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존재인 ‘24절기’. 태양이 1년에 걸쳐 이동하는 한 바퀴를 스물네 개로 나눈 전통적인 역법인 절기는, “사계절이라는 너른 보폭을 스물네 계절로 쪼개어둔 것”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과 추분, 낮이 가장 긴 하지와 밤이 가장 긴 동지까지 계절의 기초가 되는 네 개의 ‘기절기’에 계절이 시작되는 입춘?입하?입추?입동 네 개의 ‘입절기’까지 여덟 절기 사이사이에 그 무렵의 기상 현상이나 자연 변화를 담은 이름의 절기가 두 개씩 더해져 24절기를 이룬다. 다정하게도 해마다 돌아와 삶을 새로고침 해주는 절기를 작가는 “해의 약속”이라고 말한다. “곧 눈앞의 계절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 행복해질 기회가 스물네 번 찾아온다는 약속이기도 하다.”(8쪽)
이기주작가의 책을 늦게 읽게 됐다.
옛날엔 지하철에서 책을 읽었는데 요즘에는 그러한 여유가 없어서인지 책을 펼쳐본지 오래다.
저자의 말은 언어의 온도 속편의 느낌으로 다가왔다. 살다 보면 새롭고 낯선 무언가가 일상을 덮쳐 흙처럼 쌓이는 날이 있고, 익숙한 것이 세월의 바람에 사정없이 깎여나가는 날도 있다. 새로운 것과 친숙한 것 모두 삶에 보탬이 될 수 있지만 일상을 떠받치는 건 후자다. 낯선 것은 우릴 설레게 만들기는 하지만, 눈에 익거나 친숙하지 않은 탓에 마음을 편안히 기댈 순 없다. 삶의 무게에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날, 마음을 지탱해주는 건 우리 곁에 있는 익숙한 것들이다. 예컨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결에 사용하는 보편의 단어야말로 삶을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입소문 셀러답게 이책도 소장할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