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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를 삭제할까요? ㅣ 도넛문고 10
김지숙 지음 / 다른 / 2024년 9월
평점 :
도서출판 다른의 미스터리 서평단을 신청하면서 받았던 이 아이를 ○○할까요?가 정식 발매 되었다. 숨겨져 있던 단어는 서평단의 많은 분들이 추측한 대로 삭제였다. 내용을 보다보면 삭제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문맥상 자연스러워서 많은 분들이 맞춘게 아닐까. 제목에서 아이를 삭제 할지를 묻는 책은 어떤 내용일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저자는 노래 <파란나라>에서 영감을 받아 쓴 글이라고 하였는데, 책 속의 파란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파란 나라에 대한 해답은 표지를 통해서 살짝 엿볼 수 있다. 별똥별이 내리는 하늘, 저 멀리 달리는 기차와 어디를 봐도 푸른 숲. 그리고 숲에 둘러 싸인 작은 마을은 꿈과 사랑이 가득할 것 같다. 그런데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주인공 파랑의 무표정과 하얀 천을 덮어쓴 우령의 모습이 불안감을 자아낸다. 노래 <파란나라>는 꿈과 사랑이 가득할텐데 그 곳에 사는 천사들은 왜 무표정하고, 천을 덮어쓰고 있을까?
이야기는 파란 나라에 살고있는 파랑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사실 파란 나라의 진짜 이름은 온새미로인데 푸른색 빛을 끼얹은 것처럼 보여 파란 나라라고 부른다. 파랑은 여덟살때 이 파란 나라로 이사를 왔다. 파란 나라는 아이를 키우는 데 최적인 마을이다. 마을의 모든 곳에서 숲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있고 생김새가 다른 76개의 놀이터도 있다. 길은 눈을 감고 걸어도 안전하고 숲 속 곳곳에 해먹을 달아놓거나 작은 책장을 놓아 두었다. 아이들은 파란 나라로 오기 전의 기억은 흐릿했고, 파란 나라만큼 좋은 곳은 없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아이들은 수학시간에 대전제에 대해서 배운다. 대전제는 추리를 할 때 결론의 기초가 되는 판단을 말하는데, 그때 아이들과 선생님은 이런 대화를 한다.
이번에는 정답만 말하는 반장 세림이었다.
"우리는 사람이다?"
세림이의 답을 들은 미로 쌤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선생님, 근데 우리가 사람이 아니면 어떻게 해요?"
이야기를 읽어나갈수록 이 부분이 가장 큰 복선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사람임을 대전제로 생각하고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에게 저자가 보내는 전언이 아닐까. 바로 이어서 파란 나라에 대해 의구심이 들게 하는 이야기가 던져진다.
숲에는 일정한 거리마다 숫자가 적힌 깃발이 꽂혀 있었다.
중략
원래는 마구 뽑으면 안 되는 것이었지만 어른들이 정기적으로 정비를 하는지
아무리 뽑아도 깃발은 그 자리에 새롭게 꽂혀 있었다.
뽑으면 안되는 깃발을 뽑았는데, 아무리 뽑아도 그 자리에 새롭게 꽂혀 있는 깃발은 수상쩍다. 알게 모르게 긴장감을 유발하던 이야기는 파랑의 단짝 우령이의 전학으로 점점 고조된다. 우령에게 소리 지르는 엄마, 미안하다고 우는 엄마, 마침내 그 방에 들어간 엄마. 파란 나라의 어른들이라면 모두 다 하나씩 가지고 있으나 아이들은 궁금해 할 수 없는 그 방은 또 무엇일까. 파랑의 위로 끝에 우령은 파랑에게 학교에서 받은 소중한 배지를 선물한다. 다음날, 파랑의 생일날 우령은 전학을 간다. 우령으로부터 선물 받은 배지도 사라진다. 우령이의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이다.
그 날, 파랑은 미로 선생님을 만나 우령이를 만날 기회를 잡고자 미로 선생님의 집으로 향했다가 빈 집에서 우주를 만난다. 갑자스러운 교장선생님과 파랑의 아빠의 등장으로 우주와 함께 숨은 파랑은 우령이가 동생 때문에 삭제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혼란에 빠진다. 우령의 엄마가 임신한 건 본적이 없다는 파랑.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그 이후로도 파랑은 점점 더 파란 나라를, 부모님을 의심하게 되는 사건을 겪는다. 이를테면 아이의 키, 피부 등을 설정할 수 있다고 하거나 기억이 삭제되고 있는 점 등이다. 이에 탐정을 꿈꾸는 파랑은 미로쌤과 우주와 함께 이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들의 통제 속에서도 용감하게 맞서기 시작한다.
파란 나라의 진실을 상상하자면 아이들이 인간이라는 대전제가 오답인 것이 아닐까. 다시 태어난 아이들, 가짜 세계를 만들고 진짜인 척하는 부모들, 파란 나라에서 죽어서 사라진 사람을 원래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거라고 하는 아빠의 말을 종합적으로 볼 때 파란 나라의 아이들은 가상 현실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이유도 모른 채 아이를 잃었던 부모님들의 간절함이 만들어낸 아이들을 위한 나라가 파란 나라라고 생각해본다.
또 노래 <파란나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는데, "아빠의 꿈에 엄마의 눈 속에 언제나 있는 나라 / 아무리 봐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어 누구나 한번 가보고 싶어서 생각만 하는 나라" 라는 노랫말을 살펴볼 때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서 누구도 본 적도 아는 사람도 없지만, 소중한 사람을 잃어 본 사람은 누구나 한번 가보고 싶고 생각만 하는 나라를 이야기 속에서나마 구현한 것이 아닐까. 아빠의 꿈에 엄마의 눈 속에 있을 수 있도록 말이다.
가장 마지막 소제목은 "1년 뒤"이다. 이 이야기의 1년 뒤는 무엇일까. 파랑이가 "어린이 손에 주세요. 손!" 하고 외치며 경쾌하고 끝나는 노래 <파란나라>의 마지막 부분을 가장 좋아 했던 것처럼 부모에 의해 통제되는 파란 나라가 아니라 아이들의 온새미로가 되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온새미로에서 자기 짝꿍인 파랑새를 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