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기술
모티머 J.애들러 외 지음, 민병덕 옮김 / 범우사 / 199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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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머의 이 책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우리 아빠의 서재에서 돌아다니던 책이었다. 
초등학교 입학도 하기 전이었던 그 시절 아빠의 책장속의 책 중 기억나는 몇 권이 있는데 그 중 한권이 바로 이 독서의 기술이란 책.
당연히 내용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고, 고고학자가 꿈이었던 내게 이것은 표지만으로도 완벽한 책이었다.
몇 번의 이사를 하면서 아빠의 책은 시골 이모집에 대부분 보내졌고, 그 와중에 이 책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아빠와 딸은 정말 닮아가는 것인지 나는 다른 책에서 인용되어진 책의 제목만 보고 책을 구했는데 바로 '이 책'이었던 것.  



#1.
모티머 교수가 명문대생인 본인의 제자들이 책을 읽는 기본적인 방법조차도 숙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고 펜을 든 것.
이것은 '책을 읽는 사람'을 위해 쓴 책이다. '앞으로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을 위해 쓴 책이기도 하다.
즉 '읽음'으로써 지식을 얻고 이해를 깊이하여, 훌륭한 독서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을 위해서 씌어진 책이다.P11
독서란 것은 책을 읽는 행위인데, 이 행위도 잘 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실 그 기술이란 것이 사실 엄청난 것은 아니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생기는 일련의 규칙들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stating을 해 놓은 것 같은데 이 스트럭쳐를 머릿속에 확실하게 알고 적용해서 적극적으로 읽는 것과 체계화 되지 않은 경험으로만 알고 있는 것은 꽤나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인류의 많은 발견들이 그랬던 것 같다. 누구라도 생각할 수는 있지만 체계화할 생각은 하지 않는 그런 아이디어들... 
한국에서 출판된 연도를 보니 내가 출생한 연도다. 그 긴 시간동안 꾸준한 스테디 셀러인 것엔 이유가 있겠지. 

#2.
너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로부터 '행간을 읽어라' 하고 흔히들 말한다. 독서의 규칙도 이것을 고친 말투로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서 '행간을 읽을'뿐만 아니라 '행간에 쓰는'것을 권하고 싶다. 이것을 하지 않으면 효과적인 독서는 바랄 수 없다.  책을 샀을 때 그 책은 분명히 독자의 소유물이 된다. 옷가지나 가구를 샀을 때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책의 경우 이것은 겨우 일의 시작에 불과하며, 책이 정말로 독자의 것이 되는 것은 독자가 그 내용을 소화하여 자기의 피와 살로 만들었을 때다. 자기의 피와 살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 그것이 행간에 쓰는 일이다. (중략) 
효과적인 써넣기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방선을 친다. 중요한 곳이나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곳에 선을 친다.
2. 행의 첫머리 여백에 횡선을 긋는다. 이미 방선을 친 곳을 강조하기 위해서, 또는 밑줄을 치기에는 너무 길 때.
3.★표,•표, 기타의 표를 여백에다 한다. 이것은 남용해서는 안 된다. 그 책 가운데 몇 군데의 중요한 기술을 눈에 띄게 하는데 쓴다.
4.여백에 숫자를 기입한다. 논의의 전개에 따라 요점의 변천을 나타내기 위해서.(중략)
6.키 워드를 O으로 둘러싼다. 이것은 밑줄을 치는 것과 대개 같은 효과가 있다.P49,50
아빠와 책을 공유하는 것을 너무 싫어하는 이유가 아빠가 표시한 여러기호와, 밑줄과 단락묶음들 때문이었는데,,,모티머 교수에게서 배우셨구나 ㅋㅋㅋ 아니 분명 자신의 책에만 그렇게 하라고 했는데 왜 남의 책까지 그렇게 하시는건지! 내 책에 아빠가 해 놓은 낙서때문에 분노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기에 이 부분이 그렇게나 부각되더라. 시공간을 넘어 이 책을 읽던 젊은 시절의 아빠와 교감이 되는 느낌도 나고, 책에서 시키는 그대로 자신의 것을 만들어 버린 아빠는 참 착실한 학생이구나 싶기도 하고,,,여러 감정의 crossover.

