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게 되어 영광입니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1
미나가와 히로코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결론적으로 주인공은 "미청년" 에드워드 터너와, "천재" 세밀화가 나이절 허트입니다.   

에드워드와 나이절에 대한 작가의 편애는, 그들이 본 작품에서 매우 모호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으로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 더해 등장인물 소개에 이어 작중에서도 꾸준히 강조되는 그들의 출중한 외모와 재능에 대한 묘사는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니까요.

이들은 '희생자' 의 친구이면서도 '악당' 의 공범이라는 위치에서, 사건의 중요한 단서들을 숨기거나 조작해 끊임없이 수사에 혼선을 가져옵니다. 조금 얄미울 정도로요.

이로 인해 책의 중반까지 비극적인 희생자로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던 네이선은 극의 조연으로 밀려나고 에드워드와 네이선의 방해공작이 부각됩니다.

네이선은 에드워드와 네이선에게 있어 결정적인 행동을 일으키게 된 일종의 촉매제에 불과할 뿐이었다는 것이 밝혀지죠. 

조연으로 밀려나는 것은 용의자인 로버트 버턴과 가이 에번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사건의 배후이자 악의 근원처럼 묘사된 가이 에번스조차도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하고, 주인공 콤비에게 손쉽게 제거됩니다. 

이처럼 특정 캐릭터들에 대한 작가의 노골적인 애정이 느껴지기 때문에, 그들이 악인이 아니며 의뭉스러운 행동들을 벌이는 데에는 모종의 사정이 있다는 것은 쉽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에드워드와 나이절에 대한 의혹은 작품의 주요한 반전들과 긴밀한 관련이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몇몇 반전의 의미가 퇴색되어버린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 죽은 자가 되어 살아가겠다며 대니얼 버턴을 떠나는 주인공 콤비의 모습은, (이들에게 어떤 비극적인 카리스마를 부여해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이긴 했습니다만) 그들의 동기와 행동 패턴에 그다지 공감하지 못했던 제게는 다소 감상적이고 비겁해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탐정역인 존 필딩 판사의 추리를 집요하게 방해하는 등장인물들에게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그 답답함을 동력으로 삼아 희생자인 네이선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밝혀질 종장에 대한 기대로 묵묵히 한 장 한 장을 넘겼지만, 밝혀진 비밀은 짜릿함보다는 허무함을 안겨줄 뿐이었습니다.

즉, 저처럼 이 두 캐릭터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미묘한 한 권이 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본격 미스터리보다는 라이트노벨에 가까운, 캐릭터의 매력이 강조된 작품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으신다면 좀 더 독서를 즐기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일본에는 나이절의 불행한 과거가 수록된 속편 <아르모니카 디아볼리카>가 출간되었다고 하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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