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 - 생김새의 생물학
모토카와 다쓰오 지음, 장경환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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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물학자 에른스트 헤켈(1834-1919)은 하나의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사람 한 명, 물고기 한 마리와도 같은 개체가 수정란에서 어미로 발생해가는 과정마다 단순한 자포동물과 같은 2배엽동물이 인간과 같은 3배엽동물로 진화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150년 전의 진화발생론이 말 그대로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헤켈의 주장은 단 하나의 개체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약 130만 종의 동물들이 갖는 독자적 우주, 그리고 38억년의 역사와 견주는 가치를 가짐을 의미한다. 그 의미는 124만 종에 이르는 무척추동물의 생김새를 통해 그들의 가치관과 독자적인 세계를 발견해낸 이 책의 존재가치와 상통할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일곱 문(생물분류 단위)의 동물들은 척추동물아문 중 한 종에 불과한 ‘인간’의 편협한 사고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동시에 척추동물을 제외한 95%의 동물들에 대한 저자의 경외심과 애정이 담뿍 담겨있는 책이기도 하다. ⠀
 큰 몸집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육상의 항온동물인 인간은 작고 얇은 몸을 가진 동물들을 약하고 하등한 존재로 여긴다. 그러나 전체 동물 중 무려 70%(생물 전체에서도 1위!)이상을 차지하는 곤충의 성공비결은 바로 작은 몸집 디자인과 얇고 단단한 각피 구조이다. 그들은 가볍고 심플한 육각아문 구조를 이용해 지구상에서 최초로(새의 등장보다 2억년 이상 앞서) 하늘을 날았다. ⠀
 인간만이 자신들의 얕은 잣대를 통해 타 생물들을 ‘가치’판단한다. 우리가 징그럽다, 더럽다 와 같이 느꼈던 바퀴벌레의 짙은 갈색 각피를 가진 것은 사실 그들이 육지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채용한 퀴논경화의 시각적 척도이며 가장 단단하고 강한 완장과도 같은 것이다. 소라의 나선형 껍데기와 불가사리의 별 모양 몸이 단순히 인간들의 아름다운 장식으로 쓰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최대한 효율적인 몸집 분할의 결과인 것과 같다.

 크다, 빠르다, 강하다 ... ⠀
 인간이 만든 획일적 기준들은 세상의 95%를 무시한 채 인간들만의 무한경쟁 시대를 만들어냈다. 일본에서 생물학 지식에 대한 음반까지 내 ‘노래하는 생물학자’로 알려진 모토카와 다쓰오는 지친 현대인들에게 미지의 세계가 가진 사랑스러움과 신비로움,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통찰력을 제시해줄 가장 유쾌한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다 !


몸의 구조가 다른 동물들은 각자의 생존 현장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도 다를 것이다. 추구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은 동물에 따라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 P5

산호는 동물이기 때문에 나무나 풀 모양을 할 필요는 없지만 갈충조를 배려해서 빛을 많이 받도록 군체를 식물 같은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다. ⠀
결국 갈충조는 채광이 양호하고 자외선 방지 선루프가 설치된 안전한 아파트에 사는 것이다. - P30

기수(홀수, odd number)란 기묘한 숫자라는 의미이다. 이것은 우리들이 짝수를 기준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극피동물이 명명했다면 이런 무례한 이름을 짓지는 않았을 것이다. ⠀
가치관도 자신의 몸 디자인과 무관하지 않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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