#3.
철학도 일종의 과학적인 학문이다 보니 확실히 책의 내용이 기승전결이 확실해 정리하기가 편했다. 
저자 본인이 요점을 짚어주며 마지막엔 다시 한 번 정리를 해주니 저자의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편했다.
논리적인 전개로 독자를 편하게 해준다는 면에서  문득 유시민씨의 글쓰기 특강이 생각났다. 단, 이 책은 무려 30년 전에 번역된 책이란 점을 감안할 때 글의 흐름이 조금 덜 매끄럽고 지금은 쓰지 않는 단어들이 꽤나 눈에 띄었다.
예를 들면 'P11의 관련 재소(個所)의 발견'. 재소가 대체 뭘까;;? 문맥상 보니 소설의 관련 소재라든지 요점을 말하는 듯 했다.
그리고 'P207의 쓸데없는 공연한 참견'. 쓸데없는 것이 공연한 것과 동의어인데 굳이 이중으로 형용할 필요가 있었을까? 등등.

#4.
저자는 독서를 크게 3분류로 나눈다.
1. 점검독서: 조직적인 골라읽기 또는 예비독서
2.분석독서:구조파악, 내용해석, 비평
3.신토피칼 독서: 같은 주재로 두 권 이상의 책을 읽는 방법. 

이 대분류 속에 많은 소분류가 속해 있다. 이중 내가 알며 강한 것, 알지만 약한 것, 몰랐던 것을 정리도 해 가며 공감과 반박을 하며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4학점짜리 강의를 들은 기분이었다. 단어의 정의와 명제, 논증이 자꾸만 나와 ㅜ 요부분이 조금 읽기 힘들더라. 그래도 아무것도 모르고 헤매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미리 숲을 보여줬으니 목표를 가지고 읽어낼 수 있었다. 철학과 교수님이셔서 그런지 조금 많이 딱딱하지만서도 이 방법을 적용하면 대학원이나 그 외 학술적인 무언가를 할 때, 똑 소리나는 글을 쓰고 싶을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강력한 확신이 들었다. 뭐랄까, 전투적인 독서라 해야하나? 비정상회담의 타일러가 생각나더라 ㅋㅋㅋㅋ

그런데 학문이 아닌 예술작품, 이를테면 단어의 모호함 속에서 그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문학작품은 이 방법을 적용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같은 독자를 예상하고 있었나보다. 길진 않지만 문학을 읽는 법이란 챕터가 하나 들어가 있다. 역시 문학을 읽을 때 중요한 포인트는 자신의 기준을 내려놓고 작가의 세계에 빠져들어가 헤엄쳐야 한다!
#5
같은 독서의 기술인데도 문학가인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과 철학자인 모티머 교수의 독서의 기술이 상당히 다르다!
느낌과 구조 전개 모든 것이...
두 권을 같이 비교해서 읽어보면 좋을 듯?

#6
보통 독서법과 관련된 책은 저자의 혹은 저자가 추천하는 기관의 권장도서 목록이 빼곡하다. 
그런데 이 책엔 일절 그런 것이 없다. 
예시를 들기 위해 잠깐 전쟁과 평화나 죄와 벌을 언급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천 도서가 아닌 과학자의 입장에서 예를 들기위한 소재일 뿐...정말 Purely 독서기술을 위한 책.

독서도 마치 근육운동처럼 힘들어도 읽어냈을 때 자신이 성장한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들이 왕왕있다. 
약간 높은 고지였던 '독서의 기술'의 정상을 찍고 내려오니 저자의 이런 명언이 마치 등산 후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나를 맞아준다. 전부 손으로 옮겨 적을까?싶었지만 내 악필로 이것을 다 적으면 후에 읽을 것 같지도 않았고, 블로그에 전부 옮겨서 타이핑을 할까 했지만 포스팅의 길이가 쓸데없이 길어질 것 같아 사진으로 남기기로 했다. 

#7.
함께 읽으면 좋을 책: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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