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올빼미
사데크 헤다야트 지음, 공경희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처음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이 20여 개국에서 출간되었으나 '읽으면 자살하게 된다' 는 우려 때문에

한때 독서 금지되었던 작품이었다는 점에서였다.

과연 어떤 내용이길래..무엇을 표현해낸 글들이길래..금서가 되었을까..

읽기전부터 묘한 설렘이 들었던 작품인 만큼 읽는 동안 표현 하나하나도 놓치지 않고 읽으려 했던 것 같다.

'꼭 읽어야 할 20세기의 작품', '죽기 전에 읽어야 할 1001권의 책' 에 선정된 적도 있을만큼

독서 금지되었던 읽으면 안되는 작품으로 선정된 이력과는

전혀 모순되는 평들 또한 이 책에 흥미를 갖게된 이유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책을 읽기전에 이런 글을 쓴 작가는 과연 어떤 사람일지..또한 궁금하게 했던 작품이다.

이 책의 저자는 사데크 헤다야트라는 20세기 이란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이란 문학을 접해보는 것 또한 처음인 것 같아 더욱 궁금해졌다.

그는 문학에 짧은 생을 바쳤다. 파리에 머무는 고독한 4년 동안 카프카,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읽으며

자의식이 깊어졌고 삶과 죽음의 문제에 몰두했다.

특히 말테의 수기를 읽고 릴케가 죽음을 찬양하는 것에 감명 받아,

그 해에 센 강의 지류인 마른 강에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했지만 가까스로 구조되었던 적도 있다고 한다.

저자는 독재 정치와 부패한 성직자들을 공격함으로써 극단주의자로 비판 받아 인도로 떠났다.

그곳에서 등사기로 밀어 자비 출간한 장편인 바로 이 작품,<눈먼 올빼미>는 작품을 읽은 사람들 중에

자살자가 속출하는 최고의 문제작이 되었다.

하지만 헨리 밀러, 앙드레 브르통, 옥타비오 파스 등이 극찬한 이 작품은 정작 이란에서는 출간금지 당했고,

고독과 우울의 벌레에 갉아먹힌 헤다야트는 다시 돌아간 파리의 임대주택에서 가스를 틀어놓고

작가는 48세의 짧은 생을 스스로 마감했다.

사후에 20세기 아랍을 움직인 50인에 선정되었으며, 그의 작품은 아직까지 이란에서는 금서라고 하니

이 작품의 파장이 얼마나 컸는지를 지레 짐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글을 읽는 내내 주인공의 절망이 깊이 와닿아 더 애절하고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전체적인 내용은 사실 난해하게도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 않다.

표현들은 매우 섬세하면서도 오히려 그 섬세함에 깜짝깜짝 놀라게 되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조금 잔인(?)하다고 해야할까..어찌 표현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그런 내용들 또한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는 부분들이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둡고 우울한 느낌이다.

책을 모두 읽고나니 비로소 왜 그토록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책일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주인공이 느끼는 모든 것들이 깊은 절망과 좌절이기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공허함 속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마저도 함께 갇혀버린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이런 절망과 좌절의 순간들이 있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다보면 주인공의 마음에 공감되는 부분들이 생기기도 할 것 같다.

책의 내용과 함께 책의 표지 또한 매우 독특하다.

노출제본이라는 독특한 제본형태가 매우 신선하게 느껴진다.

이런 디자인의 도서는 처음이기에 책을 넘기는 재미가 이런 부분에서 있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