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엄마는 NO라고 말한다
코리나 크나우프 지음, 강영옥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신기하다!

한국에서 한국엄마들을 대상으로 쓴 책에서도 곧잘 괴리감을 느끼곤 했었는데,

독일에서 독일엄마들을 대상으로 쓴 이책에서 '엄마들의 상황'으로 상정한 것이 지금의 나와 너무 닮아서

신기할 지경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새 독일식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던가?

아이가 태어나면 과거의 생활방식과 이별을 한다면서,

슬립은 옆에 치워두고 그 대신 입은 검정바지에는 보푸라기와 말라붙은 침이 덕지 덕지 붙어 있다. 아이라인은 온데간데 없다. 메이크업은 갑자기 남의 일이 되어버린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아이를 낳은 후 나는 더 이상 본래의 내가 아니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는 단정하고 세련된 옷을 아이에게 입힌다. 그리고 빵빵한 감슴 아래 포대기를 바짝대고 아이를 최대한 밀착시켜 안는데 온 힘을 다한다....

지금까지 마음껏 누려왔던 샤워 시간은 절반으로 줄인다, 머리에서 샴푸 거품을 헹궈낼 시간도 없는데 린스가 왠말인다? 옷을 갈아입는 시간까지도 아낀다. 내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거의 곡예사 수준이다. 이제는 한 손으로 입고 벗을수 있는 편한 옷만 입는다.

​이 문장은 정말 구구절절이 내 얘기다. 그렇다고 또래의 아이를 낳은 엄마들은 다 그렇다고는 생각지도 않는 것이, 나 말고 다른 엄마들을 아이를 낳고도 화장도 깔끔하게 잘하고, 심지어 아이와 예쁘게 커플룩으로 옷을 맞춰 입기도 하고, 아이를 태우고 혼자서 운전도 하면서! 유유자적 우아하게 육아를 하는 엄마들도 정말 많이 봐왔다. 때문에 나는 아침에 출근하려고 정장을 챙겨 입었다가도 느닷없이 이유도 알수 없이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를 달래다가 아이가 손에 묻었던 요거트, 이유식을 내 정장 쟈켓에 닦거나, 콧물 눈물이 범벅이된 얼굴을 내 가슴에 파묻으며 블라우스를 더럽힌채로 그대로 출근하는 일도 수시로 있었고, 아이때문에 우아한 삶을 포기하다 시피, 하루 하루 시간 맞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늦지않게 출근하기도 벅찬 전쟁같은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기에.

사실 아이가 생기기 전에도 그닥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았기에, 게으름 때문에 혹은 자신감(?)때문에 화장하고 치장하는데 들이는 시간을 아까워 하는 내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까지 반영되어서, 이 책에서 작가가 예로든-아이를 기으며 자아를 박탈당한 딱, 그런 엄마인체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묘사해 주는 걸 보고, 부끄럽기 보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 동질감을 느낀 부분이 겨우 육아 때문에 '엄마인 나는 추잡해졌다(?)'는 것이 다는 아니다.

육아의 고수들은 다양한 모슴으로 등장한다. 버스 운전사, 약사, 심심풀이로 조언을 건네는 할머니, 수영강사, 식당 종업원 모두가 훌륭한 조언자인다, 또 산책길에서 만나 인사를 주고 받으며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는 ,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만 아이와 엄마 사이에 다툼이 생겼을 때 갑자기 끼어들어 한마디 의견을 건넬수 있는 사람도 육아에 도움이 된다...

여기저기서 엄마들의 육아법에 대해 훈수를 둔다, 이들이 공격처럼 퍼부어 대는 훈수가 아주 효과없지는 않다. 이들은 우리가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보고 감내라 배래나 참견하는 척하면서, 우리한테 엄마로서 자질이 부족하며 잘못하고 있다는 자신들의 생각을 넌지시 비춘다. 우리를 엄마로서 최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내말이!

정말 저런 상황을 얼마나 많이 당했던가. 애가 죽어도 양말을 신으려 하지 않아서, 집에서 나올때 울며 불며 억지로 신긴 양말을 차안에서 신발과 함께 벗어 던져 버리고, 식당에서도 결국 신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도망다녀 결국 포기하고, 양말을 안신긴채로 아이를 안고 마트에라도 갈라치면, '아이고 양말도 안신기고!', '아기 춥겠다!' 등등

아이만 안고다니면 도처에 만나느 사람들이 죄다 시어머니다. 당신들이 키워봤냐고 이 아이를!

여러가지로 육아로 인해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을 엄마들,

그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더 채찍질하고 피곤함을 내색할 기색도 없이 지쳐가고 있는 엄마들을 위해

꼭 필요한 조언을 해주는 책이다. 신기한 것은 그다지 보편적이지 않은것 같은 내 상황과도 묘하게 일치해 정말 공감하면서 읽을수 있었다는 것인데, 어쩌면 내 상황이 독일식(?)이라기 보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다른 엄마들도 더 많이 힘들고, 지쳤는지도 모르겠다.

다들 카카오스토리에 우아하게 아이 데리고, 해외여행에 호텔 레스토랑에 어떨땐 미술관에 등, 우아하고 즐겁게

이 아이 때문에 나는 행복해 죽겠다, 이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어쩔뻔했나 모르겠다! 라는 류의 사진과 글들만 올려대는 통에,

삶에 맞닿은 타인의 육아의 현실적인 모습은 미처 바라볼 기회가 적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직 아이를 낳지 않은 "친한" 친구들이, 아이 엄마가 되면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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