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 - 정운영의 마지막 칼럼집
정운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든건 순전히 책 제목 때문이었다.

제목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빨간(?)아우라가 내 온 몸을 휘감았다.

정운영은 1980년대 말부터 10년 동안 서울대학교와 고려대학교에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강의했고,

"나는 인간을 믿는다"로 시작해 "인간의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라는 말로 끝마쳤던 그의 강의는

당시 학생들에게는 암묵적인 필수과목이었다고 한다.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는 그의 아홉번째 칼럼집으로서 2005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중앙일보에 실렸던 칼럼을 묶은 책이다.

이 책에 실린 칼럼은 주로 2003년부터 2005년까지를 배경으로 한다.

MB정부가 들어서면서 부터 좌파정부로 매도되는 김대중, 노무현정부 시기에 쓰여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너무나 큰 혼란에 빠져 시간을 넘나드는 타임머신을 탄 듯한 착각에 빠졌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 그 야유가 상징하는 바가 무엇이든, 혁명이 빈곤에서 폭발하지 않고 불평등에서 폭발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1997년 외환 위기를 고비로 빈곤과 불평등이 심해진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전천후 변명이 돼서는 안된다. 환란 극복 선언부터 5년, 국제통화기금 졸업 선언부터 3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빈곤과 불평등 추세가 여전하다면 위기 극복이나 졸업 따위의 자부가 턱도 없거나 그 뒤의 대응이 엉망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정권이 바뀌고 한 해가 흘렀으나 아직은 분발의 흔적도, 개선의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p.154)

 

이 글에서 연도 수만 조금 바꾸면 현 정권에 대한 얘긴지, 지난 정권에 대한 얘긴지 분간이 안 된다.

이것 말고도 그의 칼럼을 읽고 있으면 대부분이 현정부에 대한 비판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결국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간에 진정 국민을 위한 정부는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예컨대 1861년 4월 시작된 미국의 남북전쟁의 목적과 결과를 '노예해방'으로 믿는 사람들도 많지만,

실제로 남북전쟁에서 링컨은 연방만 유지된다면 노예제도 따위는 문제 삼지 않았을거라는 사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위대한 대통령으로 추앙받는 링컨조차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또는 인민)들이 진정으로 믿고 따를 수 있는 국가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걸까.

톨스토이가 쓴 정치적 에세이 모음인 <국가는 폭력이다>에서 톨스토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들을 돕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바로 스스로 훌륭한 삶을 사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여기서 이익을 얻을 수 없는 사람들이 생각하듯 결코 실현 불가능한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사실 유일하게 현실적인 방법이다. 다른 모든 수단은 환상이다. 대중의 지도자들은 헛된 환상을 심어주어 대중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진정으로 올바른 길을 외면하게 만들고 있다.(p.223)

 

 

-촌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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