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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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변호사 벤은 남들이 부러워할 법한 삶을 살고 있다. 아름다운 아내, 귀여운 두 아이, 사회적 지위와 안정적인 경제력까지 모든 걸 갖춘 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 오랫동안 꿈꿔온 사진에 대한 열망으로 변호사라는 직업은 따분하게만 느껴지며, 아내와의 불화가 깊어질수록 삶에 대한 회의는 커져만 간다. 가정과 직장 어느 곳에서도 안식을 느끼지 못하던 벤은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되고 우발적으로 내연남을 살해한다.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대한 죄책감과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한 두려움에 가득 차 있던 그는 머릿속에 떠오른 계획을 하나씩 실행해나간다. 벤의 그린 ‘큰 그림’은 성공할 수 있을까?

아버지의 강요와 경제적 안정 등 여러 이유로 현실과 타협하고 자신이 원하던 삶과 거리가 먼 인생을 살던 벤. 그는 인생을 뒤흔드는 사건을 마주하고 자신의 삶을 완전히 잃어버린다. 그를 지켜보며 인생의 주인이 ‘나’인 게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간절히 바랄 때는 손에 닿지도 않는 먼 곳에 있다 한 발짝 멀어지려 하면 다가오는 꿈. 나의 선택과 결심보다는 주변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게 인생이라면 정말 내 인생의 주인은 내가 맞는 것일까?

인생의 아이러니를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을 통해 풀어내고 있는 <빅 픽처>는 약 500페이지의 긴 분량이다. 하지만 뛰어난 심리 묘사와 속도감 있는 전개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결말까지 달려가게 된다. 잔인하면서도 다정한 인생의 양면을 모두 담아낸 작품은 10년 넘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자신이 죽인 남자로 인해 오랫동안 열망했던 꿈에 가까워진 벤, 자신을 죽인 벤으로 인해 그토록 원했던 명성을 얻은 남자. 이 엄청난 아이러니 속에 인생의 양면성이 잘 표현되어 있다. 원하는 것을 이루고도 마음껏 행복할 수 없고 불안에 떠는 삶은 그가 꿈꿨던 인생이 아닌 게 분명하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해지고 나서야 자신이 그토록 권태롭게 느꼈던 삶의 소중함을 깨닫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놓쳐버린 것들을 아파하며 후회에 사로잡힌 그가 앞으로도 행복하기란 힘들어 보인다.

이루지 못한 삶의 허상에 매여 고통받기보다는 내 손안에 있는 현재 삶의 소중함을 똑바로 봐야 한다. 잃어버리고 나서 뒤늦은 후회를 하는 것만큼 불행한 삶은 없으며 이미 떠나버린 행복을 다시 찾는 데는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한 법이니까.

+ 벤의 빅 픽처만큼이나 궁금한 인물은 바로 벤의 부인 베스이다. 그토록 닮고 싶지 않았던 엄마와 비슷한 삶을 살게 된 베스의 고통, 자기 연민에 빠진 남편과의 불화로 외도까지 저지르고 맞이한 남편의 죽음. 베스는 자신의 인생을, 현재를 소중히 살아가고 있을까? 책에 다 담기지 않은 베스의 이야기를 그녀의 시각으로 만나보고 싶다. 베스는 소설가를 꿈꿨으니 제목은 <논픽션>이 어떨까 하는 상상도 슬쩍해본다.

’나’를 버리고 나서야 실현되는 #빅픽처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P. 216 l 정말 한순간에 모든 걸 빼앗길 수 있는 게 삶이야. 우리 모두는 그런 순간이 언젠가 다가오는 걸 두려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거야.

P. 275 l 누구나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그러나 그런 자유, 그 텅 빈 지붕과 마주하게 되면 두려움 밖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유란 끝없는 무의 공간을 바라보는 것과 같으니까. 아무것도 없는 영역을.


#빅픽처 #더글라스케네디 #밝은세상 #책 #베스트셀러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추천 #소설추천 #스릴러 #스릴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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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쇄 위픽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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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진행형이 현재멈춤형으로 변해 버린 순간.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기 마련이다. 파과에서 투우를 보며 조각의 시작은 어땠을지 떠올렸다. 이 책은 그 마음에 답하듯 킬러로 첫 발을 내딛는 조각의 모습을 담고 있다.

짧은 분량 속에 조각이 방역 대상을 제거하기 전에 끝나지 않는 냉혹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각이 연마해야 했던 혹독한 훈련들과 파과에 나온 류와 조각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킬러가 되기 위한 훈련을 하던 조각이 막바지에 다다라 자신이 가야 하는 길이 어떤 길인지 깨닫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파과와 파쇄 두 작품 통틀어 가장 인상 깊었다.

