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부르는 이름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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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는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쓰여있을지, 부모에 관한 이야기 인지, 연인에 관한 이야기 인지, 가만히 유추해보다가 페이지를 펼치면 알게 되는 세 사람의 사랑 이야기. 아니 그들의 삶 속에 담겨있는 많은 것들의 이야기.

내가 본 이야기는 그랬다. 삼십 대 수진의 인생, 사십 대 혁범의 인생, 이십 대 한솔의 인생이 보였다.

각자의 살아온 방식과, 사랑하는 방식 그리고 그들 중 하나는 나와 닮아 있다.

가을을 입고 우리에게 읽는 것의 행복을 주는 작가님의 책. 이 이야기를 쓸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씀하신 작가님.

이 이야기를 내 눈에 담고, 입으로 소리내어 읽을 수 있고,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 있던 그 마음들을 생각나게 해주셔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작가님의 책의 구석 구석은 가만히 소리내어 읽으면 좋은 글귀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여담, 요즘 들어 집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많았었는데, 작가님도 이사하시면서 책장, 의자 소품 하나 하나 찾아내며 열심히 고민하시던 모습들이 떠오르며, '코드 아키텍츠'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었으면 생각했다. 그럼 고민하지 않고 수진이에게 맡길텐데.


집은 사람이 살고,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가고, 정다운 사람들이 둘러앉아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 그런 장소여야 한다고 수진은 믿었다. "집의 아늑함은 구조나 가구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생활'을 하고, 공간의 곳곳을 남김없이 사용하고, 뿌리를 내리려고 할 때야 비로소 주어지는 선물 같아요."

P_12. 13.

여자가 아픈 건 남자도 아프고, 남자가 기쁜 건, 여자도 기쁜 것이다.

P_60

'말하는 것이 힘들면, 그때는 글로 쓰면 돼.'

P_61

미움은 사랑의 모습을 닮아 있기도 했다.

애초에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은 첫 순간에 이미 사랑하는 역할과 사랑받는 역할로 정해져버리는 것일까.

P_83

"엄마도 한때는 이별이 구원할 길 없는 결말이라고만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내가 알게 된 많은 것들은 항상 '이별'이 알려주었다고 생각해. 자신의 의지로 버릴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버리고 가야 할 때도 있고, 버릴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잃어버린 것들도 있지. 어쨌든 이제 그것들이 내 곁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비로소 그 무게나 선명함, 그리고 소중함을 보다 강렬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어. 살다 보면 알게 돼. 지금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바로 그 잃어버린 것들 덕분에 얻은 것이란걸."

P_136

매일 밤 침대에 누우면서 수진은 생각한다.

결혼 생활은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불행하다고.

P_208

'나'보다 '너'를 연민하는 마음. '나'보다 '너'가 마음이 아프거나 상처 입을 것을 먼저 걱정하는 마음. '너'가 '나'의 마음에 보답해 주지 못한다 해도 기꺼이 먼저 '나'를 내어주는 마음. '나'의 가혹함을 덜어내고 '너'의 취약함과 불완전함을 끌어안는 마음. 아마도 이러한 마음들이 다름 아닌 사랑의 감정일 것이다. 그것들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선하고 아름다운 부분을 이끌어내준다. 참 고맙고 다행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앞에 서면, 우리는 늘 조금씩 긴장하는 것 같다. 행여 그가 부서지기라도 할 것처럼 조심조심, 부드럽고 사려 깊게 말을 건네려고 애쓴다.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 또한 세상 둘도 없이 소중하기에, 우리는 가장 애틋한 마음을 담아 가만히 그 이름을 부른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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