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유를 느끼는 사람이군요."
그녀의 나지막한 속삭임에 그의 짙은 눈썹이 슬쩍 밀려 올라갔다.
"자유?"
정현은 대령에게서 고개를 돌려 맞은편에 앉아있는 지혁을 바라 보았다.
"그래요. 자유. 아무것에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 어떤 정해진 틀에도 맞추지 않는 그만의 세상......"
정현은 그의 말에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부럽죠. 그것도 많이.
"인간은 모두 자유를 꿈꿔요. 아니. 이 세상 모든 생물이 자유를 꿈꿀 거에요. 하다못해 동물원의 원숭이도."
"자유롭지 못하다 생각을 하나?"
정현은 물이 든 컵을 입으로 가져가다 순감 몸을 굳혔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기다리고 있는 그의 눈과 부딪혔다.
"단 한번도 자유로웠던 적 없었어요. 단 한 번도."-78쪽
"제발....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에요. 날 위해서예요.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어요. 평생 아버지를 원망하고 미워했고, 오랜 시간 꿈꿔왔던 자유로운 삶을 위해 떠나려 했어요. 그러다 당신을 만나고 뭐가 뭔지 모르게 깊은 늪처럼 당신에게 속절없이 빠져들어 아무런 판단도 내릴 수 없었어. 날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어요. 마치 태양주위를 돌고 있는 지구처럼 당신의 궤도에 끌려 당신만을 생각하고 당신에게 해가 되지 않는 일만 생각했어요. 이젠 날 위한 시간을 갖고 싶어요. 모두를 떠나 누구를 위한 삶도 아니고, 누구에게 영향 받는 그런 삶이 아닌 누구의 간섭도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오로지 나만을 위하고 나를 위한 시간을 살아보고 싶어요."-2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