결코 무뎌질 수 없는 험한 길을 시작하며 온전히 자신의 마음을 다 드러내는 장면에 한참 동안 머물러있었다. 조각의 마음은 그때 조각나 버린 걸까? 아니면 이미 균열 나버린 마음의 마지막 진동이었을까?

숨기고 감추는 게 능숙한 그가 마음을 억누르고 살아온 나날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된 듯해 어린 조각의 눈물이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단단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깨지고 부서지는 #파쇄


▷ P. 10 l 생각은 매 순간 해야 하지만, 생각에 빠지면 죽어

▷ P. 84 l 그녀는 두 개의 손 안에 한 세상을 움켜쥐고 부숴버린다. 세상은 불과 한 번의 총성으로 인해, 짓무른 과일처럼 간단히 부서진다. 그 파열음이 벼락처럼 귓전을 갈기지만 그녀는 소리에 무너지지 않는다. 눈앞이 맵다. 이걸로 그 무엇도 돌이킬 수 없고 어디로도 돌아갈 수 없다.


#파쇄 #구병모 #위즈덤하우스 #위픽시리즈 #책 #책스타그램 #책리뷰 #책기록 #독서스타그램 #독서리뷰 #독서기록 #플로버책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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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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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킬러 조각.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청부 살인을 업으로 삼아오며 업계에 명망을 떨쳤지만 몸도 기억도 예전 같지 않자 퇴물 취급을 받는다. 흘러간 세월만큼 변해버린 주변과 달라진 세상의 태도에 조각에게도 이전과는 다른 마음이 생겨난다.

노인, 여성, 킬러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세 개의 키워드가 한 데 묶여 새로운 영역을 구축했다. 주인공 조각이 가지고 있는 서사만큼이나 다른 등장인물들의 서사도 탄탄하다. 그들의 사연이 모여 굵직한 뼈대를 이룬 이야기는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간다. 평범하지 않은 서사를 가진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 만큼 두 번째로 읽을 때에는 다른 인물에게 시선이 갈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여전히 조각에게 집중하게 된다.

잘 짜인 구성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조각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조각의 삶을 쫓아가다 보니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던 조각이 흘러들어간 골목이 그곳이 아니었다면, 그 순간 만난 사람이 류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조각이 타인을 신경 쓰는 게 나이가 들어서 새롭게 생겨난 감정이 아니라 그의 마음속 한구석에 늘 자리 잡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해왔던 감정은 아닐까? 등 조각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누구나 각자의 이야기와 사연을 가지고 있다. 흘러온 세월의 크기만큼 살아남은 그들의 모습은 쉽게 바뀔 수 없다. 하지만, 깨지고 상한 손톱도 다듬고 관리하면 그 손끝에 불꽃놀이가 일어날 수도 있는 법이니까. 잃어버린 게 많아도 살아있다면 빛이 다시 차기 마련이니 조각의 시간이 조금은 편안해지길 파과를 보는 순간마다 생각한다.

깨지고 부서져도 다르지 않은 #파과


▷ P. 225 l 달콤하고 상쾌하며 부드러운 시절을 잊은 그 갈색 덩어리를 버리기 위해 그녀는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펼친다. 최고의 시절에 누군가의 입속을 가득 채웠어야 할, 그러지 못한, 지금은 시큼한 시취를 풍기는 덩어리에 손을 뻗는다. 집어 올리자마자 그것은 그녀의 손안에서 그대로 부서져 흘러내린다.

▷ P. 342 l 그러나 이 순간 그녀는 깨지고 상하고 뒤틀린 자신의 손톱 위에 얹어놓은 이 작품이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그것은 진짜가 아니며 짧은 시간 빛나다 사라질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파과 #구병모 #위즈덤하우스 #책 #책스타그램 #책리뷰 #책기록 #독서스타그램 #독서리뷰 #독서기록 #플로버책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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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족이 되었습니다
사쿠라이 미나 지음, 현승희 옮김 / 빈페이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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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햇살을 즐기고 싶다면 #오늘가족이되었습니다


당연하지만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따뜻한 이야기에 저항 없이 감동받고 마음이 녹아내린다. 다양한 가족 형태가 많이 나타나고 있는 세상에 딱 맞는 이야기다. 만개할 꽃을 기다리며 우선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지켜보자.


