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마개 까치글방 아르센 뤼팽 전집 5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 / 까치 / 2002년 6월
평점 :
품절


뤼팽 시리즈 중 '수정마개'. 뤼팽 시리즈 중 가장 주목받는 작품들로는 '기암성', '813의 비밀'이 있는데 나는 이것들보다 '수정마개'를 더 재미있게 보았다. 장편이지만 그리 길지 않은 양이고, 뤼팽 시리즈는 보통 유럽 특히 프랑스의 문화나 역사에 익숙하지 않으면 꼼꼼히 읽어야 하지만 이 책은 쉽게 책장이 넘어간다. 이 작품에서 뤼팽은 수많은 실패를 겪는다. 그러한 면에서 결코 정의의 수호자라고 불릴 수는 없는 괴도 뤼팽의 꼴사나운 모습을 보며 독자들은 익살스럽게 볼 수도 있고, 뤼팽에게 애정을 주면서 스토리를 더욱 긴박하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일단 처음부터 뤼팽은 자신의 부하들이 세운 계획을 따르다가 다른 마음을 품은 부하들의 행동에 의해 경찰에게 포위당하고, 자신은 빠져나오지만 부하들이 잡히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서 부하들 중 하나가 사람을 살해하기에 이르는데, 이러한 악조건 하에서 부하들 중 하나를 구하기 위해 아르센 뤼팽은 수정마개를 찾는 일에 매달린다. 그 수정마개 속에는 파나마 운하 스캔들에 가담한 명단이 있고, 이를 손에 넣는다면 그 명단에 적힌 사람들을 이용하여 부하들을 구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있었다. 이를 손에 넣고 권력을 마구 부리는 영악한 하원의원 도브레크와 이러한 사실들을 파헤치고 수정마개를 빼앗으려는 뤼팽의 대결! 도브레크는 아마도 '813'의 범인과 더불어 가장 뤼팽을 괴롭힌 상대가 아닌가 싶다. 수정마개를 왜 부하들이 찾으려 했는지, 그 안에 있는 명단이 무언지, 그 명단으로 도브레크가 무엇을 하려 하는지, 그 마개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로 이어지는 뤼팽의 물음과 그 물음을 해결하는 과정이 짜임새 있고 독자들을 완전히 몰입하게 한다. 비록 활자지만 영화처럼 눈에 장면들이 그려지는 스토리텔링은 일반 영화와는 다르게 절로 상상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뤼팽은 홈즈와 다르게 실패를 겪을 때마다 크게 탄식하고, 성공을 거두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기쁨을 감추지 않는 프랑스인의 전형이다. (이렇게 말하면 편견일라나..) 이는 뤼팽의 수정마개를 좇는 과정을 그의 감정을 같이 느끼면서 스토리의 고저를 함께 하기에 정말 스릴 넘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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