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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며칠 전, 강릉에 내려가던 날 버스터미널에서 이 책을 샀다.
경제적 이유 때문에 대부분 인터넷으로 책을 사는 편이지만,
이렇게 직접 책을 만져보고 살 때가 종종 있다.
그런 날은 대부분 내 마음이 편치 못한 경우일 때가 많다.
누군가에게 기대어 의지하기엔 너무 커버렸고,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고 살아가기에는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이런 저런 책들을 읽기 시작했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공지영이 딸 위녕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되어있는 이 책은
조금 삐딱하게 보면 대부분 도덕적인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모든 사물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지듯이,
내 마음이 편치 못하니 공지영이 하는 모든 말들이 위안이 되었다.
위녕, 때로는 고난이, 참을 수 없는 외로움이, 때로는 밑바닥이, 우리를 성숙시키고 풍요롭게 만드는 인생의 신비를 엄마는 이때부터 연습하듯 감지하기 시작했단다. 엄마가 좋아하는 로마의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트레이너인 신이 당신을 최후의 승자로 만들기 위해 아주 어려운 상대와 연습게임을 하도록 한 거라고 생각하라고 말했단다(p.129).
이 글을 보면서 문득 히딩크 감독이 떠올랐다.
2002년 월드컵 전에 프랑스, 네덜란드 등 강팀과의 연습시합에서
5:0이라는 치욕적인 점수로 패한 그에게 우리는 많은 비난과 욕을 퍼부었었다.
하지만 그는 신념에 찬 표정과 말투로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잘 싸웠다고 감싸줬고,
월드컵 4강이라는 기적과도 같은 결과를 우리에게 선물했다.
개인적으로 공지영의 사랑에 대한 철학이 매우 마음에 든다.
공지영은 진정한 사랑을 해봤을까.
아니라고 하기엔 사랑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는 매우 솔직하고 진실하다.
사랑은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게 아니란다. 사랑은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아. 다만 사랑 속에 끼워져 있는 사랑이 아닌 것들이 우리를 아프게 하지. 누군가 너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너를 아프게 한다면 그건 결코 사랑이 아니란다(p.175).
......
명심해야 할 일은 우리는 언제나 열렬히 사랑하기에 문제를 일으키는게 아니라, 서둘러 사랑하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는거야(p.177).
결국 '열렬히'와 '서둘러'라는 이 미묘한, 하지만 확연한 차이 때문에
누군가는 가슴아픈 이별을 하게 되고, 다른 누군가는 서로를 더욱더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보통의 우리들은 이 미묘한 차이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별을 하고, 또 다른 사랑을 찾기 위해 시린 가슴을 움켜잡는다.
깨달음을 얻어 진정한 사랑을 찾는 일과
그렇지 못해 계속해서 사랑을 갈구하는 일.
어쩌면 '보통'의 존재로 살아가는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촌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