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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과 바닐라
원성혜 지음 / 청어람 / 2016년 6월
평점 :
본 내용에는 주인공에 대한 스포일러가 대놓고 나오므로 참고해주세요(__)
시놉만 봤을때는 가벼운 로코물로만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글이었어요.
재벌가 외동딸 영진(여주)의 처음이자 마지막 모험기? 일탈을 가장한 성장기 느낌이네요.
대기업 후계자인 31세의 영진이 기업 입성 이전에 세상구경을 겸한 신랑찾기로 독립을 한다고?
거기에 홀로 독립은 안된다, 그러니 어린시절 어울렸던 지인의 아들 윤제와 함께 지내라고??
설정에서 무리수가 느껴지긴하나 비현실적 인물들이 만들어낸 현실적인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후기와
전개되는 이야기를 보니 어떤 글을 쓰고자 했는지 알겠더라구요. 끄덕끄덕
아버지에 대한 환멸로 자신의 남편만은 성실하고 바른 사람 (=순결남)을 원해서 신랑찾기를 나선거지만
사실 자신이 눈여겨보는 이들과 결혼할수있을거란 생각은 영진도 우리 독자도 하지 않을거예요.
그래서 처음부터 남주가 윤제일거라 생각은 했지만 초반에 글을 읽다보니 의아하더라구요.
책 제목이 <꿀과 바닐라>인데 책 속에서 나오는 '꿀과 바닐라를 탄 핫 초콜릿'이라는 빵집은 남조1 한성의 가게거든요.
그래서 갸웃했어요. 아니... 남주가 그럼 한성인가? 왜 남조와 연관된걸 제목으로 했을까? 하고 말이죠.
초콜릿에 꿀과 바닐라가 인생 혹은 사랑의 완성이라는 말을 보면 제목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겠네요.
남조1 한성, 남조2 현도, 남조3 해민 모두 과거에 순결서약을 했던 인물들로 셋은 친구입니다.
순결함 그리고 잘생긴 외모를 보고 후보로 올린 영진이지만 이미 첫만남에서 현도는 너무 변해버렸기에 탈락.
그렇게 변해버린 현도를 포함한 남조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전체적으로 균형은 잘 맞았던거같아요.
남조들의 직업군에서 비유할만한 이야기나 상식들도 적절히 나와서 그런부분 보는 재미도 있었고요.
거기다 과거의 연결고리를 가진 뜻밖의 사실까지 알게되고요. 나름 반전아닌 반전도 있고요.
다만 주인공 영진과 윤제의 로맨스가 부족한 기분이 들어요.
남조 1,2,3이랑 여주 이복동생은 중요 인물인데 그밖의 계속 등장하는 인물들...
윤제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 허주혁(영진의 첫사랑이자 부친이 점찍은 인물)의 거침없음까지 휘몰아치는데!
아무래도 등장인물이 많아서 인물들 사연과 후계자로서 영진의 이야기까지 풀어내다보니 로맨스가 적지않았나싶어요.
그리고 영진의 부친을 생각하면 부글부글합니다.
영진이 31살인데... 또다른 정부를 통해 손주뻘 자식을 본 영진의 아버지. 대단하네요.
속을 알 수 없는 그의 계략부터 드러나는 일이며 그의 사상까지 참 적응안되는 아저씨였어요.
뭐... 자식을 사랑한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나름 영진의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고 한거 그게 유일한 아비로서 애정일까요?
아니면 그저 자신이 원하는 판을 위한 술책에 불과한걸까요. 잘 모르겠어요.
너무 독한 인물이라선지 이부분이 저에겐 버거웠어요.
요즘 연상연하물이 유행인지 바로 직전에 읽은글도 그랬는데 꿀과 바닐라도 연상연하네요. 딱 좋은 네살차이.
한두살정도 차이나는 연하는 무게 잡느라 좀 불편하기도했고 몰입이 안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오히려 나이차가 좀 나니깐 영~한 매력을 어필하고 귀엽게 구는거 보니 누나마음인지 이모마음인지 흐뭇하게 보게되네요.
그런 의미에서 윤제도 귀여워요. 저 잘난 맛에 살던 녀석이 여주에게 빠지면서 망가지는 모습이말이죠.
시놉시스처럼 말랑하고 따뜻한 연애소설 느낌은 적었지만 자신의 배경과 과거의 상처에 의한 높은 울타리 안에 있던 여주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마음을 열고 성장-이라기보다는 단단한 껍질을 부수고 나오는-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여렸기에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망가져버린 차현도의 이야기가 좀 더 보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