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건축가다 - 자연에서 발견한 가장 지적이고 우아한 건축 이야기
차이진원 지음,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어릴 적 사냥을 하시는 아빠를 따라 시골 언덕이며, 산에 많이 따라다녔다. 그때는 겨울을 지나는 시기라서 사람들이 나무에 걸어놓거나, 새가 지어둔 둥지들은 항상 비어있었다. 새가 지어놓은 둥지는 어린 나이에도 신기한 마음에 한참을 구경하곤 했다. 시커먼 구멍 속이 궁금해 들여다 보기도 했지만, 깃털이나 나뭇가지들이 전부였다. 십여 년 전 부모님이 사시는 시골집에 함께 살 때 제비가 처마 밑에 집을 짓는 걸 운 좋게 구경하던 때가 있었다. 열심히 무언갈 물어와 한참을 왔다 갔다 하는 걸 보곤 신기해했었는데, 한참 뒤에 제비가 지어놓은 집은 무얼 가져다 이렇게 지을 수 있었을까 신기하고 완성도 높은 집이었죠. 새는 참 대단한 존재구나라고 느꼈던 순간이다. 이듬해까지는 돌아오던 제비가 그다음 해엔 오지 않았다. 아쉬웠지만 어딘가 더 좋은 곳을 찾았나 보다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 알았다.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면 보통 새들은 날아가는데, 제비는 왜 사람이 사는 집에 둥우리를 짓는 걸까 했는데 농경생활로 인해 자연환경이 바뀌면서 제비는 더 많은 먹이를 잡은 다음 세대를 제대로 기르기 위해 곤충이 많은 농지에 둥지를 틀어 인류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는 것과, 어릴적 보았던 빈 둥우리 안 깃털들이 새에게서 떨어진 것인 줄 알았는데 둥우리 안을 장식한 거였다는 사실을..

 

이 책은 토목을 전공한 차이 진원이라는 작가가 새와 자연을 사랑해 조류 그림을 그리고 관련 글들을 쓰고 있고, 이로 인해 새들의 지혜, 생명과 자연의 경이로움 등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한다.  작가가 그림을 전공했나 싶을 정도로 그림을 잘 그린다. 글로도 표현이 잘 되어있지만, 아주 잘 그려진(옮긴이의 말대로 걸어두고 싶은) 그림이 이해를 더했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건축 장인인 수많은 조류들의 둥우리 건축 방식을 글과 그림으로 소개한다. 구부러진 뾰족한 부리를 바늘 삼아 잎 가장자리에 구멍을 뚫고 식물섬유와 거미줄을 구해와 구멍 사이로 통과시켜 잎을 주머니 모양으로 꿰매는 재봉새와, 부리를 스크레이퍼처럼 사용해 진흙을 바를 수 있는 흙둥지새, 끌처럼 생긴 부리로 구멍을 편리하게 뚫는 딱따구리 등 여러 종류의 새들이 둥우리를 짓는 방식을 알게 되었다. 또 암컷과 짝짓기의 목적으로 둥우리를 짓는 '깃털 달린 피카소' 바우어 새. 서양인들이 숲 땅바닥에 드문드문 놓여있는 바우어를 보고 현지 원주민의 주거 장식으로 오해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막연히 내가 알던 조류는 둥우리는 나뭇가지 사이, 나무에 구멍, 사람들이 걸어둔 나무집, 대부분 나무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물가에 사는 새들의 집은 물 위에 짓고, 사람들처럼 공동으로 무리 지어 30-100개에 달하는 떼 둥우리(공동주택)도 있다. 각자의 사는 방식에 따라 그 환경에 맞게 둥우리를 짓는새들을 보면 어쩌면 사람과 다르지 않다 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재료로 둥우리를 짓는 새들의 새로운 매력을 볼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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