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 7년간 100여 명의 치매 환자를 떠나보내며 생의 끝에서 배운 것들
고재욱 지음, 박정은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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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현재 강원도 원주의 한 요양원에서 치매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소설처럼 삶의 재난을 겪은 지은이는 영등포의 한 노숙인 쉼터에서 겉은 멀쩡한데 속이 산산이 부서진 사람들, 무기력한 눈빛으로 먹고 자고 배설하는 일과 만남은 사람들 속에 뒤엉켜 1년 반의 시간을 보내며 그곳에서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가장 외롭고 차가운 죽음들을 목격하며 아이러니하게도 삶의 의지를 다잡기 시작해 일자리를 찾아 경기도 양평의 한 산골 마을에서 우연히 요양원을 보게 되었다. 깨달음을 얻어 자격증을 따고, 7년째 치매 노인들의 일상을 돌보며 살아온 모든 기억을 잃고 그리운 가족과 떨어져 요양원에서 지내면서도,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고 아름다운 마지막 날들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마음의 치유제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려 쓴 글이다.

 

 

 

 

증조할머니께서 정정하셨는데 돌볼 가족들이 없어 요양원에 들어가신 걸 알고 병문안을 간 적이 있다.

요양원은 그곳이 처음이었다. 차를 타고 지나다 보면 여기저기 요양원이 생긴 걸 봤지만 나랑은 먼 이야기라 생각해 눈여겨보지 않았었는데, 처음으로 자세히 보게 되었다. 내가 가본 요양원은 시내와 가깝게 있어서 인지 산책이라곤 휠체어나 보호사와 함께 복도를 걷는 게 다였고, 창문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마치 그곳만 시간이 멈춰 있는 것 같았다. 창문이 없으니 시계가 없으면 지금이 밤인지 낮인지 알 수가 없었다. 복도를 따라 병실에 들어서니

불과 한 달 전에 뵈었을 때도 혼자 거동하시고, 식사도 잘하시고, 우리랑 대화도 하셨던 할머니셨는데, 환자복을 입고 누워계신 할머니는 무기력해 보이셨다. 남편이 누구인지 알아보지도 못하는듯했다. 사람이 한순간에 이렇게 될 수가 있나?라는 생각에 조금 충격적이었다. 할머니를 언제 또 뵐지 몰라 오래 머물러 있고 싶었는데, 보호사님이 불편하신 걸 은근히 표현하셔서 한 시간 정도 머물다 병실을 나오면서 남편과 우리는 적당히 살다가 한날 함께 가면 좋겠다. 그게 우리에겐 축복이겠다. 남은 사람의 마지막이 요양원이라면 정말 슬플 것 같다고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다.

 

'치매'라는 말은 한자로 어리석고 미련하다는 뜻이다. 일본에서는 치매라는 단어 대신 '인지증' 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일본은 요양원 수를 늘리기보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인지증에 대한 기본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역사회에서 인지증 환자들을 피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은 치매 환자를 지역사회에서 보듬고 있고, 치매 환자들의 재활을 목적으로 그들을 보살피고 집으로 다시 돌려보내는데 우리는 한번 들어온 노인들은 요양원에서 죽음을 맞는다. 나 역시 일본 제품 불매 자이지만, 이런 사회적 제도는 왜 배우지 않나 싶을 때가 있다. 이 부분에서만큼은 나 역시 일본이 노인들이 부럽다. 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가족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언젠가는 제도적으로도 개선이 되기를 바라본다.

 

 

 

최근 들어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보다는 오늘을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주변 이웃들의 부고 소식을 두어 번 듣고 난 후였다.

친구 집 방문을 하고 집에 돌아가다 사고로 돌아가시고, 젊은 나이인데도 느닷없이 하늘로 간 아이 엄마 이야기에 나올 때는 순서가 있는데 갈 때는 순서가 없구나 싶기도 하고 악착같이 나를 돌보지 않고 살다가 나 역시 저렇게 느닷없이 죽게 되면 너무 내가 불쌍하겠다 싶었다. 그래서 오늘을 잘 지내야겠다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는데..

책 말미에 쓰여있는 글귀를 보니 저자도 요양원에서 노인들을 돌보며 살면서 이 같은 생각을 했나 보다.

 

우리는 언제나 내일을 떠올리며 산다. 바쁜 오늘 때문에 당장은 급해 보이지 않는 일, 사랑이나 행복 같은 일들은 내일로 잠시 미뤄둔다. 하지만 내일이면 너무 늦을 수 있다. 모든 이별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오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급한 일은 오늘 당장 사랑하는 일, 오늘의 행복을 참지 않는 일이다. 오늘이 세상의 첫날인 것처럼 온통 나와 당신을 사랑하고,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아낌없이 행복해야 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오늘, 지금, 이 순간의 마음뿐이기에. P.325

 

 

 

 

 

 


요양원에 있는 노인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살아온 인생에 대한 후회, 특히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음을 후회하는 일이었다. 제대로 사랑을 받아본 적 없기에 자신에게 사랑을 주는 법도 모르고, 그저 오로지 열심히만 살아온 세월을 후회하는 일이었다.

한 할머니가 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맛있는 것 먹고, 멋진 구경도 다녀보고, 하고 싶은 것 죄다 하면서, 그렇게 한번 살아볼 걸 그랬어. 앞만 보지 말고, 옆에도 보고 뒤에도 보고, 그렇게 살 걸 그랬어."

오늘이라 불리는 이 시간, 할 수 있을 때, 아직 살아 있을 때 사랑해야겠다. 먼저는 나를 온전히 사랑할 것이다. 그러고는 사람들을 사랑할 것이다. 그렇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것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사랑할 것이다. 삶의 마지막이 나를 찾아올 때 기쁘게 떠날 수 있도록, 후회 없이. P.286~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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