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먹는 일기장 사계절 중학년문고 33
송미경 지음, 이희은 그림 / 사계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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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찾아갈 여유가 없는 요즘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

일기 먹는 일기장


 

책표지를 보고 어떤 내용일까 정말 궁금했어요. 일기장이 일기를 왜 먹을까?

책의 시작도 일기장이 자꾸 지민이가 열심히 쓴 일기들을 먹어버려서 선생님께 매번 혼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이렇게 억을할 데가 있나요? 아이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숙제가 자기 생각을 나타내는 일기쓰기인데요. 지민이는 자기의 속상한 마음을 이렇게 열심히 적었는데 매번 지워져버리고 맙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지만 동진이만 자기도 자꾸 골대가 공을 먹어버린다며 믿어줍니다.

 

 

 

동진이는 뭐든지 다해본 아이인데요. 엄마가 이끄는대로 온갖 종류의 학원을 다 다녀본 아이입니다.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엄마가 가라는대로 간 학원에서는 수업에 방해가 된다며 쫓겨나기 일쑤인데요. 결국 지민이와 함께 다니는 샘소리 피아노 학원에서만 쫓겨나지 않고 엉터리 실력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칭찬을 받으며 다니게 됩니다.

 

 

그리고 샘소리 피아노가 있는 상가에 있는 행복식당 행복할머니는 장사는 잘 되지 않지만

늘 지민이와 동진이에게 넉넉한 인심으로 챙겨주시는 좋은 할머니예요.

 

 

 

지팡이할멈은 행복식당과 샘소리 피아노 학원이 있는 상가주인인데 월세가 밀렸다며 닥달을 하고 동민이네 아랫집에 살면서 온갖소리들을 들으며 성질을 내는 할머니예요. 물마실때 나는 꼴깍소리, 배고플때 나는 꼬르륵 소리까지 듣기 시작하더니 나중엔 코딱지 떨어지는 소리까지 너무 크게 들려서 잠을 잘수 없다며 항의하는 할머니랍니다. 저희 딸은 이 부분을 보고 정말 깔깔깔 웃더라구요.

 

 

지팡이할멈이 붙인 공고문은 이렇게 바뀌게 됩니다. ㅋㅋㅋ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보면 가끔 이렇게 바꿔 쓴 게 보이는데 이 글 보니 뭔가 웃기기도 하고 통쾌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러던 어느날 지민이와 동진이는 지구 반대편에서 초대장을 받게 되는데요. 그 곳에선 모든게 반대라 피아노를 잘치는 게 아니라 엉터리 피아노를 쳐야 일등을 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샘소리 피아노 선생님이 사라져서 둘은 서로 '엉터리로 피아노치기'와 '엘리제를 위하여'를 서로 가르쳐 주며 지구 반대편 마을 피아노대회를 준비합니다. 둘다 자기만의 방식이 아니라 따라하기가 힘들고 티격태격하지만 다시 화해하고 서로의 방식을 존중하며 가르쳐주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음악잔치가 열리는 날 기차를 타고 지구반대편으로 간 동진이와 지민이는 껌을 팔고 있는 초라한 행색의 지팡이할멈을 만나고 사라졌던 상가 사람들도 만나게 됩니다. 그곳에서 지민이는 어린이 비밀은행에서 그동안 일기장이 먹어버렸던 일기들이 멋진 액자에 끼워진 것을 보게 되는데요. 뭘 원하는지 생각할 틈도 없이 사는 아이들 속에서 간절한 소원이 들어있는 진짜 일기들을 보관해 둔것이었어요. 그동안 일기장이 일기를 먹어버린 것이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 잘 보관해 두었던 거네요. 대회에서 지민이와 동진이가 연주할 곡의 제목은 <일기먹는 일기장>이었지만 지민이는 선생님의 자기 마음에서 나온 곡을 연주하라는 말을 듣고 가장 좋아하는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합니다. 동진의 엉터리 연주와 같이 하니 그야말로 불협화음이었죠. 마지막에 둘이 1등을 하는지는 나오지 않고 끝났어요. 지민이는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해냈으므로 일등을 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며 끝나게 되죠.


저희 아이는 얼마전에 피아노대회를 처음 나가봤는데요.

정말 한 아이에게 약 1분의 시간만을 주고 거의 몇백명을 하루만에 평가하는 이런대회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어요. 물론 대회를 준비하며 연습하는 과정도 필요하고 대회라는 경험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회 자체에서 배울 수 있는건 크게 없었어요. 수백명의 아이들 속에서 짧은 시간안에 평가받고 급하게 퇴장해야하는 시스템이 허무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에 비해 지구 반대편 마을의 음악잔치는 자기 마음에서 나오는 곡을 연주하고 아이들이 다함께 즐길 수 있는 멋진 대회였으니 1등이 아니어도 좋다고 생각할 수 있었겠구나 싶어요. 

책의 마지막 부분이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 같아요.

최고가 아니어도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것. 그게 행복이 아닐까? 하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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