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의 작품은 <캐롤>에서 처음 접했습니다.
캐롤은 이혼을 원하는 중년의 여자와 현재의 삶이 지겨운 젊은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두 인물은 이혼, 지겨움이라는 결핍을 가지고 있었고,
서로는 그 결핍을 채워주는 존재였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사랑에 빠지기 충분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는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캐롤>을 읽으면서 심리 묘사가 뛰어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단편집 모음인 <레이디스>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레이디스는 16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다음은 16개 중 인상깊었던 목차와 짧은 줄거리입니다.
세인트 포더링게이 수녀원의 전설: 지식에 대한 갈망을 채우기 위해 탈출을 갈망하는 수녀원에서 자란 남자아이 메리
미지의 보물: 누군가 두고간 가방을 두고 벌이는 두 남자의 심리전
최고로 멋진 아침: 도시의 생활에 지쳐 한적한 시골마을에 정착하고 싶어하는 택시운전사
모빌 항구에 배들이 들어오면: 세상의 방해를 물리치고 자유를 향해 도약하는 여자
공 튕기기 세계 챔피언: 이주민 가족이 느끼는 불안감
돌고 도는 세상의 고요한 지점: 고요함 속에서 요동치는 긴장감과 질투
프림로즈는 분홍색이야: 지나칠 정도로 결벽증을 가진 남자의 그림 복원기
시드니 이야기: 파리 외에 다른 것을 먹어보고 싶었던 거미
달팽이 연구자: 원하는 것만 얻고 책임감은 없었던 달팽이 연구자의 비참한 말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단편은 '모빌 항구에 배들이 들어오면' / '공 튀기기 세계 챔피언'입니다.
'모빌 항구에 배들이 들어오면'에 나오는 주인공은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생이 자유로 가득 차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주인공은 인생의 고비마다 선택을 합니다.
첫번째 선택은 호텔에서 살아남는 것입니다.
호텔은 주인공에게 억지로 빛을 지게 하고 매춘을 강요합니다.
주인공은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두번째 선택을 합니다.
두번째 선택은, 호텔에 찾아온 남자와 결혼하여 호텔을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결혼이 자유를 줄 것이라는 믿음은 결과적으로 옳지 않았지만, 주인공이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을 당시에는 합리적으로 보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생활은 파탄이 납니다. 남자가 되도 않는 이유로 주인공에게 폭력을 행사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세번째 선택을 합니다.
남편을 죽이고, 다른 지역으로 떠납니다.
하지만 인생이 기구한 탓에 뜻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남편은 죽지 않았고 여자를 경찰에 신고합니다.
주인공의 인생은 시종일관 뜻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여자는 그 속에서 언제나 자유를 추구합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이기에 언젠가 원하는 것을 얻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 튀기기 세계 챔피언'은 이사 온 사람들이 느끼는 낯섦과 불안함 묘사한 소설입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가족 모두가 노력하지만 그들을 둘러싼 불안함마저 없애지는 못합니다.
작가는 이 불안함을 잔잔하게 묘사하는데, 오히려 그게 긴장을 고조시킵니다.
이 단편은 심리를 세심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른 이야기도 재미있었으나 저는 개인적으로 이 단편이 마음에 들더군요.
이 책은 '감정 묘사'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세심히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내용 파악보다는 행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를 느끼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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