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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평점 :

여전히 먼지 한 톨 허락하지 않는 집에서 매일매일 청소하고, 아끼는 피규어를 깨끗이 닦아주고, 글을 쓰기도 한다.
그는 달라진 게 없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눈엔 달라 보인다. 그가 이후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말이다. 정확히는 삶에 대해 써 내려간 글들에서 느껴지는 게 다르다고 해야 할까?
방송이나 책을 통해 내가 보는 그는 하던 걸 하는 사람? 같았다. 새로운 것을 쫓거나 시도하는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이후 처음 티브이에서 본 그는 요가를 하고 있었다. 어떤 마음으로 요가를 시작한 걸까? 생각하게 됐는데 이 책에서 알게 되었다. 자존심으로 버티던 요가가 성실하게 꾸준히 노력해 안되던 동작들이 되어 이겨냈을 때의 기분을 알기 때문이리라.
살면서 누구나 어렵고 힘들고 억울하고 슬픈 일을 겪는다.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면 칠수록 더 헤어 나오지 못하는 늪 같은 인생살이를, 함께 버티어 자신의 시간들을 살아내자고 말하는 책이다. 그리고 위로한다. 그가 책에서 언급했던 영화들 중에는 보지 못한 영화가 훨씬 많았다. 책을 곁에 두고 한편, 한편씩 보고 싶다.
매우 운이 좋은 소수를 제외하면 여러분은 노력한 만큼 인정받지 못할 것이고 가치를 부정당할 것이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가치를 인정받는 것처럼 보인다. 행복해 보인다. 적어도 SNS에서는 그렇게 보인다. 절망이 커져간다. 하지만 절망에 먹혀서는 안 된다. 절망이 여러분을 휘두르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피해의식에 점령당해 객관성을 잃는 순간 괴물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평가에 잠식되어서는 안 된다. 평가와 스스로를 분리시켜야 한다. 마음에 평정심을 회복하고 객관성을 유지하자. 그것이 포스가 말하는 균형이다. 언젠가 반드시 여러분의 노력을 알아보고 고맙다고 말할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끊임없이 가다듬고 정진하고 버틴다면 반드시 그날이 온다. P.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