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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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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읽는 내내 영화 매트릭스, 소설 1984와 멋진 신세계, 수용소 군도, 고도를 기다리며 가 떠오르고 안개가 자욱한 길을 걷는 것처럼 조심스러우며, 현실과 꿈 속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몽환적인 작품이다. 작가가 초창기 시절에 구상했지만 3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완성할 수 있었다는 작품 설명을 읽었는데, 그 과정에서의 고뇌를 짐작하고도 남을 것 같다. 


나는 사랑하는 소녀에 대한 열망 하나로 그 불확실한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에 그것도 시력과 그림자를 버리고 기꺼이 들어가 도서관에서 오래된 꿈을 읽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죽어가고 있는 그림자에 대한 연민과 도시의 생활 방식에 대한 회의, 그림자의 권유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탈출을 결심 및 강행하지만 다 와서 그림자 만을 보내고 마음을 바꾼다.


그림자가 탈출하고 난 후 30년 정도 시간이 흐르고 주인공은 무미 건조하게 반복되는 회사 생활에 지쳐 사표를 내고 직장 동료의 도움을 얻어 후쿠시마현 z**의 고야쓰(고인이 된 혼령)에 의해 전적으로 운영 및 유지되던 도서관의 관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고야쓰 전 관장은 못다한 일들을 정리(이는 필자의 추정)하고자 주인공을 낙점하고 시간이 허락되는 선에서 그를 만나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조언을 하고 자신의 개인사와 혼령이 되어 나타나고 있음을 고백하며, 주인공은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던 그에게 도서관의 단골 방문자인 옐로 서브마린 소년이 다가와 생년 월일을 묻고 태어난 요일을 답해주는 과정을 계기로 직원 스에다를 통해 소년에 대해 알게 되고 친한(아주 상대적인 관점이지만) 사이가 되고 소년은 그에게 도시의 지도를 보내고 그는 그 지도를 정확하게 수정해 주며, 소년은 그에게 거기로 들어가고 싶으니 안내해 달라고 부탁한다.


오래된 꿈을 읽으며 사는 삶이 자신에게 맞는 것이라면서 도시로의 무단 전입을 시도하면서 결국 도시도 자기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주장을 하던 소년은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그 도시로 간 것으로 추정 또는 그것이 유력) 모두와 도서관이 있는 마을(z**)과 소년의 가족들을 놀라게 하는 과정이 수습되면서 작품은 결말에 이른다.


생과 사, 육체와 그림자(또는 영혼), 현실과 꿈의 경계는 있는가 더 정확히는 그것을 구별할 수 있는가 하는 내 나름대로의 의문과 해답을 하면서 작품을 읽었다. 하루 하루 반복되는 일상은 그냥 관성적으로 반복되고 그 과정에서 내가 이 일을 또는 이 삶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찾고자 했던 의미를 읽어버린 채 표류하며 살아가고 있는 아니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또는 굴레)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몸부림 또는 자신이 있어야 할 혹은 진정 있고 싶은, 거기서 하고 싶은 일들을 찾기 위한 과정 속에 겪어야 할 혼돈이 이 작품 속에 잘 드러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며 저쪽은 다른 나라(어딘지도 모를)가 아닐까, 버스를 타고 2-3시간 정도 가면 세계를 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대통령과 과학자를 꿈꾸던 소년은 이제 그 당시의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자식을 둘이나 두고 하루 하루 생존(실존이 아닌)을 위한 활동에 모든 에너지를 쏟으며 그 시간들을 견뎌내기 버거워 하는 알 것 다 안다고 착각하는 40대 중년이 되었다. 내가 꿈 많은 어린이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어버리다 어느 순간, 무언가의 이유나 계기로 다시 그것을 떠올리며 실존적 가치를 추구하고 책이 있는 아늑한 서재와 같은 가장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좀처럼 구해지지 않는 사막의 신기루와 같은 장소를 찾는 삶을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을 작품 속 여러 인물들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내가 있고 싶어 있어야 할 곳에서 하고 싶은 그래서 해야만 하는 일을 하며 나는 살고 있는 것일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다행스럽게도 아직은 그러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기에 참 다행이라고 내게 주어진 삶의 굴레 속에서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이 작품 속 주인공이나 옐로 서브 마린 소년, 고야쓰 관장처럼 순간 순간에 전부를 걸고 후회도 미련도 아쉬움도 없이 지금 그리고 이 순간 만을 살자고 다짐하면서 나를 다독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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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뚝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 11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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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의 글은 편하게 재미있게 읽혀 좋다. 과하거나 억지스런 설정이 없고 그냥 우리네 사는 그 시대의 모습들을 담백하게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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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 - 1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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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면서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역사적 배경과 관련 사실들을 알 수 있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올여름은 토지와 함께 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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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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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미국 소설의 무대는 남부이고 남북전쟁 이후의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들이 많다. 작품을 통해 우리는 아메리칸 드림의 실체에 접근해 갈 수 있는 것 같다. 미소설 특유의 문체와 요구되는 인내력 또한 공통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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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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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수록 옛날 만화로 보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그와 다른 얘기들을 알아가는 게 원작이 갖는 묘미가 아닌가 싶다. 다음 권에선 무슨 일이 전개될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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