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여백 위에만 남겨지는 게 아니다. 머리와 가슴에도 새겨진다. 마음 깊숙이 꽂힌 글귀는 지지 않는 꽃이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는다. 때론 단출한 문장 한 줄이 상처를 보듬고 삶의 허기를 달래기도 한다.
이책은 여백이 무쟈게 많은 책이다. 첨엔 좀 허전한 느낌으로 읽었는데 첨엔 그냥 그랬다. 도서관이나 북카페에서 너무 많이 보여서 읽게 됐었는데 흔한 베스트셀러라는 느낌이었다. 별 감동이 없었다. 그때가 몇해전이니까 벌써 나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구나.어찌하여 다시 읽고 행간을 산책했더니. 마침 책의 앞머리부분에 산책헤달라는 저자의 당부도 있고 해서...... 읽어보았는데 전혀 다른 전과는 다름 감동이 밀려왔다. 와 이게 스터디셀러의 힘인가.저자가 마련한 여백의 길위에서 나는 한참을 울었다. 아버지가 어머니가 동생이 생각나서 무쟈게 울었다.대성통곡. 처음에 읽고 방치한 내 자신을 원망했다. 나이를 먹고 읽어보디 말랑말랑한 에세이가 인생에 대한 고찰이 알알이 박혀 있었음. 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