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프라이터처럼 쓰는 영문 캘리그라피 - 클래식하고 빈티지한 감성을 담은 손글씨
김상훈(hi_fooo) 지음 / 북스고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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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 책을 살 때는 꼭 염두해야 하는 것이 있다. 캘리그라피는 '글쓰기' 라기 보다는 '그림'에 가깝다. 또한, 책을 수동적으로 읽는다고 해서 뚝딱 하고 마법처럼 글을 잘 쓰게 되지 않는다. 책 보다는 방법서에 가까운 것이다.

한창 캘리그라피 책을 사모으고, 글 하나 쓰지 못하고 팔아버린 사람으로서 이 책을 신청했을 때 꼭 다짐했었다. 꼭 끝까지 써보기로. 김상훈씨의 글이 너무 멋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꼭 열심히 연습해서 글을 쓰고 싶었다. 또, 타이프라이터 폰트만 깔면 1초만에 타이프라이터로 책 한 권을 쓸 수 있는 세상에서, 고작 5가지 알파벳을 써보자고 5분 동안 끙끙대는 것도 조금 낭만적인 것 같았다.

이 책의 장점은 총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엑기스만 나눠 놓은 섹션 (간단함)

2. 넉넉하게 마련한 연습지 (실용적)

3. 전문적인 명칭 설명 (멋있음)

이 책은 가볍다. 꽤 얇은 편에 속한다. 그래서 오히려 남는 시간에 선뜻 손이 가게 되는 것 같다. 캘리그라피는 정말 그림과 비슷한 면이 많아서, 조금만 집중해서 연습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가있다. 접근성이 좋다는 점에서 별 하나를 더 주고 싶다. 안 그래도 조금 우울한 날 이 책으로 힐링 많이 했다. 선 하나 조금 더 곱게 긋고 싶다, 세리프 하나 더 예쁘게 빼고 싶다, 이런 소소한 욕심들로 힐링하는 기분이었다.

아래의 사진들은 그런 소소한 노력의 증거:



k 는 의외로 쓰기 힘들지만 성취감이 있는 글자이다. 책에 자세히 나와있지만 네모칸 밖을 나가는 부분을 어센더 부분이라고 하는데, 이 구간을 맞추기가 힘들다. 또, 적당한 길이의 /를 긋기가 힘들다. 하지만 다 쓰고 나면 너무 맘에 드는 글자가 나온다. k, y, b만 잘 써도 예쁜 글이 나오는 것 같다.



i 는 가장 첫 번째로 배우는 글자다. 긋기만 하면 되는 거라 조금 쉽긴 한데, 저 수많은 i를 보면 알겠지만, 의외로 예쁘게 긋기가 힘들다. 또한, i에서의 점 부분을 정확한 지점에 찍어야 하는데 그것도 맞추기가 힘들다. 이 수많은 i를 그리면서 예쁜 i는 고작 다섯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 모아놓고 보니 i 를 다 그린 내 노력이 가상하다. 별점 만점!



이건 예시로 찍어봤다. 이런 식으로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은 이런 캘리그라피 책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저렇게 투명도를 낮추어 따라그리는 식의 연습이 뭐가 도움이 되나 싶은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생각보다 꽤 도움이 된다. 저 과정을 거쳐야 따라그리기가 아닌 창작 글을 쓸 때 더욱 예쁘고 깔끔하게 쓸 수도 있고 응용도 할 수 있다. A부터 Z까지 연습할 수 있는 모든 단어가 있다. 또한, 다이어리에 쓰기 좋은 영어로 월별 글씨 쓰기도 연습할 수 있다.



요건 후기 쓴다고 부랴부랴 써본 문장이다. 안타깝게도 빠르게 쓰고 싶은 마음이 티가 나는 정도로 삐뚤빼뚤한 문장이 완성되었다. 캘리그라피는 정말로 글쓰기 보다는 그림에 가깝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대문자를 아직 연습하지 않아서 jack 이 소문자로 완성되었다. 어쨌든 조금 분위기가 나는 것 같다. 책을 받을 때 부터 "큭큭 샤이닝 문구 예쁘게 써가지고 인증샷 올려야지" 생각했는데 안타까운 결과가 나왔다. 다음에는 타이프라이터 캘리그라피로 시를 필사해 볼 것이다.

마무리로, 이 책을 사용하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타이프라이터 캘리그라피는 만년필로 쓸 때 가장 분위기가 나는 것 같다. EF촉 보다는 F~M 촉이 더 좋은 것 같다. 그냥 따라그려도 분위기가 난다. 물론 연필로 그려도 어느정도 분위기가 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본문에도 언급되듯이, 볼펜은 정말 비추다. 낭만도 없고 예쁘지도 않다.

이 책은 나처럼 레트로 영어 분위기를 좋아하고 어떻게든 그것을 다이어리에 녹여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생각보다 다른 캘리그라피보다 따라하기가 쉬우며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또, 유행을 타지 않는 글씨체가 정말 매력적이다. 의외로 실용적인 책이었다. 이러다가 타자기까지 구매하게 생겼다.


*이 글은 E북 까페 이벤트 참여로 제공받은 서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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