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야의 초록 리본 사계절 아동문고 97
박상기 지음, 구자선 그림 / 사계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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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통해 산짐승들이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내려와 밭을 망치고, 사람을 헤치거나 다치게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했다. 시골에 부모님 집이 있는데, 가끔 멧돼지가 밭을 망쳐 손해를 보시는 부모님을 보면 그 산짐승들이 오죽했으면 사람 사는 마을에 와서 저럴까 하다가도, 왜 오는 걸까 했었다.

책 속에서 고라니 솔랑이 청설모 청서랑 도토리를 나눠 먹으며 나누는 대화 내용을 보고 부끄러워졌다. 과연 진짜 유해한게 동물일까?? 건강에 좋다면, 맛있다면, 물 불 안가리고 동물들의 먹이마저 다 앗아가는 사람들이 유해한 건 아닐까?

 

"요즘 땅에 사는 짐승들이 보통 날카로워진 게 아니야. 두 발 괴물들이 사냥만 하는 게 아니라 땅에 떨어진 먹이까지 다 가져가 버리거든."  "도토리 같은 거?"

"그거 말고도 칡뿌리랑 버섯까지 안 가져가는 게 없어. 그러면서도 독이 있는 건 기막히게 안 건드린다니까." P.27

 

 

인간에게 유해한 동물이라고 낙인찍힌 동물들. 고라니, 멧돼지, 까마귀, 들개, 늪너구리(뉴트리아), 청설모가 이 책의 등장하는 동물들이다. 특히 고라니는 세계 멸종 위기종이라는데,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선 해마다 십만 마리 이상 사냥을 당한다고 한다.


이들이 과연 인간에게 유해한가? 우리가 이들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는 건 아닐까? 책을 읽는 동안 죄책감이 생겼다. 봄이면 고사리 끊으러 다니시는 어르신들, 가을이면 도토리며 은행을 채집행위 금지라고 해도 배낭에 몰래 감춰서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니 계절마다 몸에 좋다는 건 죄다 다 집어온다. 청서의 말대로 기막히게 잘 알고 가져간다. 이렇듯 자기들의 터전에서 먹이를 사람들에게 뺏기며 살아가다 보니, 생존본능에 의해 당연히 마을로 오게 되는 건 아닐까? 어쩌면 우리가 유해한 존재가 아닐까?


"아아, 인간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말에 저도 공감해요. 도시에서 살다 보면 정말 많은 위협을 받거든요. 그런데 가끔 제게 먹이를 건네주는 인간도 있었어요. 아마도 우릴 좋아하는 인간과 싫어하는 인간이 따로 있나 봐요." (...)"우리가 해를 끼친다고? 웃기는 소리! 인간이야말로 산에서 나는 우리 먹이를 다 빼앗아가잖아. 게다가 넓은 땅은 죄다 인간이 차지했다고. 북쪽 잣나무 숲으로 가는 길을 막아 버린 건 또 어떻고, 대체 누가 유해 동물인지 모르겠군." P.112

 

 

이 책을 읽고 유해동물이라고 낙인 찍혀 버린 동물들에게 미안해졌다.

그리고 부끄러워졌다. 우리의 잘못인데, 왜 그들의 잘못으로 되어버린건지..

우리가 위협한건데, 그들이 위협한다고 생각하는지..

이 잘못된 것들을 바로 잡는 것도 인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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