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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피라예 - 가장 최고의 날들
자난 탄 지음, 김현수 옮김 / 라이프맵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흔히 우리나라의 이웃 나라, 형제 나라라고 하는 "터키"의 소설이라는 데 일단 호감이 갔다. 그리고, "내 이름은 누구"라는 식의 평범하고 무미건조한 제목은 한 번에 확 끌어당기는 무언가는 없었지만, 터키의 베스트 셀러라고 하는데 이런 평범한 제목이어서 대체 얼마나 내용이 알차기에 제목이 이럴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사실, 터키 소설은 아직 읽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터키 국민 800만 명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터키 인구가 얼마인지 찾아보니 2008년 통계가 약 7,000만 명이라고 하니, 터키 국민의 9명 중 1명은 읽었단 얘기다). 우리나라의 베스트 셀러 책 중 이해되지 않는 것들(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선택했는지)도 있었기 때문에 무턱대고 베스트 셀러라서 선택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은 터키라는 나라에 대한 호감과 터키 국민의 9명 중 1명이 읽었다는 그 수치에 놀라워서 일단 손이 갔다.
이런 호기심과 기대감을 안고 책장을 펼쳐보니, 과연 베스트 셀러답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말 재밌게 읽었다. 주인공 피라예의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 그런지, 내가 피라예가 되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느껴져 더 재밌었다. 그런데 가끔 뒤에 일어날 일을 조금씩 알려주는 문장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냥 시간의 흐름대로 그 당시의 생각과 느낌만 적었다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복선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이 알려주는 느낌이다). 현재의 일을 생생히 묘사하다가 갑자기 미래에서 온 사람이 등장해서 한 마디씩 알려주고 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현장감이 약간 떨어졌다고나 할까... 일부러 그렇게 쓴 작가의 의도였겠지만 갑자기 맥이 풀린 듯한 느낌이 들어 약간 아쉬웠다. 우리 인생은 절대로 미래를 알 수 없는 거라 더 흥미진진한 거니까.
이 책은 피라예라는 한 터키 여자의 풋풋한 소녀 시절부터 아기를 낳고 엄마가 될 때까지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누구보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그녀의 삶은, 닮고 싶은 부분이 많다. 요즘 "취집"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스스로 독립적인 존재가 되기를 포기하고 한 가정의 단순 구성원으로만 만족하는 여자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렇다고 남자가 읽는다고 해서 재미없을 것 같진 않다. 피라예는 보통 남자들"만큼"이나, 어쩌면 "더" 자존감이 강하고 주체적은 삶을 사는 사람이니까.
이야기도 탄탄하고 주인공의 삶도 멋지므로 누구나 많은 것을 느끼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