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재원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의 믿음은 얼마나 타당한가◢

"저기, 나가오카. 나랑 새로운 사이비 종교 시작해 보지 않을래?"

표제작 <신앙>은 사이비 종교에 빠져드는 바보들을 상대로 돈을 벌어 보자는 이시게와 과거 정수기 다단계에 빠져 빚을 얻었지만 새로운 종교를 통해 또다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사이카와의 종교 창시 권유로 시작됩니다. 일반인을 대표하는 아사미 무리는 그들의 제의를 비웃지만, 나가오카의 눈에는 찻잔 세트에 2000만원이 넘는 브랜드를 선망하고 콧구멍을 하얗게 만드는 시술에 몇십만 원을 쓰는 아사미 무리의 태도와 사이카와의 정수기와 종교를 향한 믿음이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 나가오카의 사정 또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나가오카는 그 누구보다 '현실'을 믿어왔습니다. '현실'을 보는 것만이 현명하고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맹목적으로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그녀의 믿음에 균열이 생기고, 남들처럼 무언가에 정서적인 가치를 부여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극심한 결여를 느낍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수기와 사이비 종교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는 사이카와는 이시게와 아사미 무리에겐 '멍청이'로 취급받지만, 나가오카에게만은 '믿는 능력'을 가진 존재로 다가와 선망받게 됩니다. 자신을 세뇌해 달라고, 남들처럼 무언가를 믿을 수 있게 해달라고, 사이카와에게 애원하며 그렇게 나가오카는 이시게와 사이카와가 만든 사이비 종교에 들어가게 됩니다.

​ <신앙>에서는 사이비 종교의 교리로써 '천동설'이 등장합니다. 작품에서 '천동설'은 믿음의 가치를 상징하는 개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 조르다노 브루노를 화형으로 내몰고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포함한 많은 학자들을 종교 재판소에 회부시킨 '천동설'은 당시의 사회적, 종교적 믿음이었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지동설'이 사회적, 과학적 믿음으로 굳건히 자리 잡았습니다. 이 변화는 과학과 지식의 발전을 넘어 믿음은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우리는 일부다처제에서 일부일처제로 바뀐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먼 미래에는 다자연애가 상식이 되는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신앙>은 모든 '믿음'의 가치를 동일시함과 동시에, 종교, 고급 브랜드, 현실을 믿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우리는 항상 무엇인가를 믿고 있음을 말합니다. <신앙> 이외의 단편 5편 또한 정형화된 관념에서 벗어난 인물들을 등장시켜 독자로 하여금 그들의 행동의 시비를 판단하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던 믿음을 자극합니다. 그렇게 독자는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어떤 믿음이 옳은지에 대한 질문에 봉착하게 됩니다.

여러분의 믿음은 타당하십니까? 확신을 가지고 '믿는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의 믿음을 재고해야 합니다. 물론 사이비 종교는 믿음을 이용해 돈, 정신, 삶을 착취하는 사기 행위로 근절되어야 마땅하고,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믿음 그 자체의 뿌리는 동일하며, 측정 불가능한 개인의 가치를 지닌 믿음에 시비와 우열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그 점을 인지하고 사회적 관념으로써 당연하게 믿어왔던 것들을 깨부수고, 나는 그것을 왜 믿는가를 철저히 사유한 뒤 당당하게 '나는 그렇기에 믿는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어서야 비로소 우리의 믿음은 의미를 가진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 사고의 재조립을 함께 하기에, 무라타 사야카라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적절히 녹여낸 《신앙》은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문장은 담백하여 가독성이 좋고, 작가의 독창적인 세계관은 불편하면서도 흥미를 끌어 몰입감이 있습니다. 무라타 사야카는 본능으로 글을 쓴다고 합니다. 그 탓인지 결말에 이르러서는 다소 휘몰아치는 묘사에 난해한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어렵지 않은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책은 2018-2021년 사이 지면에 실린 글을 모은 단편 소설책으로 각 장의 길이도 짧아 부담 없이 작가의 세계를 즐길 수 있는 무라타 사야카 입문용 책으로도 좋을 것 같습니다 :)

​※ 해당 도서는 은행나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으며, 서평은 도서 제공과 무관하게 주관적인 감상만을 담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광기와 천재 - 루소부터 히틀러까지 문제적 열정의 내면 풍경
고명섭 지음 / 교양인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위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이 가진 일반의 범주에서 벗어난 천재성을 보고 일종의 벽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천재들의 특이한 사고방식과 생활 양식을 보면서 "천재들은 어딘가 미쳐있다"라는 명제를 만들고 일반인과 다른 생물체인 양 분류해버리며 경외심과 거리감을 느낍니다. 이젠 천재라고 생각한 인물이 평범하게 생활하면 섭섭해질 지경입니다. 하지만 '미쳤다'라는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천재들을 이해하기를 포기하고 그들을 범접할 수 없는 절대적 존재로 격상시켜 고립시키게 만드는 말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광기와 천재》에서 개괄한 천재 내지 광인 8명의 일생을 보면 그 생각은 더욱 확고해집니다. 그들은 어딘가 하나씩 결핍된 성장 과정을 거치고 어떤 분야에서는 좌절을 겪기도 하며 극도로 방황합니다. 그러다 자신이 재능을 가진 어떤 것에 마음을 사로잡혀 시대를 혼란스럽게 만들면서도 타인으로 하여금 경외, 존경, 질투, 두려움 따위의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그들의 겪은 방황과 희열 그 자체는 사실 일반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을 경외와 두려움의 대상으로 만들어 일반인과 차별화 시킨 그 요소는 무엇이었을까요?

