는 표지부터 기대가 되는 책이다.

 

  트레몰로는 열정적인 음악가다. 하지만 시끄러운 악기 소리에 화가 난 윗층 점쟁이 부인의 저주로 연주할 때마다 음표가 튀어나오는 마법에 걸리고 만다. 집안 가득 쌓인 음표 때문에 결국 집 주인에게서 쫓겨나고 언덕 위 외딴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평화롭고 자유로운 그 곳에서 열심히 연주한 트레몰로의 음악에 흠뻑 빠진 동물들은 음표를 즐겁게 먹기 시작한다. 음표에서 근사한 맛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된 트레몰로는 음표를 시장에 내다 팔기 시작하고 곧 유명해진다. 그리고 결국 TV에도 출연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TV가 트레몰로의 음표에 사레가 들려 폭발해 버리고 만다.

  사람들은 TV가 없어진 세상에서 예전보다 더 많이 이야기하고 책을 읽고 놀이를 즐기게 된다. 그리고 세상은 점점 더 평화로워진다. 이에 심술이 난 점쟁이는 마법을 없애버린다. 하지만 트레몰로는 웅장한 공연장을 지어 계속 연주한다.

 

  이 얼마나 환상적인 이야기인가! 음악에 따라 각각 다른 맛이 나는 음표들. 사랑의 노래는 달콤한 맛, 행진곡은 힘차고 재미있는 맛, 바이올린은 경쾌하고 귀여운 맛이다. 나도 한 번 먹어보고 싶어진다. 또한 온 세상의 TV가 모두 폭발해버리는 장면은 정말 통쾌하다. 재미있는 만화와 늘 TV를 끼고 사는 아빠 덕분에 TV를 너무도 좋아하는 아이들이 걱정이었는데, 이렇게 TV가 없어지다니... 어떤 때는 TV와 핸드폰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그러면 정말 조용하고 시간도 많고 평화로워질 것 같다. 실제로 TV없는 삶을 실험해 보았는데 사람들간의 대화도 더 많아지고 책도 더 보고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보고가 있다.

  트레몰로는 정말로 음악을 사랑했나보다. 나쁜 마법에 걸리고 집에서 쫓겨났으면서도 음악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연주하다니. 트레몰로의 그 열정과 끈기가 사랑스럽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일에 관해서는 트레몰로의 열정과 부지런함, 끈기를 배워야 겠다. 그나저나 요즈음 아이들은 너무 귀하게 자라서 오히려 더 연약해진다고 한다. 이런 책을 통해서 사랑하는 것을 향한 열정과 끈기를 배웠으면 하는 것은 엄마의 욕심일까? 그래 그냥 재미있게 읽은 것으로 만족하자.

 

  "음악은 뭐니 뭐니 해도 배 속으로 집어 삼키는 것보다 귀로 듣는 게 훨씬 더 아름다워" 마지막 트레몰로의 대사에 공감하며, 못말리는 작가 토미 웅거러의 또 다른 책을 유쾌하게 덮는다. 그런데 정말로 궁금하다. 바이올린의 귀여운 맛이란 어떤 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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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발명가 앤드루의 모험 비룡소의 그림동화 85
도리스 번 지음, 이원경 옮김 / 비룡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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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만난 단비같은 그림책에 내 마음이 쏘옥 빠져버렸다. 색감이 예쁘고 화려한 그림책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면 이 <꼬마 발명가 앤드류의 모험>은 눈을 쉬게 해주는 휴식같은 그림책이다. 물감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펜으로만 스케치한 그림은 흔히 느낄 수 없는 휴식과 따사로움을 전해준다. 1965년 처음 발표된 후 현재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가 있었다. 1960년대 미국 작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어느 개구쟁이의 일상을 사실적이면서도 환상적으로 그려냈다.

  작은 시골 마을의 다섯 형제중 셋째인 앤드루는 가운데에 끼여 형제들과 어울리지 못하지만 늘 빠쁘다. 무엇이든 뚝딱뚝딱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들은 늘 잔소리만 늘어놓고 결국은 집을 나와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곳에서 잠자리들의 착륙장이 있는 멋진 자신만의 집을 짓고 산다. 곧이어 같은 고민을 가진 친구들이 찾아오고 앤드루는 친구들에게 맞춤용 집을 지어준다.

  새를 좋아하는 앨리스에게는 새와 가까이 할 수 있는 나무위의 집을, 물놀이를 좋아하는 조지에게는 개울 위에 작은 부두가 있는 멋지고 시원한 집을, 동물을 좋아하는 조에게는 땅집과 연결된 움집을 지어준다. 또한 근사한 옷을 좋아하는 제인에게는 아무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자그마한 성을, 악기를 좋아하는 마곳에게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종일 연주할 수 있는 이글루를 결합한 인디언의 원뿔 천막을 지어준다.

