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생전 : 공부만 한다고 돈이 나올까? 물음표로 따라가는 인문고전 4
고영 지음, 정은희 그림 / 아르볼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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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로 따라가는 인문고전’시리즈의 네번째 작품 <허생전>
'공부만 한다고 돈이 나올까'라는 제목에서부터 북학파였던 연암 박지원의 사상이 고스란히 배어나온다. 북학파란 존주대의니 존화양이니 하는 명분론에서 벗어나서 우리보다 앞선 청나라의 문물과 학술을 배워야 살 수 있다는 주장을 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기존의 조선의 유교적 윤리체계에서 벗어나 자연과학의 도입, 중소상공업의 육성, 기술혁신 해외 통상 증진 등 국민의 경제를 향상할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국민의 풍요로운 경제 생활을 지향하는 말그대로 이용후생, 경세치용의 사상인 것이다. 반남 박씨 명문가의 자제였던 박지원은 일찍이 과거 급제만을 위한 글공부에 회의를 느껴 출세길을 포기하고 수많은 책을 읽고쓰며 학자들과 교류하던 중 44세라는 늦은 나이에 팔촌 친척인 박명원이 사신 자격으로 청으로 갈 때 자그마한 역할을 맡아 따라나선다. 대의와 명분에 얽매이지 않고 생활에 편리하고 좋은 기술이 있으면 바로 받아들이는 청의 모습을 보며, 박지원은 자연스럽게 '이용후생'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박지원은 열하에서 북경으로 들어오는 길에 옥갑이라는 곳에서 이곳에서 나눈 이야기를 우리가 잘 아는 열하일기의 옥갑야화편이고 수록되었던 여러편의 소설 중 하나가 바로 <허생전>이다.
소설의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남산 밑 묵적골에 사는 허생은 밤낮으로 글만 읽다가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장사를 시작하게 되는데 부자인 변씨를 찾아가 만 냥을 빌려 그 돈으로 과일과 말총을 매점매석하여 큰돈을 번다는 내용이다. 당시 조선에는 상공업이 싹을 틔우고 화폐도 널리 씌였지만 여전히 상업과 상인을 천시했고 마음만 먹으면 부자들이 얼마든지 매점매석으로 큰 돈을 벌 수 있을 정도로 유통구조도 매우 열악했다. <허생전>을 읽다보면 이용후생을 강조했던 박지원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그가 지향하는 세계관 알게 된다. '물음표로 따라가는 인문고전’시리즈의 네번째 작품 <허생전>에서는 이렇듯 허생을 통해 조선 후기, 당시 조선의 모습을 짚어볼 수 있다. 고전 속 수백 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당시 시대상과 사람들이 꿈꾸었던 세상은 무엇인지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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