본인을 사로잡은 무언가에 대한 집착적인 몰입, 그리고 그에 관해 타협하지 않는 자세가 천재와 일반인의 삶을 구분 짓는 요소로 크게 작용합니다. 기회주의 정치가 조제프 푸셰는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인물이고, 사상가이자 소설가인 장 장크 루소도 모순적 삶을 살았다고 평가받지만, 그럼에도 본인이 뜻을 두고 있는 것에 흐트러짐 없이 집중하고 그 순간만큼은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사회적 관념과 도덕의 굴레에 순응하지 않고, 그들이 맞닥뜨린 진리에 외길로 파고 들었다는 점. 그것이 그들의 재능을 더욱 크게 도약시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천재성 없는 광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재능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겠지만요! 요컨대 천재적인 것들은 하늘에서 계시를 받고 성사된 절대적인 산물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이라는 기반 위에 독자적인 재능, 그리고 그것을 극한까지 몰고 갈 수 있는 기질이 더해져서 나온 이해 가능한 결과물이라는 것입니다.

저자 고명섭 님은 "이 책은 천재와 광기를 인간이라는 세계의 미궁으로 들어가는 데 도움을 주는 실마리로 삼았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처럼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 삶의 어떤 요소가 그들의 천재와 광기를 이끌어냈는지 그들의 감정을 끊임없이 제공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범접할 수 없었던 그들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아쉬웠던 점은 한 명 당 정해진 분량이 있고, 그 내용도 일생을 다루기 때문에 인물을 깊게 설명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이미 소개되는 인물들의 업적, 영향력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두고 간단히 소개하는 것 같아 그들의 천재성 또는 광기에 따른 감정의 동요가 약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물 라인업에 대한 설명 또는 인물 간의 공유점을 강조했더라면 독자가 책의 주제의식을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들이 지닌 천재성과 광기의 특별성을 조명하기보다, 남들과 다른 인생을 산 이들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며 절대적 존재에서 동등한 인간의 위치에 서서 천재성과 광기에 대해 재고하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


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광기와 천재 - 루소부터 히틀러까지 문제적 열정의 내면 풍경
고명섭 지음 / 교양인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물들의 역사적 행보의 구현 과정과 그 말로에 대하여 그들의 사고와 감정에 집중한 채 일생을 개괄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지닌 천재성과 광기의 특별성을 조명하기보다, 이들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며 절대적 존재에서 동등한 인간의 위치에 서서 천재성과 광기에 대해 재고하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를 위한 마음 훈련 - 풍요와 번영을 부르는 12가지 사고방식
조이스 마터 지음, 정지인 옮김 / 김영사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 부자 되고 싶다. 근데 일단 나는 못될 거야"


우스갯소리로 농담반 진담반으로 하는 말속 잠재된 의식이 알게 모르게 우리의 재정을 그 자리 그대로 머물게 만든다는 사실을!


-


돈을 적게 벌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일정 수입을 넘어서면 돈은 더 이상 행복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사실 돈 = 다다익선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힘들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목적과 상관없이 '돈 많이 벌고 싶다', '연봉 1억 받고 싶다', '돈 걱정 없이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고, 또 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웃긴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이번 생은 글렀다'라며 부와 본인을 분리시키고 벽을 쳐버립니다.


이 책은 그런 모습을 스스로 유리 천장을 만들어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녀가 25년 이상 재정 심리 치료 전문가로 만난 사람들과 그녀 본인의 경험에서 깨달은 것은 '마음이 건강할수록 재정이 건강하다'였습니다. 본인을 낮추면 낮출수록, 가능성을 부인하고 외면한다면, 인생의 책임을 간과한다면, 과거나 미래에만 묶여있다면, 삶의 방향이 부재한 채로 살아간다면, 자기 존중감이 없다면,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모른다면, 불안에 묶여있다면, 상처에만 머물러 있다면. 당연하게도 재정 상황을 향상시킬 기회조차 가질 수도 찾을 수도 없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불안정한 마음이 좋지 못한 재정 습관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겠지요. 책에서는 불안정한 마음이 어떻게 재정에 영향을 끼치는지 설명하며, 독자 스스로의 생각을 돌아보게 만들고 그 문제점을 보완 · 향상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책에서 마음과 재정과 엮어 관계성을 이야기해 주지만, 재정보다는 마음에 더욱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심리 치료, 마음 챙김의 기본서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조금은 추상적인 표현도 많이 등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부자가 되고 싶어 권위자의 책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고 싶은 사람, 이미 재정 향상을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 심리학과 돈의 관계에 대하여 전문적인 지식을 얻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현실에 불만을 가짐과 동시에 안주하는 사람들, 현재 상황을 개선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한 사람들, 스스로 성공할 수 없다 생각하는 사람들, 또는 여러 심리적 문제를 겪으며 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것들을 짚어주며 너의 상황은 그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는 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김영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