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세트] [BL] 어느 용사님의 트루 엔딩 (외전 포함) (총11권/완결)
이미누 / 시크노블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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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연재하시던 타 플랫폼에서 보고 충격먹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미누님 작품은 어용트로 처음 접했는데 당시엔 밝은 분위기의 비엘만 봐서 그런지 이런 어두운 다크판타지의 적응이 쉽지 않더라구요.

더욱 놀라웠던 건, 취향이 아닌 소재를 가뿐히 무시할만큼의 흡입력과 재미였습니다.

당시 연재 분량도 꽤 많았던걸로 기억해요. 정신을 차려보니까 어느새 밤을 샌 저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우리가 게임 소재에서 흔히 보는 무한 트라이가 실제라고 생각하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알려주듯이 엄청 무겁게 쓰여졌어요.

게임 속에 갇힌 주인공은(공수의 의미가 아닌 그냥 등장인물로 칭하겠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개처럼 구릅니다.

게임에서 흔히 죽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듯이 죽으면 또 시작해요.

그걸 몇천번이 아닌 2만 번을 반복합니다.

심지어 세이브 기능이 없어서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되는 미친 게임을 말이에요.

2만 번 정도 굴러서 게임을 깬 건 좋았는데, 게임 속에서 탈출하는 게 아니라 하드모드로 난이도가 변경됩니다;;


매번 똑같이 시작되는 초반과 똑같이 흘러가는 스토리가 펼쳐질거라 생각했으나, 하드모드인 2회차에 진입한만큼 주인공이 알고있던 스토리와 묘하게 달라져요.

같이 마계로 갈 동료들도 달라지고 몬스터의 난이도도 대폭 업그레이드됩니다.

똑같은 몬스터를 상대하는데도 이지모드와는 다른 전투... 거기에 새로운 동료들이 추가됐으니 정말 하드모드를 제대로 겪는 주인공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실감나게 쓰인 전투 묘사도 그렇지만 이거 생각보다 꽤 징그럽고 잔인한 장면도 나옵니다.

그냥 몬스터를 합! 베고, 크악! 하고 죽었다. 우리는 마왕을 향해 나아갔다. 이런 느낌이 전혀 아닙니다;

주인공에게는 먼치킨의 능력이 없어요.

최소한의 능력으로 몬스터와 지형을 파악하고 최대한 숨어다니며 말 그대로 '생존'에 가까운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은 게임을 깨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2만 번의 트라이 때문인지 몸을 사리지 않는 무모함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저는 그 장면들이 조금 고어스럽다고 느꼈어요.

심하진 않지만 징그러운 장면에 면역력이 없으면 뇌에 강렬하게 남을만큼요.

그래서 제가 몇년전에 본 이 작품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알라딘에 나오자마자 허겁지겁 구매했나봐요.


하드모드로 난이도가 조정된만큼 몬스터의 전투력과 지능도 상승합니다.

굉장히 의외였던게 몬스터가 인간과 비슷하게 사고하고 지능적으로 행동해서 몇번이나 주인공의 목숨을 위협합니다.

몬스터 각각의 개성도 훌륭해서 그냥 스쳐지나가는 몬스터가 아닌 등장인물로 기억에 남을 정도로요.


더 쓰면 스포일러성 요소가 강해지기 때문에 간략하게 줄이겠습니다.

초반은 비엘 소설보다는 판타지 소설에 가까워요.

bl 느낌이 아예 없는 건 아닌데, 초반엔 생존에 집착하다보니까 연애보다는 모험 이야기가 더 두드러질 수 밖에 없어요.

어용트는 판타지 모험물을 다크하게 잘 살린 수작입니다.

비엘 요소 빼고 그냥 판타지 소설로 냈어도 마니아들에게 반응이 좋았을 것 같아요.


이 소설 이후로 이미누 작가님 여러 소설을 찾아 읽어봤는데 어용트가 주는 분위기나 긴장감을 비슷하게 담고 있는 소설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아무래도 장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느리고 촘촘한 호흡이 한 몫 하기도 했구요.


그냥 다짜고짜 수가 고생해서 구르는 피폐함과는 결이 달라요.

글의 분위기 자체가 어둡고 절망적인 느낌이 깔려있습니다.

말로 표현하기가 애매한데, 보다보면 절대 탈출하지 못하는 축축한 늪지대나 몬스터가 깔려있는 고원에 갇혀 죽음만을 생각하는 절망적인 상황에 갇혀있는 느낌이 들어요.

소설 분위기가 독특한 것과 별개로 글의 흡입력도 독자에게 그런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런저런 말이 길어졌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다크 판타지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봐달라는 말입니다.

제가 재미있게 읽은 소설을 꼽으라면 어용트를 포함시킬만큼 정말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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