  마을의 아이들이 사라지자 가족들은 아이들을 찾아 오고 가족들은 아이들이 무사하자 얼싸안으며 행복해한다. 집으로 돌아온 앤드루에게는 작업실이 생기고 가족들은 앤드루의 발명품을 좋아하며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서' 그들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미리 짜준다. 학교들어가기 전부터 영어, 한글, 한문, 수학, 미술 등등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아이들도 자신의 시간을 자기가 온전히 계획하고 누릴 권리가 있다. 멍청히 하늘을 보고 있든, 앤드루처럼 온갖 쓸데없는 것(부모가 보기에)을 만들든지 말이다.

  요즈음 아이들이 경쟁에 내몰려 온갖 스트레스에 빠져 힘들어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앤드루와 친구들처럼 자신만의 집을 자기가 짓고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우리 아이들에게도 허락된다면 행복은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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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오랑과 세오녀 비룡소 전래동화 22
김향이 지음, 박철민 그림 / 비룡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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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이야기는 이름이 참 특이하고 예뻐서 좋다.

책 표지의 두 부부가 연오랑과 세오녀라는 짐작이 가면서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궁금함에 책장을 넘긴다.

 

마치 꿈속을 그린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의 그림이다.

특히 내 마음을 사로잡은 그림은 연오랑이 초반부에 낚시하는 장면이다.

두 쪽에 걸쳐서 가로로 긴 줄의 수평선이 그어지고 긴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은 연오랑과 몽환적인 분위기의 노란 바다.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맨 마지막에 '귀비고'를 중심으로 그린 신라의 기와 지붕들 또한 멋지다.

하늘위로 거대한 달이 떠있고 장면의 절반이상은 하늘로 표현하고 위에서 내려다 본 마을 풍경이 웅장하게 그려졌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아이들에게 글을 읽어줄 때  글이 입에 붙는 맛이 있다.

어떤 그림책은 발음이 자꾸 엉켜서 읽기 어려운 것이 있는 반면 이 글은 읽기도 편하고 매끄러우면서 아름다운 문체로 씌어졌다.

재미있고 특이한 줄거리에 다 읽고 나면 뿌듯한 기분이 든다.

 

특히 일월 신화라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예부터 농사가 가장 중요했던 우리 조상들의 해와 달을 귀히 여기는 마음과

일본에 우리가 문물을 전해주었다는 내용은 우리 문화에 대한 긍지를 가지게 하고 '나'의 뿌리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포항의 호미곶에 연오랑과 세오녀의 동상도 세워져 있다고 하니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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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귀신 비룡소 전래동화 21
이상희 글, 이승원 그림 / 비룡소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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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귀신?


귀신 이야기도 아니고 이야기 귀신이라니,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는 그림책이다.


또한 표지 그림의 짙은 청록색 배경에 복주머니 안에 도깨비같은 귀신 그림은 신비스러운 느낌을 준다.


 


표지를 넘겨 처음 보게되는 면지는 특이하게도 거친 느낌의 붉은색 한지여서 옛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더 품게 하고, 아이들은 신기한듯 손바닥으로 한지의 거친 느낌을 즐긴다.


표지와는 달리 안의 그림은 밝은 노랑색 바탕에 알록달록 예쁜 한복을 입은 양반집 막내딸과 고운 색감의 한복을 입는 사람들이 등장해서 화사한 느낌을 주며 내용이 어둡지 않음을 암시한다.


이야기를 종이에 열심히 적어만 두는 막내딸과 일하면서도 항아리, 솥뚜껑, 두꺼비에게 종알종알 이야기해 주는 몸종 아이의 모습이 대비되어 등장한다.


 막내딸의 혼인 준비를 하는 사이 벽장 안에서 이야기 귀신들이 이야기하는 장면은 두 쪽에 걸쳐 벽장 안을 표시함으로써 이야기귀신들의 모습을 나타낸다.


이야기귀신으로부터 막내딸을 지켜내는 몸종아이의 기지와 지혜, 평소 밥을 먹여 주던 두꺼비의 도움을 받아 이야기 귀신을 물리치는 장면에서는 옛사람의 미물에 대한 생명존중 정신이 보인다.


또한 중간중간에,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옆에 그려진 장수를 상징하는 소나무, 마당에 핀 작은 패랭이와 부귀를 상징하는 금낭화, 석류와 사슴, 복숭아 등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며 자는 막내딸을 깨우기 위해 이불에 그려진 원앙이 내는 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한 부분도 재미있다.


아이들이 주로 보는 그림책이니만큼 따박딱박, 살래살래, 종알종알, 재재발재재발 등의 의성어와 의태어를 사용해서 읽어주는 이나 듣는 이의 눈과 입은 즐거움이 더해진다.


예쁜 색감을 보는 재미와 함께 이야기를 꽁꽁 모아두기만 할 것이 아니라 널리 들려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 내용이 옛사람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요즈음 옛이야기책에 푹 빠져 있는 일곱살 우리 아이도 재미있다며 좋아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주인공이 여자라서 성역할면에서도 볼만� 가치가 크지 않나 싶다.


여담이지만 학교 폭력 등의 문제로 자식 학교 보내기도 겁이 나는 요즈음, 어려서 이런 좋은 그림책을 보고 자란 아이가 많다면 학교 폭력의 확률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아이와 아이 친구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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