열일곱이라는 어린 나이지만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한 '가에',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오랫동안 비밀을 간직해 온 '히마리', 외로움을 물질적인 것들로 채우다 막대한 빚까지 져버린 '리사코', 이혼 후 마사코와 함께 생활해온 의문스러운 유언집행자 '다마키'. 그리고 네 사람의 사연을 통해 만나게 되는 유언의 주인공 '마사코'.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서 찾아낸 공통점은 모두 외로운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외롭기에 오히려 벽을 치고 상처를 주며 서로에게 서툴기만 했던 이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용서가 아니라 서로에게 다가갈 용기 아니었을까. 


 처음에는 오로지 상속을 목적으로 만나 따로 생활하던 이들이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가고 서로를 위하며 가족이 되어간다. 너무 뻔하지만 마사코가 이들에게 남긴 가장 귀한 유산은 물질적인 무언가가 아닌 함께해 줄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피가 섞이지 않았어도 함께 생활하지 않아도 이들은 이제 한 가족으로 살아갈 것이다. 서로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이어져 있으니까.


조금 느리고 서툰 우리 #오늘,가족이되었습니다


▷ P. 229 l "두근거렸어. 진정한 의미로 허락을 받은 건 아니었지만, 그 반지를 낀 순간만큼은 속마음을 감추지 않아도 될 듯한 기분이 들었거든. 그 김에 달라고 했어도 안 줬겠지만 말이야."


▷ P. 368 l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 날의 일이 거짓말 같았다. 방 안은 활기찬 대화 소리로 가득했다. 리넨도 같은 방에 있었고 지금은 모두 웃고 있었다. 가에가 리넨의 귓가에 속삭였다.

"모두 살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늘가족이되었습니다 #사쿠라이미나 #빈페이지출판사 #책 #책스타그램 #책리뷰 #책기록 #독서스타그램 #독서리뷰 #서평 #플로버책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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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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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목재상을 운영하는 빌 펄롱은 어린 미혼모들이 모여있는 수녀원으로 배달을 갔다가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소문만 무성했던 수녀원의 진실을 어느 정도 눈치채지만 그는 그대로 그곳을 나와버린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현재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모른척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펄롱의 마음속을 짓누르는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른은 뭘까'는 성인이 된 이후로 끊임없이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 질문이다. 세상은 나를 어른으로 대하는데 스스로는 전혀 어른처럼 느껴지지 않아서인지 전혀 어른답지 않은 이들을 여럿 봐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끝을 마주하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펄롱은 어른이구나'였다.


 크리스마스에 자신이 받은 선물을 더 어려운 이에게 나누지 못한 것을 자책하던 펄롱은 수녀원에서 만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남들의 시선에 당당히 맞서 옳은 일을 행하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소녀를 만나고 그가 느끼는 불쾌함의 정체를 다들 알지만 애써 모른척하며 살아간다. 모두가 외면하는 문제를 그 역시 외면했다면 일상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마음은 불편하더라도 그가 단조롭다 생각하는 그런 나날들을 평화롭게 이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펄롱은 자신의 마음속에 무겁게 자리하고 있던 그 일을, 자기보다 더 약한 사람을 위해 생각하고 실천에 옮긴다.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해 자책이나 후회에서 끝나지 않고 옳다고 여기는 방향으로 한 발 더 나아가 실천하고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는 그가 진정한 어른처럼 보인다.


 평온한 일상이 깨지고 모두가 만류하는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일을 행하는 펄롱의 용기는 아마 그와 그의 어머니를 돌봐준 미시즈 윌슨에게서 받은 영향이 아닐까. 어른이 내민 손길이 아이를 어른으로 자라게 하고 또 다른 손길로 이어진다. 선의가 더 큰 선의로. 용기가 더 큰 용기로 돌아오는 따뜻함을 지닌 소설이다.


 소설이 남긴 진한 여운을 느끼며 펄롱과 미시즈 윌슨처럼 누군가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인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더 나은 사람이, 다정함과 용기를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소설이 지닌 메시지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 P. 44 ㅣ 아무것도 달라지지도 바뀌지도 새로워지지도 않는 걸까? 요즘 펄롱은 뭐가 중요한 걸까, 아일린과 딸들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 P. 120 l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 - 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이미 지나갔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 지금 옆에 있는 이 아이가 이미 겪은 것, 어쩌면 앞으로도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처럼사소한것들 #클레어키건 #다산책방 #책 #책스타그램 #책리뷰 #책기록 #독서리뷰 #독서기록 #플로버책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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