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시간을 다룬 글들이 눈에 띈다.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김훈의 <공터에서>나 유시민의 <나의 한국 현대사> 모두 그런 범주에 들어가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황석영의 <수인>은 시간과 공간에서 앞의 글과 다르다. 대한민국이라는 공간과 시간에 꼭 묶인 글이 아니기에 그렇다. 우여곡절 끝에 외국에도 나간다. 뜻밖의 외국인도 나와서, 그래서 놀랐다. 예컨대, 루이제 린저가 나오더라. 방심하던 차에 <삶의 한가운데> 저자가 나오다니.
순진무구했던 유년의 시선으로 역사를 경험했기에 모든 현장이 생생하다. 4.19 혁명의 한복판에 있었기에 다른 사람의 관점이나 서술에 의존하지 않고 본인이 스스로 경험한 바가 나온다. 친구가 다치고, 동네가 뒤집히고, 사람들이 모여들고... 모든 시점의 이동이 당시 그 현장에 있었다.
따라서 신문기사를 인용하거나, 역사학자의 구술을 옮길 필요도 없었다. 모든 게 시끄럽고, 그래서 생생하고 그렇기에 보기 드문 기록이었다. 아마 이 시기에 작가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그 시절을 곱씹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