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 프랑스.태평양.스탈린그라드 KODEF 안보총서 39
남도현 지음 / 플래닛미디어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고등학교에서 세계사를 배우지 않았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과학에 특성화된 교육을 받아왔기에 이공계와 관련 없는 인문학 분야의 과목들은 거의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특히 세계사는 아예 과목 자체가 없었다. 국사나 사회, 지리, 도덕 등 2학년 때까지 배웠던 인문 과목들조차 전혀 시험 공부를 하지 않는 수준이었는데 배우지 않은 세계사는 더할 나위 없이 무식 그 자체라 해도 반박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도 그리스 로마 시대의 서양 고대사는 '로마인 이야기'에 푹 빠지면서 관련된 다른 책들도 읽어나가며 어느 정도 알아나갔지만, 그 이후의 중세나 르네상스, 근현대 세계사에 관해서는 내가 생각해도 참 아는 것이 없었고, 지금도 없다. 그 중 근현대사에서의 가장 큰 세계적인 사건으로 세계 제 2차대전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전체의 세계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들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사상자나 피해 수준 자체가 다른 전쟁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크고 거칠었기 때문에 가장 끔찍했던 전쟁으로 기억될 것이며, 이런 참상이 비교적 최근에 일어났었기 때문에 더욱더 모든 세계인들은 이를 잘 파헤쳐서 명심하고 경계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런 생각에 이르러 처음 선택한 세계 2차대전에 관련된 책이 남도현 지은이의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순간들' 이었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곧장 집지 않을 수 없었다. '결정적 순간들'이라는 문구는 나처럼 2차대전에 대해서 무지한 초짜가 혹할 만한 것이었다. 2차세계대전에 관련된 다큐를 한 번 본적이 있었는데 너무나 복합적인 나라 사이의 관계, 정치적 관계 등이 얽히고 섥혀 있어서 이 전쟁을 한 번에 죽 훑으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나에게 아주 중요한 포인트들을 집어서 설명해주는 책인 듯 했고, 그렇게 접근하게 되면 내가 궁금하고 알고 싶은 부분들을 직접 찾아서 더 자세히 공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은이가 말하는 결정적 순간들은 3가지이다. 1940년 독일의 프랑스 침공, 1942년 일본과 미국의 태평양 전쟁, 1942년 스탈린그라드의 독일의 러시아 침공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단지 각각 독일, 미국, 러시아가 승리했다고만 막연히 알고 있었는데 자세한 내막을 알게되니, 이 끔찍한 참상에 이런 수식어를 덧붙여도 될지 모르겠지만, 참 흥미진진했다. 수많은 국가와 인물들의 이해관계 및 성격과 문화, 역사에 따라서 예상을 빗나가면서 짜임새 있게 사건이 진행되는 것을 보니 역시 실제 사건만큼 탄탄한 스토리는 픽션들이 따라올 수 없구나라고도 느꼈다.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고, 내가 몰랐던 부분들 위주로 적어나가도록 하겠다. 보통 2차대전이라함은 영국,프랑스,미국,러시아(소련) vs. 독일,이탈리아,일본 이라 생각할텐데 훨씬 더 복잡한 관계들이 있었다. 실제로 러시아에게서 독립을 꾀하던 핀란드와 같은 여러 나라들은 추축국 편에 가담했었고, 크게 보았을 때에는 프랑스는 연합국 측에서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또한, 나는 일본은 추축국 진영에 아시아 식민지를 위해서 살짝 발만 담근 정도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대부분의 전쟁이 유럽 대륙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했나 보다. 그러나 알고보니 오히려 이탈리아가 독일에게 걸림돌 수준일 정도로 한심한 실력을 보여줬고, 오히려 일본은 초반에 미국을 압도할 정도의 전력을 갖고 태평양 전쟁을 이끌었다 한다. 나는 단지 일본이 진주만 사태를 일으키고 미국에게 혼쭐이 났다고만 생각했지, 그 사이의 일들을 몰랐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모두 승리로 이끈 것이 요행은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일본의 침략 수준도 엄청났다. 나는 그냥 우리나라의 일제 시대에만 신경썼지, 일본의 중국 침략은 천안문 사태 등을 제외하면 만주 부근에서 약간 일어난 수준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2차대전 전체 사상자 중 소련을 제외하면 중국의 사상자가 제일 많다는 후문이다. 일본의 침략이 가히 잔인하게 가혹했던 것이다.
