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직전의 우리 작가정신 소설락 小說樂 4
김나정 지음 / 작가정신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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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은 가슴 깊이 먹먹함이 전해져 온다.어둡고,무거운 이야기 속에서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막막함이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속도감있게 이야기가 전개되고 책장을 넘기는 속도또한 빨라지기 시작한다. 

 

어느 날, 한 아이가 죽었다. 죽은 아이의 이름은 이나림.

나림이의 엄마, 아빠, 친구, 친구의 엄마까지, 여기, 유력한 용의자 5명이 있다. 그리고 용의자 안에는 나림이도 포함된다.

김선자는 나림을 죽인후 다른 사람의 삶을 살면서 평생을 자신을 쫓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쫓겨 살아가고,나림의 엄마인 권희자 또한 복수심에 괴로워하며 살아간다.

 

복수의 화신이 된 엄마와 결국 자신의 삶으로 다시 돌아간듯 보이지만 실상은 자신의 삶을 포기해버린 아빠 이세황.

살인자가 된 후 윤수인으로 개명한 김선주와 살인자를 낳은 죄인이 되어버린 선주의 엄마.

 그리고 바로 당사자인 이나림의 독백과 여섯 살 난 선주의 아들, 조안도의 이야기가 숨은그림찾기 하듯 재구성되는 소설의 형식은 개개인의 심층을 해부하듯 또는 조감하듯 들여다본다.

 

나림이가 떠난 뒤 죄의 순환 고리는 안도라는 아이에게로 되돌아온다. 권희자가 선주의 아들 조안도를 유괴하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이십 년 전에 시작된 충격적인 사건, 그 앞에 얽히고설킨 여섯 명의 끈질긴 인연. 자식을 지키려는 여자와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남의 아이를 유괴하는 여자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여섯 명의 다중 시점을 통해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생생하고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이 책은 읽는 우리의 마음을 한껏 불편하게 한다. 이 이야기는 어떤 희망의 손짓이나 구원의 기대도 사라진 자리에서,

모든 행복의 씨앗이 사라진 폐허 위에서, 우리 자신에게 질문하게 만든다.

 

아이를 잃은 엄마의 복수심과,그 복수심에 불타는 여자가 태워버릴 이 세상.

그야말로 책의 제목처럼 멸종직전의 우리의 모습을 이 책의 인물들을 통해 들여다 보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한 아이의 죽음은 그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연관된 모든 사람들의 삶에 얽혀 그들을 자유롭게 놓아주지 않는다.

아니,어쩌면 아이의 죽음 자체보다 그것으로 인한 마음속 납덩이와 같은 짐들이 그들의 삶을 잡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누구도 이 증오와 분노와 폭력의 심연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면,

‘멸종 직전의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를 구해낼 수 있을까. 그 불편한 질문을 책을 읽는 마지막까지 생각해보게된다.

 

 죽음은 어디에서든,또 언제든 존재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차이가

남겨진 이들의 마음과 나아가서는 그 삶까지도 지배하게 되는것 같다.

 

마지막까지 용서를 구할 수 없는 것인지..끝을 보기까지도 먹먹하고,복잡한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던

소설이다.

 

영혼의 속살을 들추는 조용한 응시,질주하듯 내달리는 낯선 상상력,

그리고 언제 종말이 올지 모를 극도의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묵시록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을 통해 삶과 죽음,그 연결의 끝은 어디까지 인지..생각하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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