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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책읽기 - 독서, 일상다반사
가쿠타 미쓰요 지음, 조소영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16년 5월
평점 :
정말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났다.
처음 서문부터 읽으면서 마음을 쿵쿵쿵 강타하던 문장들과 조근조근한 말투.
요런 비슷한 분위기의 책을 예전에 서점에서 보고 샀는데 처음 훅은 좋았는데 가면 갈수록 이야기가 산으로 갔던 책이 한 권 있었다;;
책과 서점이란 주제를 가지고도 이렇게 내용없게 쓸 수 있구나,,느꼇던 책이 있었는데 처음 시작은 비슷했으나
이 책은 처음 시작부터 한 챕터가 끝나기 까지 더더 멋진 생각과 문장들로 마음을 울려주더라.
가쿠다 미쓰요란 저자가 어릴 때 왜 책을 사랑하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해
어떤 책들이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고 어떻게 인간과 삶을 더 이해하게 되었는지를 참 정감있게 잘 풀어내고 있다.
챕터 2,3장은 본인이 쓴 서평들의 모음이다.
어린시절 또래의 어린이들과 어울리는 것이 힘들던 한 여자아이가 책의 세계에 빠졌다.
책을 펴면 그곳은 현실과는 전혀 다른 흥미진진한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고
어떤 일보다 그 세계를 탐사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흥미로운 일이었다는 저자의 고백은 어쩜 그렇게도 내 경험과 똑같은지.
또 참 별로라고 생각했던 책 한권이 나이가 더 들어서 읽었을 때
몇 년전 그 책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내 가치관을 흔들어 놓은 경험,, 나도 있었다.
저자의 경우에는 어린왕자였고 내 경우에는 안나 카레리나.
또 더 나이든 후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이겠지?
그리고 시 한편이 어느날 갑자기 내 마음을 휘저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게 만들어 버린 기폭제가 된날.
아, 어쩜 이것마져도 나와 이렇게 똑같을까?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이 끝난 후, 개학식때였다.
그 추운 3월에 운동장에서 덜덜 떨어가며 조회를 하며 교감선생님 말씀을 듣는데 기절할 것 같이 춥던 그 날
교감선생님이 읽어준 시 한 구절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윌리엄 워즈워스의 rainbow란 시의 한 구절이었는데,
'The child is father of a man'이라는 그 구절.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아무도 그 시에 공감을 하는 사람이 없었고 다들 뭔 말이 저렇게 많냐며 욕을 하고 있었다.
어쩜 저런 구절을 생각할 수 있지? 어린아이의 가치를 어쩜 저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며 갑자기 울컥하며 눈물이 나더라.
너무 쪽팔려서 하품한 척 하고 슬쩍 돌아섰지만, 그날부로 워즈워스는 내게 있어서 최고의 시인이었다.
생각난 김에 그때 외워버린 윌리엄 워즈워스의 My hear leaps up.
My Heart Leaps Up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So was it when my life began,
So is it now I am a man,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
Or let me die!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And I could wish my days to be
Bound each to each by natural piety.
그런데!!
이렇게 감동하면서 읽던 책을, 도둑맞았다;;;!!
헬스장 싸이클 위에서 줄까지 그어가면서 읽고 샤워하면서 옷장에 넣어놨는데
샤워하고 나오니 옷장이 열려있고 다른 건 다 그대론데 책만 없어졌더라 ㅠㅠ
아직 반도 다 못읽었는데…
관장님한께도 분실물로 혹시라도 들어오면 제발 전달해 달라고 말해놨지만 아직까지 돌아오고 있지 않은 내 책.
책을 도둑맞은 건 처음이라서 너무 황당하지만, 도둑질을 해서까지 이 읽고 싶었나보다;.
그런가보다 ㅠ
할 수 없이 내가 읽고 난 부분까지의 단상만 남기는 서평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감동하면서 본 책 참 오랜만이었는데…
장바구니에 담아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