독일의 프랑스 침공에 대해서는 독일이 마지노선을 돌아가 공격했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있어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안네의 일기'를 탄생시킨 네덜란드 침공과 유대인 학살이 동반되었는데, 사실 독일의 주력군은 룩셈부르크 부분의 아르덴 고원을 가로지른 군대였다. 오히려 네덜란드로 돌아서 침공해서 프랑스를 격파한 것은 1차대전이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프랑스가 이렇다할 반격 없이 무너졌나였다. 프랑스는 독일과 대등하거나 더 많은 전력을 갖고 있었고, 역사적으로 좋지 않은 관계였던 영국과도 동맹을 맺으며 독일을 견제하였는데 어떻게 힘없이 무너지게 되었는가. 1차대전 후 베르사유 조약에 의해 독일은 분명 군대나 영토 등에 굉장한 제약을 받았었는데, 어떻게 그동안 전력을 슬금슬금 늘려나갈 수 있었는가. 모든 일에는 원인과 그 배경이 있는 법이니, 이 프랑스 침공은 그 배경을 자세히 알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내가 무시했던 일본이 2차대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는 것은 태평양 전쟁 파트에서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일본은 미국을 직접적으로 전쟁에 끌어들인 꼴이 되었고, 이는 2차대전의 추를 확 기울게 하였으며, 자신들의 파멸 또한 초래했다. 진주만 사태는 정말 미국에게 큰 타격이었던 것 같다. 그 직후 일본의 해상전력과 공군전력은 미국을 압도할 정도였다 한다. 아무래도 태평양을 끼고 치른 전쟁이라 육군은 전혀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이 전쟁을 통해서 해상전쟁은 항공모함을 누가 많이, 더 좋은 것을 갖고 있느냐에 달리게 되었다 한다. 그래서 항공모함을 어느 공군이 가장 먼저 발견하여 일격을 가하느냐가 전쟁의 핵심이었고, 여기서 우리는 정찰과 정보 수집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초기의 일본은 미국보다 더 많은 항공모함을 지녔지만, 역시 미국의 물량을 넘을 수는 없었다. 미국은 다 무너져가는 항공모함도 짧은 시일내에 수리해서 내보내고, 계속해서 많은 물량과 항공모함들을 만들어내면서 서서히 일본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많은 전투에서 일본이 더 많은 승리를 거두었고, 태평양 전쟁의 마지막 항공모함이 가담한 큰 전투 역시 일본이 승리로 거두었다고 나오지만, 최종 승리는 미국이 거두었다. 일본은 전투를 근근히 이겨나갔지만, 그 이후를 이어나가지 못한 것이다. 이는 더 이상 자동차에게 부을 연료가 떨어진 것이다. 이는 전쟁에서도 중요한 교훈이 되겠지만, 우리네 삶에게도 필요한 부분들이 될 것이다.

전쟁의 참상을 가장 크게 보여주는 부분은 스탈린그라드 전투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같은 시가전이 바로 이 스탈린그라드에서 격정적으로 벌어진 것이다. 히틀러가 잠시나마 러시아와 조약 관계를 맺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스탈린의 붉은 나라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이념적, 사상적 차이가 있었다. 그에게 있어 세계대전의 화룡점정은 러시아 침략이었고, 이는 프랑스를 쉽게 점령하면서 얻은 자신감과 함께 시작되었다. '스탈린'의 이름을 딴 도시를 두고 두 독재자가 자신들의 자존심을 건 전투는 각 나라의 군대들의 투지도 더 불살랐나 보다. 강을 뒤에 끼고 좁은 시가지에 갇힌 러시아 부대들은 끝까지 건물 속에서 게릴라 작전으로 독일군에게 피해를 안겨주었고, 러시아는 강을 통해서 끊임없이 군대를 보충하고 보급하고, 그 끔찍함은 상상조차 힘들다. 그 이후 러시아가 기습적인 감행을 통해 오히려 독일군을 포위한 부분을 읽을 때에는 정말 비극적인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했다. 이미 수없이 피를 흘린 독일군은 포위가 시작된 무렵 후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으나, 히틀러의 옹고집으로 인해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고 보급조차 힘든 상황이 되었다. 30년만의 혹한과 같이 찾아온 희망없는 마지막 발버둥을 하던 병사들의 심정을 어찌 알 것인가. 그 와중에 만슈타인 장군의 아군 탈환 작전 역시 극적이었고, 포위당한 군이 내응을 했으면 빠져나올 수 있을 정도였지만 히틀러는 여전히 '스탈린'의 이름을 딴 도시를 사수하라고만 했고, 포위당한 군을 이끌던 한심한 젊은 장교 역시 히틀러의 말에 따르면서 이 극은 비극이 되었다. 책에는 독일군이 크리스마스에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가 있다. '어머니, 창피한 이야기지만 너무 배가 고픕니다. 먹을 것을 보내주세요. 어머니, 저는 살아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로 책을 맺은 것은 탁월한 선택인 것 같다. 프랑스 침공으로 전쟁의 배경과 서막을 알리고, 태평양전쟁은 사실 항공모함과 전투기들의 활약들이 마치 게임하듯이 전쟁 속에 푹 빠지게 했다. 그렇지만 스탈리그라드 전투는 전쟁 속에 푹 빠지게는 했지만, 절대 이런 과거가 되풀이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누구나 갖게 한다. 이 전투에서는 승리자가 없다 한다. 소련은 독일에게 항복 선언을 받기는 했지만, 공식적인 자료로는 100만의 사망자와 500만의 인명피해, 미확인 자료로는 150만의 사망자에 800만 인명피해란다. 그냥 한 세대의 젊은이가 싹 사라졌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가장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건을 꼽으라면, 2차대전은 무조건 꼽힐 것이다. 좀 더 이에 대해 공부를 할 것이며, 올바른 역사관을 갖도록 해야할 것이다.
[출처] <책><리뷰>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 남도현 지음 / 플래닛미디어|작성자 환상교향곡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