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침대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박현욱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아마도 사회학이라는 비주류학문을 전공했다는 유대감때문일거다. 최근들어 한국 현대문학 속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는 비판이 많다. 하지만 박현욱은 소설 속에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들을 비교적 자연스레 녹여낸다.
 
 
조직 사회 속에서 개인의 능력 차이는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다. 몇몇을 제외하면 고만고만한 사람들뿐이다. 해고의 기준이란 결국 평소의 인간관계라는 얘기다. 자기계발 한답시고 외국어 학원에도 다녀보았고, 운동을 한답시고 헬스클럽에서 딱딱한 쇠붙이들을 붙잡아도 보았지만 다 소용없다. 웰빙이니 뭐니 떠들어대는 얘기는 여유 있는 부르주아의 시간 때우기일 따름이다. 아무 생각 없이 출근해서, 아무 생각 없이 일하다가, 아무 생각 없이 퇴근해서, 아무 생각 없이 티브이를 보다가, 아무 생각없이 잠드는 게 샐러리맨의 웰빙이다.(생명의 전화, p.72)
 
 
그는 이렇게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고용,해고문제에 대해서 매우 현실적으로, 그리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아무리 효과적으로 잘해낸다 해도 자기합리화는 자기합리화일 뿐이다.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나는 수십 가지의 그럴사한 이유를 댈 수 있다. 온갖 이론들을 갖다 붙여 두툼한 논문이라도 쓸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아무리 세련된 논문을 만들어낸다 해도 내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내 분석이란 사후약방도 못 되는 것이다.
내 일에 대해서도 회의가 생길 때가 많다. 웃자고 하는 말로, 한국 사회는 사회도 아니다. 사회라면 응당 사회학적 잣대로 분석이 되어야 할 텐데 도대체 분석이 되지 않는다. 웃자고 하는 말이 아닌 말로, 내가 하는 연구라는 것도 실상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일이다.(연체, p.150)
 
 
진정한 근대화에 실패한 시민 없는 시민사회인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이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시민혁명을 거치지 못한 우리는 국가의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권리를 갖는 시민이라는 자각을 심화시킬 기회를 별로 갖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러한 "시민혁명의 결여는 이 땅에 개인주의가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을 없애버렸다"고 한다. 또한 그는 "우리 사회에는 국가 우위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국민만이 있을 뿐, 국가라 할지라도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자유와 권리의 주체로서의 사람들을 의미하는 인민(people)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보수적인 국가의 폭력성에 대해 비판한다.
 
인류 문명의 발달이라는 미명하에서 디지털문화는 전 세계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도 진지함에 대한 성찰을 빼앗아 갔다. 그로 인해 사회에 대한 진지한 비판과 성찰은 다수의 국민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키게 되었다. 비교적 사회 비판이 용이한 문학작품 속에서도 우리 사회에대한 진지한 성찰과 비판은 보이지 않는다. 무거운 주제의 문학작품들은 독자들에게 외면당함으로써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논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암울해 보이기만 하는 지금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 절실히 필요한건, 우리의 몸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테크놀로지도, 그저 억지 말장난과 몸개그가 난무하는 TV프로그램따위도 아니다. 깊이있고 진지한 사고와 논리적이고 세련된 비판인 것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녹아 있는 다양한 종류의 문학작품과 국가 감시로부터 자유로운 다양한 논조의 언론매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대해 깊이 있는 애정을 갖고 세련된 비판을 하는 '시민'들의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게 필요하다.
 
 
-촌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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