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오브 이집트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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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쓰기 전 먼저 나는 안드레 애치먼의 짱팬임을 밝혀둔다. 특히 그해 여름 손님 (원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을 너무 아껴서 각기 다른 버전으로 세 권이나 소장하고 있다 (TMI: 원작파라 영화보단 책을 좋아하는 편) 그래서 이 회고록을 읽기 전부터 나에겐 어마어마한 기대감과, 이 책은 무조건 좋을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나의 확신을 비웃기라도 하듯 초반 1/5 정도를 너무나도 힘겹게 읽었다. 물론 최근 여러가지 일이 겹쳐 컨디션이 좀 안좋기도 했지만 당시 시대상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한데다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파악하고 머릿속에 정리하기까지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린 탓이었다(근데 이건 그냥 내가 바보라서 그런걸지도). 초반부를 세,네번 반복해서 읽었다. 읽은 부분을 읽고 또 읽었는데도 이해가 안되고 뭔 말인지 잘 모르겠어서 서평단으로 받은 도서가 아니었다면 읽기를 포기했을 것 같은데 역으로 서평단으로 받은 도서였기 때문에 꾸역꾸역 읽다가 속도가 붙기 시작한 이후에는 이 책을 거기서 포기해버렸으면 어쩔뻔 했을 것인가 했다.

내가 콜바넴 을 좋아하는 이유는 소설 속 오묘한 분위기와 (그러고 보면 나는 소설을 분위기로 읽는 듯 ㅋㅋ 분위기 중시파) 치밀한 묘사 때문인데 이 책은 회고록임에도 마치 그가 쓴 다른 소설을 읽는 듯 내가 좋아하는 그의 작품 세계를 느낄 수 있어서 읽는 내내 너무 좋았다. (초반부 힘들었던 부분은 제외고요)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 그리고 한 마디로 '모든 감각을 깨우는 문장들'이라고나 할까. 문장들이 보이고, 들리고, 느껴진다. (너무 많아 몇 개만 골라도 이 정도)
*(...) 무엇보다 그 누구도 감히 산책할 엄두를 내지 않는 제인 오스틴의 세계가 치명적으로 변해 버린 듯한 숲 (p.49)
*공책에 머무는 4월의 햇살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법의 주문을 걸어 벽과 책, 책상, 내 손, 베껴 쓴 코란 구절에서 여름 한낮의 강렬한 햇볕과 따뜻한 바닷물, 친근한 바닷가 별장이 멀지 않았음이 느껴졌다. (p.323)
*마침 어머니가 발코니 창문을 다 열어 둔 덕에 스무하의 농장에서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왔다. 누군가 가져온 재스민이 은밀하고 퀴퀴한 담배 냄새와 합쳐져 거실에 관능적이고 풍요로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p.332)
*나는 수정처럼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바라보았다. 인간의 숨결이 섞이지 않은 듯한 공기 냄새가 새롭고 신선했다. 견디기 힘들 정도로 더워지기 전의 여름 아침 냄새였다. 눈부신 햇살을 머금은 모래언덕마저도 깨끗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하늘을 쳐다보고 나서 고개를 내려 저 앞의 저택들조차 보이지 않는 두 눈을 주변에 가득한 모래 색깔로 진정시켜야만 했다. 그리고 얼굴만 들면 바다가 있었다. (p.382)

그리고 중간 중간 갑자기 튀어나오는 유머 공격 혹은 허를 찌르는 대사들.
*"(...) 네가 내 동생이 아니었으면 우리 집이 지금처럼 엉망진창이 되는 일도 없었어." (p.29)
*"기독교인, 유대인, 벨기에인, 이집트인 따위 따지지 마세요. 지금은 20세기 현대라고요." (p.32)
*"공포는 사람을 시인으로 만드는 법이지." (p.222)

물론 당시 시대상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었다면 지금 내가 읽지 못했던 것들을 읽어낼 수 있었을 것이므로 더 풍부한 독서가 되었을지 모르겠으나 그저 좋은 문장들을 만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내겐 생생한 독서였다.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필수로 읽어보시길 권하고(좋아하는 작품을 쓴 작가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 글이 그의 소설만큼 좋다면 안 읽을 이유가?), 더불어 이 이후의 이야기도 너무나 궁금하다. 마지막 페이지에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라는 문구가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오히려 없어서 어색하고 아쉬움 가득한ㅠ 그리고 책의 만듦새.. 표지, 내지, 구성 등등 이전 작품들 포함 정말 너무 좋다. 너무 예쁘고 소중.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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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한글 받아쓰기 1 : 복잡한 글자가 들어간 말 - 원리를 아니까 재밌게 하니까 아하 한글 받아쓰기 1
최영환, 이병은, 김나래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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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정도 한글을 쓸 줄 아는 아이들이 심화학습 용도 혹은 헷갈리는 글자들을 복습하는 용도로 활용하면 아주 좋을 것 같다. 구성이나 디자인에 많이 공들인 모습인게 느껴지고 무엇보다도 한 페이지에 너무 많은 양이 포함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지루해하거나 지겨워하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으며 큐알코드 스캔을 활용하여 낱말이나 문장 받아쓰기 까지도 혼자 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좋다.
알맞은 낱말을 고르는 파트가 챕터마다 포함되어 있는데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는 알맞은 낱말을 답으로 고르고, 알맞지 않은 낱말을 읽으며 뭐가 그렇게 웃긴지 너무 재밌어했다. (어린이 취향 저격인듯)
사실 바쁘다는 핑계로 잘 하고 있는건지 세심히 살펴보질 못했는데 스스로 알아서 잘 풀어놓은 부분을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그만큼 아이에게 흥미를 주는 교재인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단계가 여러개로 나뉘어 있으니 아이의 현재 수준에 맞는 교재를 고르면 활용도가 높을 것 같다.

-체험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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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미 알았다. 말투는 늘 주제를 앞섰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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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는 금요일의 즐거운 기분이 손에 잡힐 듯 느껴졌다. 모두가 어쩐지 주말은 굉장할 것이며 다음주가 되면 업무도 더 나아지고 다르게 느껴질 거라는 거짓말로 하나가 되어 있었다. 교훈이라고는 얻을 줄 모르는 사람들이다. - P21

올바른 행동 방식이 뭔지에 대해 확신이 없을 때 나는 ‘페럿이라면 어떻게 할까?‘ 혹은 ‘도롱뇽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까?‘ 생각해본다. 예외 없이 올바른 답을 발견한다. - P27

나는 아름다운 사람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 아름다움은, 그것을 소유한 순간부터 이미 조금씩 사라져가는 이슬 같은 것이다. 그렇게 살면 힘들 것이다. 늘 자신에게 그 이상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 사람들이 겉모습 이면을 봐주길 바라는 것, 황홀한 몸과 반짝이는 눈과 숱 많고 윤기 흐르는 머리칼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기 때문에 사랑받고 싶어한다는 것. - P45

가혹하고 덜 매력적인 그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아름다움을 질투하고 그것에 분개한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공정하지 않은 태도다. 어쨌거나 아름다운 사람들은 그렇게 태어나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매력적이라는 이유로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누군가가 기형이어서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불공정하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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